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도 '천지개벽'인가- 창바이산화 본격화 백두산

백두산인가, 창바이산인가-기억과 현실 그리고 2014년 창바이산의 오늘

한겨레 2008.05.15 본지 9면 6판 2957자 강태호

중국 창바이 공정공항·스키장 개발 광풍

중 지도부, 지역균형발전 위해 발벗고 나서 /사계절 관광지화 추진동계올림픽 준비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선 퍼주기 비난 두려워 머뭇머뭇” 남북협력의 백두산 개발 멈춰서

백두산의 중국쪽 최고봉인 천문봉(2670m)에 오른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7일 추운 날씨 탓에 외투를 빌려 입고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비석의 천지글씨는 덩 샤오핑이 지난 1983년 여름 이곳에 와서 썼다. 백두산/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년 전 오늘 <한겨레신문> 창간호 1면은 창간사를 왼쪽에, 큼지막한 백두산 천지 사진을 오른쪽에 나란히 실었다. 천지 사진이 1면 머릿기사의 하나인 셈이었다. 일본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구보타 히로지가 찍은 사진이었다. 그때 우리는 제대로 된 백두산 사진도 없었다. 웅장한 열여섯 연봉의 능선들이 천지를 호위하는 듯한 모습을 담은 사진설명은 이렇게 시작한다. “백두산 천지 그 넘쳐 흐르는 맑은 가슴은 43년 넘어 삭이고 또 삭이는 우리들 그리움의 끝이자 희망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백두산은 아직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다.

우리는 백두산에 가는 건가.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 백두산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보고 듣게 되는 건 장백산(창바이산)이다. 중국에서 백두산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금기어다. 2005년 당시 왕민 길림성 성장은 백두산 관할을 연변 조선족자치주로부터 성 직속의 장백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로 옮겼다. 그리고 백두산 지역의 한자·한글 병용 간판을 떼고 한자와 영문 간판으로 바꿨다. 우리는 그럼에도 자꾸 백두산으로 읽고 말하려고 한다. 북파 산문의 도보 코스에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폭포에도 장백폭포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우리에겐 백두폭포다.

그러나 71일 개항하는 장백산공항은 어떤가. 중국은 지난 4월 이를 백산 장백산(바이산 창바이산)공항으로 공식명칭을 붙였다. 그뿐이 아니다. 연길담배공장이 만든 담배는 장백산’, 인삼도 장백산 인삼이다. 그걸 모두 백두로 바꿔 말하는 일이 가능할까? 백두는 과거의 기억이 되고 있으며 이제 장백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5월 초 백두산 관광은 비수기다. 1년 중 성수기는 6월 말에서 8월 말로 관광철은 길어야 넉 달이다.

 인천공항에서 탄 비행기는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오전 950분발 비행기로 연길에 내려 차를 타고 이도백하(얼다오바이허)를 거쳐 북파 산문 안에 있는 장백산국제관광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5(한국시각 오후 6)였다. 8시간 만에 백두산 정상 밑에 왔다. 장백산국제관광호텔의 투숙객은 본지 취재팀이 전부였다. 총련계 재일동포인 박정인 호텔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돈벌이 안 되는 곳에서 가장 비싼 숙박비를 받고 있다망하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했다. 산에서도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다. 눈이 있어 산행이 쉽지 않고 날씨가 변덕스럽고 나쁜 탓이다.

 백운봉은 늘 흰 눈에 덮여 있거나 구름이 가린다 해서 그렇다 해도 다른 봉우리들도 눈이 남아 흰머리산 백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4월 말 그리고 며칠 전에도 눈이 내렸으며 우박도 내려 관광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고 재중동포 여행가이드가 말했다. 다음날 북파 코스의 정상인 천문봉에 올라 들으니 취재팀이 도착한 날엔 강풍으로 아예 등반이 금지됐다고 했다. 여행가이드들이 제일 곤혹스러울 때가 백두산 날씨가 어떠냐라고 물을 때라고 한다. 백두산 날씨는 가보기 전엔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 봉산이 사라진다

그러나 중국 쪽 백두산-장백산은 변화하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이른바 봉산이 없어졌다. 우리말로 하면 산행금지 조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엔 관광철 외에 특히 겨울철을 포함해 거의 반년 이상 산행을 못 했다. 길림성장백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 장위 부주임은 이제 장백산은 봉산 시대와 작별했으며, 국내 나아가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정상인이 모두 주봉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설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계절 관광지화는 관리위원회가 주도한 관광 인프라에 대한 집중투자로 가능해졌다.

