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간다, 맘스 라이징(Moms Rising) 생생육아

세계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170개국 국가가 보장하는 유급출산휴가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군데 있다. 어디일까? 정답은

 

 

파푸아 뉴기니, 그리고 미국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

많은 경우 우리에게 한국보다 이런저런 사정이 좋은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이곳 말이다.

 

예전에 다른 글에도 썼던 것처럼, 이곳의 보육시설은 생후 6 아기들부터 받을 있게 되어 있다. 이유도 바로 이런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1993년에 도입된 가족의료휴가법(Family and Medical Leave Act) 출산한 여성 또는 새로 입양된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여성들에게 최대 12주간의 휴가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때 휴가 유급 휴가가 아니라 무급 휴가다. 있으나마나한 무급휴가도 아무나 받을 있는 아니다. 50 이상의 직원을 고용해 1 이상 영업해온 사업장에서 과거 12개월간 근무한 시수가 1,250시간 이상인 여성만이 귀하디 귀한(!) 무급 출산휴가를 받을 있다.

 

물론 이런 무급휴가는 여성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므로, 남성들이 출산/육아를 위해 휴가를 있는 권리나 의무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사정이 이러니 저소득 가구에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출산과 육아는 굉장한 부담이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여성들은 생후 되지 않은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고 추슬러지지 않은 몸으로 다시 일을 하러 나선다. 산모 4명중 1명이 출산 10일만에 복직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자의로든 타의로든 복직을 포기한 여성들은 꼼짝없이 무급 가사육아노동자로 집에 묶이는 신세가 된다. 이런 여성들에게 돌아오는 그러게 형편도 좋으면서 애는 낳아?”하는 비아냥, 혹은 니네 어린 애들 볼모로 정부 보조금 타먹으려고 자꾸 낳는 거지?” 하는 인신공격이다. 길면 1 넘게 대기를 타야 하는 정부 보조 무상 보육 프로그램에 아이를 넣기 위해, 한달 식비 일부, 분유값 일부를 지원해주는 한시적 복지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해 아이를 낳을 여성들이 얼마나 된다고 그런 생트집을 잡는 걸까.     

 

연방정부의 수준이 모양이니 정부의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25 주에서 출산휴가 관련 법안을 입법 혹은 시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기업에만 해당되고, 그나마도 임금의 절반 정도를 지급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재정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는 기업들의 입김에 밀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거나 통과 되어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유급출산휴가를 보장한다고 하는 몇몇 주가 실은 임신/출산을 한시적 장애’(disability) 규정해 장애보험의 일환으로 급여를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신/출산으로 업무 수행을 없는 상태를 순전히 기업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이런 불쾌하고 어이없는 법안이 존재하는 것인데, 십여년 임신은 기업 입장에서 불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사람이 지금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이상, 이런 관점은 앞으로도 달라질 같지 않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에서도 남성은 여지없이 배제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정도만이 남성에게 임금의 절반 정도를 지급하는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있을 , 다른 주에서는 남성들이 며칠 병가를 내거나 여름 휴가를 비축해 두었다가, 혹은 급여를 몽땅 포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산모와 아이를 돌보는 것이 그들이 있는 최선이다.     

 

미국 사회에 나타나는 이런저런 모습들은 어찌 보면 굉장히 모순되는 광경이다. 이를테면 미국인들은 분명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부분이 있다자기소개를 그냥 엄마야.” 하고 소개를 하면 누군가 한마디 한다. “ 엄마로 사는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냥이라는 말을 붙이니? 말은 !” 5 , 임신/출산의 힘겨운 소용돌이를 겪을 많은 사람들, 비영리/의료 기관들, 종교/교육 단체들이 우리를 기꺼이 도와준 이유도 때문이다. 지인들이 수시로 내밀며 아이를 돌보아준 덕에 아이가 살이 지금까지 남편과 단둘이 육아를 하면서도 간간이 숨통을 틔울 있었고, 엄마 아빠가 운동하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헬스장도 가까이에 있다. 어딜 가나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있을 만큼 아빠 육아 보편적이고, 가족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 많아 육아로 인한 고립감을 덜어내기도 한국에 비해 수월하다. 그런데 이곳의 이런 육아 문화 비해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미국의 국가적 지원, 법적/제도적 장치는 너무나도 미비하다. 어쩌면 이곳의 이런 육아 문화가 실은 국가적 지원 부재로 인해 생겨난 결과물은 아닐까?

