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이후 몰락하는 세계 핵산업계(상) 원전을 멈춰라

후쿠시마 이후 몰락하는 세계 핵산업계 (상)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 2012, 핵발전 비중 4.3% 감소

 

핵산업계가 계속되는 세계경기 침체와 후쿠시마 핵사고, 가열되는 경쟁과 운영난으로 인해 극심한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6일 발간된 세계핵산업동향보고 2012(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2)에 따르면 전 세계 핵발전은 429기, 364GW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핵발전 수가 최대였던 2002년 444개 보다 15개가 줄어든 것이고, 세계 전력 생산에서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3년 17%에서 2011년 11%로 하락했다.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지난해(2010년) 대비해서는 4.3%가 줄어들었다.

 

보고서.JPG 세계적인 에너지정책 컨설턴트 마이클 슈나이더가 주저자로 작성한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 2012
 


신규발전소보다 폐쇄되는 발전소가 더 많아
후쿠시마 사고는 세계 각국의 핵발전 정책을 변화시켰다. 독일, 스위스, 벨기에, 대만 4개국은 탈핵을 위한 목표시점을 정하고 추진 중이다. 이집트, 이탈리아, 요르단, 쿠웨이트, 태국은 더 이상 핵발전 프로그램을 시도하거나 재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핵발전 국가로 이란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1996년 루마니아 이후 처음이다. 이란의 등장으로 핵발전을 하는 나라는 31개국. 그 중 6개국(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한국, 미국)이 세계 핵전력의 70%를 생산한다. 지난 1년 6개월간 7기의 원자로가 추가로 건설되는 동안 19기가 폐쇄되었다(2011.1.1~ 2012.7.1). 일본은 7월 5일 오이3호기를 가동했고, 곧 1기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지만 나머지 핵발전소의 재가동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신규 폐쇄.JPG

 

세계 원자로 신규폐쇄수 현황 (1956년~2012년 7월)

 

늘어나는 핵발전소 건설비용
세계적으로 59개의 핵발전소가 건설중이지만 그 중 18기는 수십 년 동안 공사가 지연되고 있고, 41기는 지난 5년 이내에 건설을 시작한 것이거나 건설 날짜를 잡지 못해 애초 계획대로 완공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4분의 3이 중국, 인도, 러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불가리아와 일본에서는 한참 짓고 있던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
핵발전소 건설비용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유럽의 EPR 건설 비용은 지난 10년 동안 4배가 되었다(물가상승률 반영). 미국의 Watts-Bar-2 핵발전소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데 1973년에 건설을 시작해 2012년 전력망에 연결될 예정이지만, 2015년 말 또는 2016년으로 연기된 데다가 건설비용이 지난 5년간 60%가 늘어났다.  

 

핵산업계의 추락하는 신용과 주식가치  
지난 5년 동안 세계 11대 핵산업 관련 기업 중 7개사가 스탠다드앤푸어스사의 신용등급에서 강등되었다. 4개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상향된 기업은 하나도 없다. 최근 많은 신용 평가기관들이 핵발전 운영과 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 줄어드는 정부 지원 등을 고려해 관련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독일의 RWE와 E.ON이 영국에서 신규 핵발전 투자를 철회한 것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받았고, 지멘스도 핵발전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하면서 신용도를 높였다. 
영국 FTSE 100 지표(런던주식시장에 등록된 100개 기업에 대한 주식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하면 상황은 더 나쁘다. 12개 핵관련 기업의 주가 평가가 나빠졌다. 예외가 있다면 최근 영국에 새로운 원전을 짓는 계획을 철회한 스코티쉬 앤드 서든 에너지(SSE) 뿐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낸 동경전력(TEPCO)는 2007년 기준시점으로 그들이 얻었던 주식평가액의 96%를 잃었다. 더 놀라운 것은 같은 기간 세계 최대 핵발전소 운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 주식의 가치는 82% 하락했고 세계 최대 핵발전 시공업체인 아레바(AREVA) 주식 가치도 88% 하락했다.

 

주식평가 다시.JPG

 

          2007년을 기준연도로 핵산업계 주가 변동 : 동경전력은 2007년 주식평가액의 96%를 잃었고, 이어 프랑스 AREVA, EDF 순이다.  한국전력(KEPCO)도 50% 가량을 잃은 것으로 나타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
2011년 세계 핵발전 설비 용량이 줄어든 반면, 풍력은 41GW가 늘어났다. 중국의 풍력과 태양광 설비용량은 5년 사이에 50배 가까이 증가했고, 핵발전 용량은 1.5배가 증가했다. 2000년 이후 EU의 핵발전 용량은 14GW가 줄었고, 재생가능에너지는 142GW가 늘었다. 같은 기간 천연가스는 116GW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1년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액은 2600억달러로 2004년의 5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재생가능에너지 누적투자액은 1조 달러였고, 핵발전 투자액은 1200억 달러였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로 인한 전력 생산이 122TWh로, 갈탄(153TWh)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석탄(114.5 TWh), 핵발전(102 TWh), 천연가스(84 TWh)를 앞지른 것이다. 

 

세계 전력 투자 현황.JPG

                  핵, 풍력, 태양광의 세계 전력생산 증가 추이(2000년~2011년) 풍력 비중이 엄청나게 증가한 반면 핵발전비중은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후쿠시마 이후에 달라진 세계
3월 11일 이후 15개월이 지났다. 후쿠시마 사고가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영향을 미치면서 핵산업계의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15년 전 핵발전은 일본의 전력의 3분의 1을 공급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 가동되는 핵발전소는 1개뿐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핵발전은 운영 시스템, 경제성, 환경성, 사회성 등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1973-197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발전을 통한 전력생산량이 2000년 3,600-5,000 GW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은 전망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안토니 프로갓은 "핵발전 시장은 매년 줄어드는 반면, 재생가능 에너지는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다. 핵발전 기술이 재생가능에너지 기술 보다 비싸져 이런 경향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저자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이 핵산업계의 유일한 생존전략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심각한 안정성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수명만료 시설을 계속해서 가동하려는 핵발전업계의 압력에 핵안전당국이 어떻게 또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 보기 www.WorldNuclearReport.org

이유진(에너지기후정책 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번 편에는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 전반을 정리하였습니다. 다음 편에 보고서 상에 나타난 한국의 핵발전 정책에 관한 부분을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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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고, 녹색당 당원 이유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