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인간, 똑똑해지는 대가로 체력 포기했다 생명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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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간은 큰 두뇌를 자랑한다. 큰 두뇌야말로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 서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큰 뇌를 지탱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새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똑똑해지기 위해 큰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인간이 큰 두뇌와 체력을 맞바꿨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 용적은 평균 1400CC로,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의 3배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그렇게 큰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뇌는 값이 매우 비싼 장기다”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뇌는 휴식기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침팬지나 다른 영장류의 2배를 넘는다. 1990년대에 영국 과학자인 레슬리 에일로와 피터 휠러는 소위 ‘값비싼 조직 가설’(expensive-tissue hypothesis)을 제창하고 “인간의 소화기는 본래 음식을 대사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뇌가 값비싼 비용을 치르도록 도와주기 위해 자신의 몸집을 상당히 줄였다”고 주장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과학원-막스플랑크 컴퓨터생물학 연구소’의 필립 카이토비치 박사(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4종의 동물을 대상으로 5개의 상이한 조직의 에너지 사용 프로파일을 분석했다. 5가지 조직 중 3가지는 뇌조직으로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고도의 인지기능 담당), 일차 시각피질(primary visual cortex: 시각 담당), 소뇌피질(cerebellar cortex: 운동 제어의 핵심)이었고, 나머지 2가지는 신장과 허벅지 근육이었다. 연구에 포함된 동물종은 인간, 침팬지, 붉은털원숭이, 마우스로 각각 사망 직후에 조직 샘플을 채취했다.
 연구진은 에너지 사용을 직접 측정하는 대신 대사체(metabolome or metabolites)라는 근사 지표(proxy indicator)를 이용했다. 대사체란 살아 있는 조직에 연료를 공급하거나 조직의 구조를 이루는 소분자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아미노산, 지방, 당, 비타민, 기타 화합물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각 조직별로 1만가지의 상이한 대사체를 탐지하여, 상이한 동물 간의 대사적·유전적 차이를 비교분석했다(동물별 개체수는 각각 14마리/명이었다). 분석 결과, 마우스, 원숭이, 침팬지 간의 대사체 프로파일 차이는 유전적 차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진화 과정에서 이들의 조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의 신장, 시각, 소뇌피질에서도 유의한 진화적 변화가 탐지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인간 전전두피질의 대사체 프로파일은 다른 영장류와 현저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간과 마우스의 분리시점’(약 1억3000만 년 전)과 ‘인간과 원숭이의 분리시점’(약 4500만년 전)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해 본 결과, “인간과 침팬지가 분리된 이후 약 600만년 동안, 인간의 전전두피질 대사체가 침팬지보다 4배나 빨리 진화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는 겨우 2%에 불과하다.) 인간 뇌의 인지능력이 다른 영장류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그리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연구진을 경악시킨 것은, 인간과 영장류의 골격근 대사체의 프로파일 차이였다. 인간의 골격근 대사체는 침팬지보다 8배나 빨리 진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차이가 단순히 환경 또는 식단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원숭이들을 현대인과 유사한 생활방식에 노출시켜 보았다. 연구진은 12마리의 마카크 원숭이를 6마리씩 두 그룹으로 나눠 독방에 넣고, 한 그룹에게는 지방과 당이 많이 함유된 (익힌) 먹이를, 다른 그룹에게는 익히지 않은 식물성 식품을 먹였다. 12마리의 원숭이들을 야외에 놓아 기른 17마리의 원숭이들과 비교해 본 결과, 대사체의 차이는 미미한 수준(인간에게서 발견된 대사체 변화의 3% 정도)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실험결과는 식단이나 환경의 변화가 인간과 영장류 간의 대사체 진화속도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핵심적인 검사를 했다. 그것은 마카크 원숭이, 침팬지, 인간의 힘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극소수의 초기 연구들이 “인간은 몸집을 기준으로 할 때 힘이 약한 편”이라고 보고한 바 있지반, 인간과 영장류의 힘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연구결과는 발표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연구진은 마카크 원숭이, 침팬지, 인간으로 하여금 적당한 무게의 물건을 힘껏 당기게 하는 실험방법을 고안해 냈다(첨부 동영상 참조). 연구진은 원숭이, 침팬지, 인간이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원숭이와 침팬지에게는 먹이를, 인간(5명의 대학 야구선수와 4명의 전문 산악인 포함)에게는 ‘칭찬과 권면’을 보상으로 제공했다. 검사 결과, 인간의 힘은 원숭이와 침팬지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연구진이 내세운 가설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혈통에서 큰 뇌와 약한 근육이 병행 진화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두 조직 간의 에너지 자원 재분배를 위한 것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상충관계의 개념은 간단해 보이지만, 진화론에서는 간단한 설명이 최선의 설명인 경우가 많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대사율의 차이가 근력의 차이를 초래한 이유를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침팬지와 인간의 허벅지 근육을 비교해 보면, 뚜렷한 구조적 차이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과 침팬지의 에너지 사용 차이를 초래한 원인을 밝히려면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하버드대의 대니얼 리버만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논문은 매우 쿨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연구결과가 뇌와 근력의 진화과정에 있어서의 상충관계를 시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침팬지보다 힘이 약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운동능력이 침팬지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아직도 많은 근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을 야수적인 힘(brute power)에 사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생존능력을 향상시키는 작업에 사용한다. 인간은 보다 크고 명석한 두뇌를 갖고서, 효과적인 사냥방법, 요리, 자원공유 등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달리 말해서,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승리는 힘센 자가 아니라 영리한 자의 몫이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6963&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6-13    
※ 관련 동영상: http://bcove.me/ikg29ovz
원문http://www.plosbiology.org/article/info:doi/10.1371/journal.pbio.1001871

 

참고자료

어린아이가 침팬지새끼보다 늦게 자라는 이유는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

http://theconversation.com/why-do-human-children-stay-so-small-for-so-long-34780?utm_medium=email&utm_campaign=Latest+from+The+Conversation+for+1+December+2014+-+2142&utm_content=Latest+from+The+Conversation+for+1+December+2014+-+2142+CID_940189ec7a03474663eaa2ac4be8c5c0&utm_source=campaign_monitor_uk&utm_term=Why%20do%20human%20children%20stay%20so%20small%20for%20so%20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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