 

하지만 임신/출산/육아와 관련된 문제들은 문화적인 접근만으로는 해소될 없다. 실은 국가의 존립 자체를 좌우하고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가 바로 임신/출산/육아 관련 문제들이다. 그만큼 국가 공동체에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생각 끝에, 동안 이런 저런 수를 내어 각자도생 , 그러나 이제 이상은 견딜 없어 한껏 뿔이 미국 엄마들이 결국 자리에 모였다. 이름하여 맘스라이징(MomsRising).” 엄마의 이름으로, 엄마들을 위한, 엄마들에 의한 정치 운동을 펼치기 위해서다. 2006년에 만들어진 모임은 미국 여성과 미국 가정에 매우 중요한 문제들과 관련된 공공 정책을 개선하고 국가 수준의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단체의 활동 목표 1번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 바로 남녀 유급 출산/육아 휴직 도입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네마다 엄마 모임을 만들어 함께 이야기하고, 집회를 열고, 연설을 하고, 인터넷 상에서 엄마들을 상대로 교육하고, 함께 토론하고, 서명을 받고,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자리에 나가 의견을 직접 전달한다. 엄마 모임에서 다루고 있는 출산/육아 휴직 문제뿐이 아니다. 안전한 먹거리, 의료보험, 보육, 남녀 임금 격차, 총기 규제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판단되면 엄마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어 강하게 비판하고 그것이 여성, 가족, 아이들에게, 나아가 국가 전체에 옳지 않은 방향인지 설득한다.     

 

맘스라이징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모든 영역의 세계화에 미국이 첨병 노릇을 하고 있는 이상, 미국 사회의 문제는 세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출산/육아 휴직, 보육, 임금 격차, 먹거리, 여성과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안전과 건강 문제까지. 한국에서도 엄마들의 결집이, 엄마들의 정치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엄마들이 나서야, 아니, 엄마들이 나서면, 세상은 바뀔 있다. 엄마들은 다음 세대를 품고 낳아 돌보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제임스 오펜하임의 시구처럼, 여성들의 행진은 여성들만이 아니라 남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반갑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다른 엄마가 마침 한국에서 엄마들의 정치 운동 제안하고 나섰다(관련 글 링크: "엄마들이 정치에 나서야만 '독박육아' 끝장낸다!") 이 글에서 두리 엄마 장하나 님은 이렇게 썼다. “우리가 모여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으면 그것이 정치이고 정치세력화입니다. 그것이 정치 이전의 정치이고,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며, 그것이 가장 멋진 민주주의입니다.” 멋진 제안에 기쁜 마음으로 연대하려, 바다 건너 케이티의 엄마가 글을 썼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엄마들이 다음 대통령을 변화시켜야한다. 그러려면 우선 엄마들이 서로 만나야 한다. 일을 해내기 위해, “우리의 문제들을 정치적인 관점으로 다시 보고 정치적인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는만남의 장소가 여기 활짝 열려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 만나야 한다. 시민의 정치적 행동이 어떤 힘을 발휘할 있는지 확인했던 3월을 지나, 여전히 아프고 슬픈 4월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만나야 한다. 지금 여기, 엄마가 간다!

 

 

<엄마의 그리고 정치 ; 독박육아 평등육아>
-일시 : 4 22() 11~13
-장소 : 서울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2

(대방역 3 출구 도보 2, 유모차는 4 출구 엘리베이터 이용)
-4 별난놀이터에서 시간제 보육

(24개월~초등학교 3학년, 시간당 1천원)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세요.
-24개월 미만 아기,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어린이도 걱정 말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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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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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로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연재를 마칩니다. 

곧 새로운 연재, <케이티네 헌책방>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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