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문어의 발은 왜 비비 꼬이지 않을까? 생명건강

 Pulpos-Fotografa-Kasmil.jpg » 문어.https://www.flickr.com/photos/kasmil/

 

 문어에는 여덟 개의 발이 있다. 거기엔 수백 개의 빨판이 달려 있어, 닿는 물체는 무엇이든지 반사적으로 흡착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문어발이 자기 자신에게 달라붙는 적은 없다.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이 문어발에 얽힌 비밀을 알아냈다고 5월15일 발표했다. 문어의 피부에서 화학물질이 분비돼 자기 몸에 빨판이 달라붙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교의 가이 레비 교수(신경과학)는 “문어발에는 빨판이 자신의 피부에 달라붙지 않도록 예방하는 메커니즘이 내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  최근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을 모방한 연체로봇(bio-inspired soft robots)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레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문어발을 하나 잘라 다양한 실험을 했다. (동물학대라고 비난하지 마시라. 왜냐하면 문어는 자연 상태에서 간혹 발을 잃는 수가 있지만 조만간 재생되며, 발 하나가 없어도 당분간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절단된 문어발은 1시간 이상 활발하게 움직이며 모든 물체를 단단히 움켜쥐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절단된 문어발이 달라붙지 않는 물체가 딱 3가지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몸(절단된 문어발의 임자), 다른 살아 있는 문어, 다른 (절단된) 문어발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이 문어발의 껍질을 벗긴 다음 다른 문어발에 갖다댄 결과,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문어발이 절단된 문어발을  덥석 움켜쥐었던 것이다.
 그리고 연구진이 절단된 문어발을 본래의 임자(다리가 잘린 문어)에게 내밀어 본 결과, 문어들은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즉, 문어들은 잘린 발을 어루만지거나, 그 주위를 빙빙 맴돌며 춤을 추지만 결코 흡착하지는 않았다. (멀쩡한 문어들도 마찬가지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잘린 문어발의 절단면(문어발과 몸체가 붙어 있던 부분)을 만졌을 때의 반응은 좀 달랐다. 문어들은 이 부분을 잡아당겨 주둥이에 갖다대고, 마치 상처를 핥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이 부분에는 피부가 존재하지 않으며, 맨살이 노출되어 있다.)

 

 

 
문어는 절단된 자기 발을 알아본다
 
 연구진은 “문어가 다리를 잃은 후에도, 자기 몸에 붙어 있었던 발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어들은 다른 문어에게서 떨어져나온 발을 - 다른 먹이를 사냥할 때처럼 - 날쌔게 움켜쥐었으며, 때로는 그것을 먹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Octopus vulgaris에게서 두드러졌는데, 이 문어는 동족끼리 잡아먹는(cannibalistic) 종으로 알려져 있다.
 문어가 이런 자기인식 시스템을 진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문어발은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문어의 뇌는 모든 발의 정확한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문어는 자구책으로, 모든 발에 자체적인 운동제어기(motor controller)를 장착한 듯하다. 이 제어기는 신체의 다른 부분과 독립적으로 자신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때로는 뇌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어는 어찌됐든 절단된 발을 움켜쥘 수 있지만, 절단된 발은 문어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즉, 문어발에 내장된 프로그램과 뇌의 중앙통제시스템 사이에는 종종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문어의 뇌는 매우 복잡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어쩌면 고도의 인지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문어의 주된 감각은 시각이 아니라, 화학적 감각과 촉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문어의 운동을 통제하는 핵심 메커니즘은 중추신경과 말초신경 간의 조화”라고 캐나다 레스브리지대의 제니퍼 매더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실 이번 연구는 2%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문어발의 자기인식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을 동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추신경과 말초신경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많은 사항(상호작용의 유형,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소 등)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가 향후의 연구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6361&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5-21     
※ 원문정보: 1.Nesher, N., Levy, G., Grasso, F. W. & Hochner, B., “Self-Recognition Mechanism between Skin and Suckers Prevents Octopus Arms from Interfering with Each Other”, Curr. Biol. http://dx.doi.org/10.1016/j.cub.2014.04.024 (2014).
원문 
http://www.nature.com/news/why-an-octopus-never-gets-tangled-1.1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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