악조건도 장점

장백산은 눈에 덮여 있는 시간이 세계에서 제일 긴 150일이나 된다. 중국은 이 악조건을 이제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키장 건설이다. 북쪽 기슭의 팔가자임업국 선봉임산작업소 안에 총 3400만달러(330억원)를 투자해 중국 최대의 선봉스키장을 지었는데, 1단계 공사를 마치고 올 1월 시험운영에 들어갔다. 98년 개방돼 최근 중국이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서파 쪽 산비탈엔 역시 1월 천연스키공원을 개장했다. <길림신문>은 지난해엔 장백산에서 여름 스키 경기가 열렸는데, 6월에 스키대회를 연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전했다. 스키장 건설은 그 자체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준비작업이기도 하다.

 ■ 올림픽의 훈풍

지금 장백산 변화의 중심은 장백산 공항이다. 스궈상 주임은 8월 개최되는 베이징올림픽 경제의 훈풍을 빌어 장백산 공항 건설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에 장백산에 대한 선전을 강화해, 휴가 중인 베이징 시민들을 비롯해 국내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는 홍보의 기회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리위원회는 2년 반으로 계획했던 장백산 공항의 공사 기일을 2년으로 단축하고 71일 개항하도록 했고 3.5억위안으로 계획했던 총 투자액을 5.5억위안(820억원)으로 늘렸다. 장위 관리위원회 부주임에 따르면 장백산 공항은 5월 말 항공 유도, 공항 역사 등 일련의 시설을 마무리하도록 돼 있으며, 6월 시험 비행에 들어간다. 실제로 공항 활주로 옆으로 4차선 도로가 서파 쪽 산문으로 가는 길과 연결돼 가로등 공사 등 마무리가 한창이었다. 현지 공안 관계자는 71일부터 정식으로 개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파로의 거점 이동

관리위원회가 장백산 관광의 교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 장백산 공항 건설이었다. 기존 연길 공항에서 북파 산문까지 가려면 4시간이 걸렸다. 장백산 공항에서 서파 산문까지는 20분 정도다. 또 북파나 남파 모두 1시간30분 거리에 들어오게 된다. 또 공항에서 겨우 5분 거리에 있는 백서(바이시)18규모의 부지에 장춘에서 오는 고속버스의 터미널과 상가 등 대규모 리조트단지가 건설되고 있었다. 장백산 공항이 서파를 장백산 관광의 허브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베이징·상하이·칭다오·난징·광저우 등으로까지 국내선 항공을 연결해 장백산 관광을 기존 동북3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길림신문> 보도를 보면, 이 공항은 필요하면 전세기 형식으로 국제선 취항도 허용할 예정이란다. 장백공항의 개항은 기존 연길공항-북파 중심의 관광이 장백공항을 허브로 서파·북파·남파 쪽으로 확산되는 장백산 전지역의 관광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뛰다가 날다

장백산의 변화는 중국 4세대 지도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추진하는 동북지구 개발전략 안에 있는 것이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왕민 지린성 당 서기다. 그가 20051월 길림성 성장으로 취임한 뒤 내건 슬로건은 콰이쩌우(快走·빨리 걷기)로부터 콰이파오(·빨리 뛰기)였다고 한다. 그는 장백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창바이산 종합개발계획을 밀어붙였다. 그는 장백산 자연보호구를 길림 관광업의 용의 머리’(용두)로 비유했다. 장백산 공항의 개항은 용의 비상인 셈이다.

 백두산은 어떤가? 남북은 20006월 정상회담에서 백두와 한라산 교차관광에 합의했다. 그리고 200710월 남북정상선언의 합의를 바탕으로 북과 현대아산은 올해 5월부터 백두산 관광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다시 멈춰선 형국이다.

