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78년만에 온라인에 구현된 다윈의 비글도서관 기술IT

 1_15568.jpg » 다윈을 태우고 전세계를 항해한 비글호. 다윈이 쓴 <한 박물학자의 세계여행>에 실린 권두 삽화이다. Mary Evans/Natural History Museum

 
 비글호에 있던 404권 책 내용 디지털 복원

 누구나 검색해 다윈처럼 찾아볼 수 있어

 

 찰스 다윈은 1831년부터 1836년까지 HMS 비글호(왕립해군 군함 비글호)를 타고 전세계를 항해하면서, 그가 마주친 지질, 동물, 식물, 인간들에 대한 정보를 엄청나게 축적했다. 이러한 정보들은 후에 그가 자연선택 이론을 수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 첫머리에서 비글호에 큰 공을 돌리는 말을 남겼다: “박물학자(naturalist)로 비글호에 승선함으로써, 나는 특정한 사실들(certain facts)에 큰 감명을 받게 되었다.”
 다윈이 일하고 잠자던 선실에는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는 이곳을 참고(reference) 및 영감(inspiration)의 장소로 사용했다. 도서관의 장서들은 여행 후 뿔뿔이 흩어져, 당시 어떤 책들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178년이 지난 후 싱가포르국립대의 존 밴 와이 교수(과학사)는 다윈이 여행노트에 기재한 주석에 의거하여, 그가 보유했던 장서의 가상버전을 재구축했다.
 다윈의 가상도서관은 404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페이지로 환산하면 19만5000페이지가 넘는다. 이제 누구든 그의 장서를 검색하거나 열람하여 인용문, 장소, 사람, 종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도서관은 『다윈 온라인』이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과학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꾼 위대한 여행`에 대한 유례 없는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밴 와이어 교수는 말했다.
 밴 와이어는 진화론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사가로, 『Dispelling the Darkness: Voyage in the Malay Archipelago』와 『Discovery of Evolution by Wallace and Darwin』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비글 도서관 프로젝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890_Voyage_F59_022.jpg » 비글호에 있던 다윈의 도서관. 배 왼쪽 윗부분(4번 표시부분)이 다윈의 책들이 꽂혀 있던 곳이다.http://darwin-online.org.uk/content/frameset?itemID=F59&viewtype=image&pageseq=22

 

 (1) 비글 도서관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아마 2006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글 노트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다윈이 비글호에서 작성했던 노트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북스를 검색하던 중이었다. 구글북스의 내용은 매우 부정확했다. 왜냐하면 내용이 매우 조잡하고 수백만 권의 `불필요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 나는 “비글 도서관의 장서를 직접 검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구축한 비글 도서관에는 실제로 다윈이 보유했던 자료들만 수록되어 있다. 게다가 나는 비싼 돈을 들여서 필사까지 했다. 따라서 비글 도서관은 매우 정확하고 고품질의 연구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비글 도서관은 완성품이 아니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 도서관을 이용하여 흥미로운 일들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2) 비글 도서관이 과학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과학자와 역사가들은 이미 비글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흥미를 준다. 다윈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다윈의 인생에서 `비글호 항해시기 만큼 낭만적이고 흥미로운 시기는 없었다. 이용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비글호의 전체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윈이 뭘 썼고 뭘 읽었는지(책, 노트, 일기, 편지)`를 풍문으로만 전해 들어 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다윈에 대해 아는 지식은 피상적이며, 그가 처해 있던 상황과도 동떨어진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비글 도서관을 통해 다윈에 대한 상황적합적 이해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John%20van%20Wyhe_jpg.jpg » 다윈 연구전문가인 존 밴 와이 교수. nature.com

 

(3) 비글 도서관의 하이라이트는?
 
 내 생각에, 비글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미지다. 보통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과 텍스트를 생각하기 쉽지만, 비글 도서관은 멋진 화랑(art gallery)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수천 가지의 아름다운 그림, 일러스트,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비글 도서관에 소장된 그림들만을 별도로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다(http://darwin-online.org.uk/BeagleLibrary/Beagle_Library_Illustrations.htm). 그림, 일러스트, 지도를 따로 뽑아내어 전시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들은 일일이 그것들이 게재되어 있는 책들을 찾아 봐야 한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꺼내어 한 자리에 전시함으로써, 이용자들로 하여금 `다윈이 실제로 뭘 봤고, 그것들이 다윈의 영감을 형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4) 이번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사항 중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다윈이 실제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탐정소설의 줄거리를 방불케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마지막 책이었다. 나는 2009년 출판된 다윈의 노트에서 그 책의 이름을 발견했는데, 다윈이 워낙 악필이어서 한 단어가 잘못 인쇄되는 바람에, 책 이름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윈의 악필은 워낙 해독하기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나는 마침내 그 `암호`를 해독했다. 그 책은 셴스턴 산문집(Shenstone’s prose)이었다. 윌리엄 셴스턴은 일종의 선구적 낭만파 시인인데, 다윈이 그 책을 읽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5) 비글 도서관에 소장된 책(사본)에서 다윈의 친필 메모를 찾아볼 수 있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건 불가능하다. 비글 도서관에 수록된 책들 중 다윈이 실제로 읽었던 책의 사본은 한 권도 없다. 비글 도서관의 장서는 여행이 끝난 후 모두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에, 그 책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래서 나는 다윈이 읽었던 책과 똑같은 책들을 다른 곳에서 복사해 와야 했다. 단,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도서관에서는 다윈이 보유했던 책들을 일부 소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책 들 중에는 다윈과 비글호에 동승하는 영광을 누렸던 것들도 있을 것이다.
 
 (6) 비글 도서관의 책들이 실제로 다윈의 서재에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본래 이런 획기적 프로젝트의 특징은 `심증은 있되, 물증은 없는` 사례가 많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장서들에는 물음표가 찍혀 있다. 그 물음표의 뜻은 `심증은 있되, 물증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넓은 양해를 바란다.
 
 (7) 『다윈 온라인』 프로젝트의 다음 주제는?
 
 숨돌릴 기회를 좀 달라.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내면 어떡하나.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윈이 평생 동안 보유했던 장서`의 목록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 왔다. 나는 간혹 `다윈이 소장했던 책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이메일 요청을 받곤 한다. 다윈이 평생 동안 보유했던 장서의 목록을 출판한다면, 그런 의문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8707&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7-24    
원문
http://www.nature.com/news/take-a-virtual-voyage-into-darwin-s-library-1.15568

참고

http://darwin-online.org.uk/

http://darwin-online.org.uk/BeagleLibrary/Beagle_Library_Introductio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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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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