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발광식물, 제3의 불이 될 것인가 에너지식량

photo-main.jpg » 킥스타터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발광식물 이미지. 펀딩이 완료됐다는 표시가 보인다.

도시 가로수들이 가로등처럼 빛을 뿜어낸다면 어떨까.
공상처럼 들리는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영화 <아바타>를 보면 행성 판도라에 빛을 내는 식물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등장하지만 물론 이는 영화기술이 구현해낸 장면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공상과학류의 장면 역시 인간의 꿈을 담고 있기에 가능한 것. 실제로 발광식물의 개발은 과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연구해온 과제 가운데 하나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성제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유전공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발광식물의 탄생이 일부 실현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다”고 설명한다.
발광식물의 구현 원리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생명체의 유전자를 가진 식물 세포에 집어넣어 그 유전자가 식물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반딧불이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반딧불이에 있는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 덕분이다. 루시페라아제는 ‘횃불 운반자’라는 뜻의 루시퍼에서 유래된 말인데, 이 효소가 세포 안에서 루시페린이라는 물질과 화학반응(산화작용)을 일으켜 만들어 내는 옥시루시페린이 가시광선의 빛을 내는 원리다.   
 발광식물은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생물체가 만들어내는 빛에서는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내년부터 국내에서 퇴출되는 백열전구의 경우 전기에너지의 빛 전환효율이 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에너지 효율이다.
또 식물이 자라면 발산하는 빛 에너지의 양도 자연히 늘어나 에너지 효율은 더욱 좋아진다. 게다가 빛을 내기 위한 별도의 전력공급도 필요 없으니 환경친화적이기까지 하다. 나아가 이런 발광 유전자 기술을 인체에 적용할 경우 색깔로 질병을 진단할 수도 있다.
256222abbca05f65c0853a5f430230f2_large.jpg » 발광식물의 역사를 보여주는 일러스트레이션.

발광식물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 와서야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반딧불이에서 분리한 루시페라아제 유전자를 담배풀에 주입해 담배풀 뿌리와 줄기, 잎의 일부가 형광색으로 빛나게 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발광식물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유전공학 기술의 빠른 발전에 힘입어 가속화하고 있다. 2010년 미국 스토니부룩대에서는 루시페라아제와 루시페린을 전부 세포 안에서 만들어 식물 혼자서 빛을 낼 수 있는 담배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커서 미국의 바이오글로우, 바이오큐리어스 같은 업체들도 발광식물 연구개발에 나섰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글로잉 플랜트(발광식물)’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다. 지난 4월 투자금 모금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사업가와 연구진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다. 겨자과 식물인 애기장대를 발광식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40달러를 낸 사람에게는 발광식물의 씨앗을, 150달러를 낸 사람에겐 싹을 틔워 키운 발광식물 자체를 보내줄 예정이다. 4월23일 투자자 모집을 시작해 3일만에 목표액 6만5천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후에도 모금을 계속해 6월7일까지 8천명이 넘는 투자자들로부터 50만달러에 가까운 투자금을 모으고 모금 활동을 마쳤다. 프로젝트팀은 초과금액을 다음 단계인 ‘발광 장미’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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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 수석연구원은 “그러나 발광식물 개발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우수한 양과 질의 발광식물을 개발해야만 실용성이 있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것들은 빛의 강도가 약해, 어두운 곳에서 희미한 빛을 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빛을 낼 수 있는 시간도 5분을 넘기지 못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발광식물은 유전자조작 식물이라는 점. 이는 다른 유전자조작 식물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논란에 부닥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벽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로잉 플랜트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몇몇 환경단체들이 프로젝트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프로젝트가 유전자조작 식물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연구개발 중단을 요청했다.
만약 발광식물이 목표대로 개발돼 가로수와 가로등을 대신할 정도가 된다면 어떨까. 바이오큐리어스 창업자인 안토니 에반스는 “가로 세로 10미터의 공간을 밝힐 수 있는 발광나무를 개발하면 가로등을 식물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 수석연구원은 “서울시 전체 전력 소비량의 30%가 조명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발광식물은 전기 에너지 절약, 나아가 화석에너지 절감의 획기적인 대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 최초의 불을 발견했다면, 발명가 에디슨은 전구라는 제2의 불을 발명해냈다. 이제 에너지효율 100%를 자랑하는 발광식물은 ‘제3의 불’로 주목받을 수 있을까.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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