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 미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서식하는 회색곰.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먹이식물이 줄어들자 초식에서 육식으로 식성이 바뀌었다. nature.com

미 옐로스톤국립공원 회색곰 회생 성공

기후변화로 먹이식물 줄자 육식도 병행

정부 자문위, 보호대상 동물 제외 권고

 자그마치 40년간 멸종위기종 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의 보호를 받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옐로스톤국립공원의 회색곰(grizzly bears)은 미국 정부에 뜻밖의 성공 스토리를 안겨줬다. 수십년간 목장주, 사냥꾼, 공원 방문객들에 시달린 끝에 1975년 136마리로 줄어 보호대상 동물 목록에 이름을 올린 회색곰은, 이제 700마리 이상으로 불어나 공원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지난달 야생동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 자문위원회는 회색곰을 보호대상 동물 목록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야생동물 보호단체들은 “정부가 기후변화로 인해 회색곰의 먹이(특히, 흰껍질소나무 열매)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옐로스톤 지역의 기온 상승으로 소나무좀, 털녹병균 등의 해충이 늘어나 나무를 황폐화시킴으로써 회색곰의 에너지원인 잣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원 중심부의 호수에서는 침입 외래어종이 우글거려 토종 붉은반점 송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송어 역시 회색곰이 즐겨먹는 먹이다.
 “옐로스톤국립공원의 회색곰은 먹이부족과 생태계 변화라는 유례없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고 몬태나주 리빙스턴의 생물다양성센터에서 록키산맥 북부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루이자 윌콕스는 말했다. 리빙스턴의 생물다양성센터는 “회색곰의 보호동물 지정이 조만간 해제될 것”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2007년 다른 단체들과 함께 미국 정부를 고소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 후 한 지방법원은 “흰껍질소나무가 감소하고 있어 회색곰의 먹이 부족이 우려된다”며 회색곰 보호조치를 계속 유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회색곰 수가 늘어나면서 서식처가 국립공원밖까지 넓어졌다. nature.com

옐크, 들소 등 잡아먹고 체지방 유지

육식 지속하다보면 인간과 충돌 가능성

지난해 11월 발표된 미 지질조사국 보고서에 의하면, 회색곰은 달라진 생태계에 나름 탄력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들은 엘크와 들소를 잡아먹음으로써, 생존 및 번식에 필요한 체지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어류 야생동물 보호국에서 회색곰의 생존노력을 감시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서브힌 박사(생물학)에 따르면, 회색곰의 행태변화(식성변화)는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한다. “곰은 유연성이 강해 뭐든지 먹을 수 있다. ‘곰이 먹는 것이 뭐냐?’라는 질문보다 ‘곰이 먹지 않는 것이 뭐냐?’라는 질문이 대답하기 훨씬 쉽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곰의 식성변화가 값진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고기를 먹으면 여러 모로 위험하다. 곰이 육식을 하게 되면, 성숙한 곰의 경우 인간과 맞닥뜨릴 위험이 높아진다. 예컨대 가축 소유자와 엘크를 노리는 사냥꾼이 바로 그들이다. 한편 어린 곰의 경우, 공격성 강한 어른 곰이나 늑대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어린 곰의 생명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예일대의 데이비드 맷슨 박사(생태학)는 말했다.
 미국 정부가 회색곰의 보호동물 지정 해제를 밀어붙인다면, 그 시기는 빨라야 올해 3월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 어류 야생동물 보호국은 60일간의 여론수렴 기간을 거쳐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에 만족할 야생동물 보호단체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미 정부와 야생동물 보호단체들이 회색곰의 미래에 관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4307&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1-23     
원문
http://www.nature.com/news/yellowstone-grizzlies-face-losing-protected-status-1.14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