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이 두 살? 끔찍이 두 살! 생생육아

"도와줘요! 우리 집에 토들러가 있어요!"

미국에서 출판된 한 육아서의 제목이다. '토들'(toddle)이란 짧은 보폭으로 아장아장,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의미하는 말로, '토들러'는 만 1세에서 만 3세까지의 유아를 가리키는 말이다. 육아 초기에 무언가를 검색하다 우연히 저 책의 제목을 알게 되었을 때, 나와 남편은 그저 재미있다며 웃어 넘겼다. 그러나 만 2살, 26개월 차의 케이티와 징글징글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요즘, 우리는 그야말로 저 책 제목을 매일같이 외치고 있다. 아 정말, 누가 좀 도와줘요!!


우리가 미운 네 살, 미운 일곱 살 하듯이 미국에서 만 2살 유아는 '테러블 투'(terrible two)라고 불린다. 처음엔 '깜찍' 수준이던 케이티의 장난과 밀당이 점점 '끔찍' 수준으로 변모해가는 것을 볼 때면, 왜 만 두 살 아이들을 '테러블 투'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된다. 우리 부부가 꽤 인상깊게 읽었던 <유아의 감정생활>("The Emotional Life of the Toddler")이라는 책에는 제목처럼 유아기 아이들의 일상적인 감정기복, 그에 따른 갈등 양상이 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는 유아기의 아이들이 한 시간에 세 번 꼴로 주 양육자와 갈등을 겪는다고 되어 있는데, 처음 그 구절을 읽었을 땐 한 시간에 세 번이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케이티와 우리를 보면 분명 한 시간에 두어번 씩 갈등이 일어난다. 갈등에 대해 매번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최대한 '조율'해가며 넘어가고 있어 큰 소리 낼 일은 많지 않지만 말이다.


우선 놀이와 장난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우리는 매일 아이의 지시에 따라 '숨은 물건 찾기'를 해야 한다. 온 방안을 다 뒤져가며 "우리 케이티가 그걸 어디다 뒀을까~?" 넌지시 물어봐도 눈웃음을 살살 치며 모르는 척 하고, 결국 우리가 찾아내면 배시시 웃으며 방 안으로 도망쳐서는 방문을 꽝- 하고 닫는다. 잘 시간이 다 되어 양치를 해야 하는데 칫솔을 찾지 못해 온 방안을 헤집는 날도 다반사다. (칫솔을 아이 손 안 닿는 곳에 잘 두면 되는 것을, 하루 종일 놀다 보면 또 잊어버리고 어느새 아이 손에 칫솔을 들려주는 내 잘못이긴 하다.) 딸기를 먹다 말고 썰어보겠다며 도마와 칼을 달라고 해서 기어이 딸기즙을 내놓고, 책에 나오는 '드럼치는 원숭이'를 따라하느라고 온갖 통을 꺼내 부엌 바닥에 엎어놓고 두두다다 드럼을 친다. 물놀이는 또 어찌나 좋아하는지, 세면대 마개를 막아놓고 물을 튼 다음 비누를 풀어 비눗물을 만들어 놓고 장난감 자동차를 가져다 풍덩거리며 논다. 뭐 그것까진 괜찮다. 그런데 "물 넘칠 것 같으면 물을 빼야 해~"하고 얘기하면 "응~" 해놓고서는 물이 찰랑거릴 때까지 넋놓고 놀다가 놀라서 "엄마~~~~~"하고 달려올 때면 "으이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칫솔에 비누를 묻혀 이를 닦다가 쓴 맛에 놀라 울며 달려온 적도 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실험' 겸 '놀이'로 그냥 어여쁘게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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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먹다 말고 썰어 즙을 내놓고는 의기양양하게 "딸기잼!"이란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아이가 작정하고 방해하려 들거나 몇 있지도 않은 집안 살림을 거덜낼 때는 정말 힘이 든다. 청소기를 돌려야 하는데 꼭 그 먼지 나는 흡입구 옆에 딱 붙어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며 기어다닐 때는 정말 어디 한 군데 붙들어 매 놓고 싶은 심정이고, 기저귀를 갈자는데 단호한 표정으로, 그러나 요리조리 도망다니며 "Nope!" 할 때는 정말 확 낚아채 잡아 눕히고 싶다. 집에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 그 "Nope!"은 어디서 배워가지고 저렇게 적재적소에 써먹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내가 아이 앞에서 가능하면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기 위해 순화해서 쓰는 "아, 진짜!"라는 말을 따라 하며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요리할 때 하도 징징거려서 주방 한켠에서 물놀이를 하게 했더니 어느새 냄비에 물을 붓고 면봉 한 통을 다 쏟아부어 못 쓰게 만들지를 않나, 물이 들어 있는 주전자에 먹던 빵조각을 집어 넣고 휘휘 젓질 않나. 아까운 줄도 모르고 휴지를 마구 뜯어다 물에 집어 넣고, 8년 쓴 카메라를 마구 만져 버튼을 고장내고, 7년 쓴 노트북 컴퓨터의 자판을 한 개 두 개 뜯어내더니 그 앞에서 물을 엎질러 결국 고장을 내고.. 그 덕에 내 노트북은 사망선고를 받고 남편의 오래된 노트북을 꺼내 쓰고 있는데, 한국어 자판이 잘 먹히지 않아 글을 쓰다 속이 터질 지경이다. 그래도 아이 딴에는 호기심에 그런 거지 무슨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니 뭐라 할 순 없다. 그저 우리끼리 탄식을 할 뿐. "너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집 가난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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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사이 면봉 1/3통을 물에 넣어 휘휘 젓고 있다. 그것도 펜으로..>


