[생명] 침팬지는 왜 목숨을 걸고 싸울까 생명건강

sn-chimpsH.jpg » 2011년 동료에 의해 죽임을 당한 탄자니아 마할레산국립공원의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 '피무'. ://www.sciencemag.org

 

살아남기 위한 것인가 인간 위협에 대한 반응인가

컴퓨터모델 분석 결과 환경 적응 전략 결과로 판명

 

 1970년대에 유행했던 반전가요의 가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전쟁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천만에, 전쟁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많은 이들은 이 가사에 심정적으로 공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동물연구 결과에 의하면, “침팬지의 치명적 공격(lethal aggression)은 승자에게 먹이, 배우자, 유전자전달의 기회를 몰아준다는 면에서, 진화적 이점(evolutionary benefit)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침팬지는 인간활동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만 공격성을 띤다”는 최근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인간 갈등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에 제인 구달이 탄자니아 곰베스트림 국립공원에서 선구적 연구를 수행한 이래, 연구자들은 “수컷 침팬지들은 종종 패거리를 지어 다른 패거리의 영토를 습격하고, 때로는 훼손된 시체가 전장(戰場)에 나뒹굴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http://www.sciencemag.org/content/304/5672/818.1.summary). 이에 대해 영장류학자들은 “침팬지의 영토전쟁은 진화적으로 적응한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 인류학자들은 이런 해석에 반기를 들고 “오늘날의 침팬지들은 인간이 자연환경에 미친 영향으로 인해 위협을 느낄 때만 공격성을 띤다”고 주장해 왔다. 예컨대 인간은 농경 등의 목적으로 살림을 벌채하는데, 이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침팬지들이 한곳으로 몰리다 보니 경쟁이 심해져 싸움이 빈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침팬지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침팬지들이 인간의 마을 근처로 몰려드는 원인으로 작용해 경쟁과 싸움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상의 두 가지 대립되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미네소타대의 마이클 윌슨 교수가 이끄는 영장류학자들은, 지난 50년간 아프리카의 18개 침팬지 집단과 4개 보노보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 나온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지역들 중에는 침팬지와 보노보가 서식하는 것으로 유명한 탄자니아의 곰페와 마할레 국립공원, 우간다의 키발레, 세네갈의 퐁골리, 콩고민주공화국의 로마코 등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152마리의 침팬지가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58마리는 직접 관찰됐고, 41마리는 땅위에 버려진 시신의 훼손 상태를 감안하여 추론됐으며, 53마리는 돌연히 행방을 감춰 살해된 것으로 의심됐다.
 연구진은 「적응전략 가설」과 「인간 영향력 가설」 중 어느 것이 침팬지의 피살을 더 잘 설명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컴퓨터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진이 도입한 변수 중에서 인간의 영향력을 시사하는 것은 ① 먹이 제공 여부, ② 영토의 크기(영토가 작을수록 인간의 침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함), ③ 기타 인간의 개입을 의미하는 요인이었고, 적응전략을 시사하는 것은 ① 서식지의 지리적 위치, ② 다 큰 수컷 침팬지의 수, ③ 단위면적당 서식하는 침팬지의 수였다.
 여러 가지 모델들을 비교분석한 결과, 적응전략 모델(적응전략과 관련된 변수만을 도입한 모델)이 인간영향력 모델(인간의 영향력과 관련된 변수만을 도입한 모델)보다 침팬지의 피살을 훨씬 더 잘 설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evidence ratio = 0.40/0.059 = 6.8배). 구체적으로, 대부분의 공격자(92%)와 피살자(73%)는 수컷이고, 대부분(66%)의 피살자는 외부 침입자에 의해 살해됐으며, 공격자의 수가 피살자의 8배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① 전쟁은 수컷이 유전자를 퍼뜨리는 수단이고, ② 침팬지는 패거리를 지어 다른 집단의 영토, 먹이, 배우자를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이며, ③ 살해란 위험부담이 적은 경우에 라이벌을 제거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모두 「적응전략 가설」과 부합되며, 「인간 영향력 가설」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로 인해 두 가지 가설의 우열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연구진의 기념비적인 협동연구에 갈채를 보낸다”라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윌리엄 맥그루 교수(영장류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두 가지의 경쟁적 가설들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했다. 「인간 영향력 가설」 옹호자들은 반박증거를 내놓거나 기존의 입장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애리조나주립대의 조언 실크 교수(인류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침팬지의 치명적 공격성은 인간의 영향력에 의한 부적응적 부산물(non-adaptive by-product)”이라는 생각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이번 연구가 인간의 호전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의 호전성은 본성일까, 아니면 문화적 정치적 요인에 의해 추동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윌슨 교수는 “침팬지의 데이터를 갖고서 인간의 전쟁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침팬지가 적응적 이유로 인해 전쟁을 한다면, 다른 종들도 그럴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0865&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9-24    
원문정보: Michael L. Wilson et al., “Lethal aggression in Pan is better explained by adaptive strategies than human impacts”, Nature 513, 414?417 (18 September 2014).
원문
http://news.sciencemag.org/plants-animals/2014/09/why-do-chimps-kill-each-other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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