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론과 평화프로세스의 부재 통일대박과 드레스덴 연설

지난 16일 신년 첫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225일 취임 1주년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0%를 상회했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뛰어넘어 통일을 새로운 의제로 제시하는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는 오히려 진보쪽에서 나왔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통일대박론과 통일준비론이 남북관계를 넘어 국내정치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과연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통일대박의 전략적 선택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업그레이드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 건 분명하다. 그건 지난해 11월 프랑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도 나타난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는지를 묻자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이다. 이런 입장은 신년회견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으며 이번 독일 방문에서도 거듭 강조되고 있다. 325, 26일 잇따라 보도된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자이퉁> 공영방송 <ARD>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남북대화에 대해 항상 열린 입장이라며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업그레이드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으며, 어떻게 업그레이드 하려는 것인가? 우선 한반도 비핵화와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6월 베이징에서의 첫 회담에 이어 9월 상트페테르부르그 G20, 그리고 한달 뒤인 10월 발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잇따라 만났다. 헤이그에서의 정상회담까지 포함하면 4번이다. 11월엔 양제츠 국무위원이 방한해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처음으로 한중전략대화를 했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최상의 한미관계를 과시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한중관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그레이드의 방향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본격화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그리고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울에 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드레스덴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과 합의한 나진·하산 물류사업 참여의 남북러 협력사업과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한 남··중 협력사업이라는 두 날개를 갖게 된다. 드레스덴 연설에는 또한 북한의 안보우려도 다루는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를 처음으로 언급하고 있다. 동북아협력구상은 통일대박론에도 투영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33일 아시안리더쉽 컨퍼런스의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제가 꿈꾸는 한반도 통일구상은 한반도를 유라시아대륙과 연결해 동아시아 전체의 성장동력이자 번영의 불빛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맥으로 본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한반도 철의 실크로드 구상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번영정책의 박근혜식 버전인 셈이다.

평화 프로세스의 부재와 한중의 전략적 협력관계

  이제 남은 것은 남북이 협상을 통해 대결을 협력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다. 현실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통일 대박은 공허한 담론이 될 것이고, 북이 호응하지 않는 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일방적인 요구로서의 신뢰만 있을 뿐 프로세스는 존재할 수 없다.

남이 통일대박론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면, 북은 116중대제안을 통해 북남관계의 활로를 열어나가자고 나왔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상봉 등 북남관계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상호비방 중단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단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실질적 조처들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남북이 청와대와 국방위간 고위급 접촉이라는 채널을 만든 건 중요한 진전이다. 남북은 214일 이 고위급 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비방 중단에는 합의했다. 북은 이산가족 문제에 합의한 것은 “‘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꿰는 사안으로 보는 남조선 집권자의 의중을 최대한 심중히 고려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핵 재난 문제로 한정하긴 했지만 북이 남과 핵문제를 협의하겠다는 건 변화된 태도였다. 반면 남은 북이 요구한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은 추후 논의로 미뤘을 뿐만 아니라 상호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하는 것으로 모호하게 처리해 의제화마저 거부했다.

  남북이 상호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지 못하는 한 드레스덴 연설은 일방적 선언에 머물 것이다. 드레스덴 연설 사흘 뒤인 331일 북이 보여준 것은 백령도 인근을 비롯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의 대규모 해상사격 강행사태였다. 남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처와 북핵 폐기를, 북은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 대북적대정책 해소를 내걸고 있다. 둘 다 평화의 문제다.

그러나 드레스덴 연설에는 평화의 프로세스가 없다. 남북간 동질성 회복을 위해 교류협력을 확대하며, 국제합의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북한에 대한 단계적 협력과 국제적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데 멈춰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취했던 5.24 조처를 스스로 완화한 유연한 대북접근 정책에 가깝다. 차이가 있다면 이명박 정부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면, 한중의 전략적 협력에 더 강조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핵을 경제의 논리로 풀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 무력강화와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뢰 또는 북이 원하는 경제발전은 핵을 포기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북한의 경제협력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이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경제발전의 병진정책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남북은 여전히 문제해결의 열쇠를 손에 쥐고 있지 못하다.


2014년 4월 15일 동아시아 재단(East Asia Foundation)이 발행하는 정책 논쟁
( http://www.keaf.org/book/EAF_Policy_Debates_kr) 1호로 게재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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