그런가 하면 이 시기 특유의 발달 단계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도 있다. 케이티는 지금 약 한 달 가량, '자기주도 배변훈련' 시기에 들어갔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급히 탈부착식 유아변기를 샀는데, 막상 거기 앉으면 나오려던 똥이 도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굳이 변기에 앉아보고는 싶은지 "똥, 똥!"하면 얼른 아이를 들어다 변기에 앉혀줘야지 안 그러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하지만 올라가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내려오겠다고 기저귀를 입혀라 바지를 올려라 다시 난리가 나고, 그래서 변기에서 내려주면 또 금방 "똥! 똥!" 하고는 화장실로 후닥닥, 한다. 그걸 서너 번, 많게는 예닐곱 번씩 하고서는 결국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저귀에 싸는데, 그 모든 과정을 끝내는 데 3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아이 손에 이끌려 화장실에 들락날락 하다보면 내 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만 같다.


거기다 요즘은 낮잠까지 건너뛰는 날이 많아서 몸마저 고되다. 일주일에 한 두 번 꼴로 눈이 오고, 눈이 한 번 오면 10센티 이상 오며, 바람이 불면 영하 20도 안팎으로까지 떨어지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갈 수가 없는데, 신체활동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요즘 케이티는 이삼일에 한번 꼴로 낮잠을 건너뛴다. 밤 8시 반에 잠들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참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이 아이 덕분에 나는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8시 반까지, 그야말로 '풀타임' 노동을 하고 있다. 혼자 놀 수 있으면서 꼭 뭐든 같이 해야 한다고 고집 부리는, 낮잠 자자고 꼬드기는 내게 'Nope!'을 외치며 도망 다니는 두 살 아이. 잘 노는 듯 보여 슬그머니 책을 집어 들면 어느새 쪼르르 달려와 책을 빼앗아 탁, 놓고는 "엄마 책, 다했다!" 하는 두 살 아이. 하루에도 수 십 번, 같은 노래 같은 율동, 같은 책 읽기를 반복해 줘야 하는, 한창 말 트이기 시작한 두 살 아이.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은 나에게 요즘의 케이티는 정말 '테러블 투' 그 자체다. 아 정말 누가 좀 도와줘요, 우리 집에 토들러가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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