 지난 1월 중국 쪽 백두산을 둘러보고 온 한 기업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창바이산 종합개발계획은 마치 장강의 흐름 같다. 투자 규모도 조단위다. 그걸 막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삼지연공항 현대화에 들어갈 500억여원도 퍼주기라는 비난이 두려워 머뭇거리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백두산/강태호 남북관계전문기자 kankan1@hani.co.kr  





2014년 백두산의 오늘- 생수 골프 스키 호텔등 리조트로  중국자본이 접수

2014-07-20, 22:19:56 에벤에셀 추천수 : 6 | 조회수 : 687

[주간조선] 한류(韓流)스타 김수현·전지현의 광고 출연으로 촉발된 장백산(長白山·창바이산)’ 논란은 수년 전부터 본격화된 중국 자본의 백두산 침투와 관련이 깊다.

김수현·전지현씨가 출연하는 생수 광고의 광고주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를 비롯해 중국계 자본은 수년 전부터 백두산(중국명 장백산)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려왔다. 백두산 일대에는 헝다를 비롯해 10여개 중국 기업이 생수를 생산 중이다. 또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백두산 일대에 호텔, 콘도, 스키장, 골프장, 워터파크를 지어 왔다.

 헝다는 백두산 개발에 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다. 광동성 광저우(廣州)에 본사를 둔 헝다는 완커(萬科), 완다(萬達), 바오리(保利)와 함께 중국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대형 디벨로퍼다. 헝다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본업인 부동산 개발을 필두로 프로축구단(광저우헝다) 등을 운영해 왔는데,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 다각화를 타진해 왔다. 이를 위해 선택한 새 비즈니스가 생수 사업이고, 그 취수원이 백두산이다.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 등 3개 강의 발원지인 백두산은 중국이 유럽의 알프스, 러시아의 코카서스와 함께 자칭 세계 3대 수원지라고 얘기된다. 이미 농푸산췐(農夫山泉), 와하하(娃哈哈), 캉스푸(康師傅) 등 중국 굴지의 생수 기업들은 2000년 초부터 차례로 백수산에서 물을 취수해 왔다. 백두산 일대에 생수공장을 차려 물을 퍼올리는 중국 기업만 10곳이 넘는다.

뒤늦게 생수 사업에 뛰어든 헝다 역시 지난해 9월 생수법인을 설립하고, 백두산 일대에서 연간 각각 40만톤과 80만톤의 광천수를 생산할 수 있는 생수공장 두 곳을 사들였다. 이후 지난해 11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계기로 백두산 생수 마케팅을 시작했다.

자사의 프로축구단인 광저우헝다(廣州恒大) 선수들에게 백두산 생수 브랜드인 헝다빙췐(恒大氷泉)’ 광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힌 것. 그리고 광저우헝다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한국의 FC서울을 꺾고 아시아챔피언에 등극한 다음날 곧장 생수 사업 진출을 선포했다.

이후 헝다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생수 시장 뒤집기를 시도해 왔다. 이를 위해 선택한 카드가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을 불러일으킨 김수현과 전지현이다. 한류스타 2명을 생수 모델로 삼고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첸카이거(?)가 메가폰을 잡는 한·중 합작 광고로 중국 광천수 시장에 뛰어든 것.

헝다가 밝힌 올해 백두산 생수 판매 목표액은 100억위안(16303억원). 목표 달성을 위해 백두산 물을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국산 생수의 첫 번째 해외 수출이다. 이를 위해 헝다는 지난 5월 이미 28개국과 수출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625일에는 상하이 양산심수항(洋山深水港)과 지린성에서 대대적인 생수 수출기념식까지 열었다.

헝다와 함께 중국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완다(萬達) 역시 일찌감치 백두산에 눈독을 들여왔다. 쇼핑몰과 호텔, 오피스빌딩 등 중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1위 기업인 완다는 랴오닝성 다롄(大連)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디벨로퍼다. 이에 일찍부터 인근 랴오닝성 바로 옆 지린성에 있는 백두산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완다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백두산 일대의 토지사용권을 야금야금 취득한 것은 2008년부터다. 이후 2009년부터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18.34의 부지에 장백산 국제리조트라는 초대형 건설프로젝트를 시작했다. 43면 슬로프의 아시아 최대 스키장과 총 54홀 규모의 골프장을 만들고 그 주위로 최고급 호텔리조트를 지어 올리기 시작한 것.

