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피그미족이 작은 체구로 진화한 이유 생명건강

sn-pygmyH.jpg » IMAGE COURTESY OF GEORGE PERRY. http://news.sciencemag.org/  

 

열대우림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

 

 1970년대에 독일의 경제학자 E.F.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의 생태적 적정기술(ecologically appropriate technologies) 필요성을 말한 것이었지만, 이는 적도의 열대우림 지역에 사는 인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그미족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의 열대우림 지역에 거주하는 작은 체구의 수렵채집인을 총칭하는 말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피그미족의 왜소한 체구가 열대우림 지역의 혹독한 삶에 진화적으로 적응한 결과라고 생각해 왔지만, “다윈의 자연선택이 피그미족의 체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인간의 진화사에서 그와 같은 자연선택이 몇 차례나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8월18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기고한 논문에서, 한 다국적 연구진은 “중앙아프리카 동부에 거주하는 바트와족(Batwa people) 169명의 DNA를 분석한 결과, 작은 체구와 밀접하게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찾아냈으며, 이것들이 강력한 자연선택을 받았음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이 바트와족 유전체를 중앙아프리카 서부에 거주하는 바카족(Baka people) 74명과 비교한 결과, 두 그룹은 체구가 거의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프로파일이 매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피그미족의 체제(body plan: 생물체 구조의 일반적·기본적인 형식)는 단 한 번에 진화하여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퍼진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내의 여러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진화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자연선택의 강력한 징후로 미루어 볼 때, 체구가 작다는 것은 열대우림 지역에서의 생활에 특이적으로 적응한 결과”라는 기존의 가설을 재확인했다. 왜소한 체구의 유리한 점에 기존의 가설은 ① “식량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다운사이징”, ② “열대지방의 더위에 대한 저항성”, ② “조기 생식을 위한 성장 중단” 등의 이유(또는 이 3가지 이유의 조합)를 제시해 왔다.

baka-pygmies.jpg » 카메룬 열대우림에 거주하는 바카족 피그미들. http://www.pygmies.org/rainforest-pygmies/photo-gallery.php?photo=7

 

 소위 피그미 형질(pygmy traits)이라고 불리는 왜소한 체구는 중앙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지역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원주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피그미 형질이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는 것은, “그 형질이 각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이는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한 사례로, 물고기와 돌고래가 수영을 잘하기 위해 유선형의 몸매를 진화시킨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작은 체구가 열대우림 지역에서 생활하는 데 다양한 진화적 이점(evolutionary benefits)을 제공한다고 주장해 왔다. “열대우림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계이며, 지구상에 현존하는 생물 중 절반이 이 지역에서 보금자리를 꾸리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는 인간에게 돌아갈 식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곳 원주민들은 칼로리 섭취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작은 체구를 진화시켰을 것이다. 게다가 체구가 큰 사람은 울창한 열대우림을 헤치고 나가기가 힘들며,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체온을 조절하는 데도 비효율적”이라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조지 페리 교수(인류학)는 말했다.
 그러나 `피그미 형질`이 실제로 열대우림 지역에서 생활하는 데 진화적 이점을 제공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래서 페리 교수가 이끄는 다국적 연구팀은 중앙아프리카 동부 우간다에 거주하는 수렵채집 부족인 바트와족 169명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리고는 그 결과를 인근에서 농경생활을 하는 바키가족(Bakiga people) 61명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바트와족에게서는 신장(身長) 및 성장호르몬과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으며, 돌연변이 속도가 매우 빨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해당 돌연변이가 적응적(adaptive)이어서, 바트와족에게 진화적 이점을 제공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연구진은 서아프리카로 눈을 돌려, 카메룬과 가봉에 거주하는 바카족 74명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인근의 농경부족과 비교해 봤다. 비교 결과, 두 그룹은 체구가 거의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체구의 유전적 뿌리는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은 체구가 수렴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페리 교수는 이번 연구의 표본 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연구결과의 해석에 신중을 기해 주기를 당부했다. (신장과 같이 많은 유전자에 의존하는 형질의 경우, 유전적 분석을 하려면 좀 더 많은 표본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바트와족의 인구가 워낙 적어, 대규모 연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바트와족의 유전체에서 성장호르몬 및 신장과 관련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는 점을 중시하며, “연구진이 발견한 돌연변이 중 몇 가지가 피그미 형질의 탄생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 체격 말고도 - 열대우림 지역의 원주민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시킨 다양한 형질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게다가 연구의 대상을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지역의 원주민들로까지 확장하여, 이 같은 형질들이 전(全)대륙에 걸쳐 수렴진화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9756&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8-22    
※ 원문정보: George H. Perry, “Adaptive, convergent origins of the pygmy phenotype in African rainforest hunter-gatherers”, PNAS August 18, 2014,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August 18, 2014, doi: 10.1073/pnas.1402875111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08/pygmies-small-stature-evolved-many-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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