결국 2012년에는 완다웨스틴호텔과 완다쉐라톤호텔을 개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완다파크하얏트호텔, 완다하얏트리젠시호텔, 완다홀리데이인호텔, 완다이비스호텔 등 무려 4곳의 호텔을 동시에 지어 올렸다.

현재 완다그룹이 백두산 일대에 독자나 합자(合資) 등의 방식으로 보유한 호텔리조트만 모두 8, 객실수만 3000여실에 달한다. 파크하얏트, 하얏트리젠시, 웨스틴, 쉐라톤, 홀리데이인,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이비스 등 해외 유명 호텔 브랜드를 단 5성급부터 이코노미급 호텔까지 총망라한다. 완다그룹은 오는 2016년까지는 여름철에도 운용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실내 워터파크까지 백두산에 건설할 예정이다.

54홀 골프장과 아시아 최대 스키장, 워터파크가 특급호텔리조트와 어우러진 사계절 휴양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완다그룹의 구상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완다그룹을 필두로 중국의 6개 부동산 자본이 백두산(장백산) 국제리조트조성에 쏟아부은 자금은 무려 230억위안(375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국 부동산 자본의 주요 타깃은 한국이다. 완다의 경우 골프리조트 운영을 위해 김운용 전 제주나인브릿지골프장(CJ그룹) 대표를 총경리(CEO)로 영입했다. 한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완다웨스틴호텔에는 마루라는 한국 식당까지 마련했다.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 동포들을 직원으로 대거 채용해 의사소통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게 했다. 이에 최근에는 국내 1위 하나투어 등 국내 대형 여행사들도 완다리조트를 이용하는 백두산 골프·스키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 중이다.

헝다와 완다 같은 중국 자본의 백두산 공습은 사실 전례가 없다. 백두산은 한족(漢族)들이 신성시하는 오악(五岳)’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오악은 동악 태산(泰山), 남악 형산(衡山), 서악 화산(華山), 북악 항산(恒山), 중악 숭산(嵩山) 등 다섯 산이다. 백두산은 과거 만주족의 청()나라 말엽까지만 해도 한족(漢族)의 출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만주족은 백두산을 자신들의 발상지로 신성시해 봉금령(封禁令)’을 내리고 한족들의 출입을 철저히 막았다.

하지만 청 말엽부터 봉금령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중국 자본과 인력이 점차 유입됐다. 개혁개방 이후 한국계 자본이 들어가 2000년 초에는 대우그룹이 장백산대우호텔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그룹의 해체와 함께 한국계 자본은 철수하고 지금은 중국계 자본이 개발을 주도 중이다.

그나마 과거에는 교통이 불편해 백두산까지 가기가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백두산으로 향하는 교통도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과거에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延吉)의 조양천(朝陽川)공항이 유일한 통로였지만, 2008년에는 백두산 아래 지린성 바이산(白山)시 창바이산(長白山)공항이 신설되며 직항노선이 열렸다. 창바이산공항에서 완다리조트까지는 셔틀버스로 15분에 불과하다.

지난 618일에는 백두산 인근 지린성 통화(通化)에 산위안푸(三源浦)공항까지 새로 개항했다. 중국 자본의 백두산 개발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프리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하여

한겨레 2008.05.23 본지 3411724자 강태호

 

 

5월 초 백두산을 다녀왔다. 처음이다. 현지 여행 안내인들의 말로, 백 번 가서 두 번 본대서 백두산이라고 한단다. 하루에도 백두번 변한다는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천지 보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처음 가서 두 번 천지를 봤다. 복 받은 셈이다. 안내인은 평소 덕을 쌓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치켜세웠다. 천지를 못 본 사람도 천지고 본 사람도 천지라서 천지라고 한다는 말도 들었다. 천지 봤다고 내세울 건 없는 셈인데, 그래도 처음 봤으니 오죽 할말이 많겠는가. 한마디 하자면 북파 코스 가운데 걸어서 달문 쪽으로 올라 천지 물가에 가면 뜨끈뜨끈한 신라면을 먹을 수 있다. 천지 물로 끓인 것이다. 지난 1월엔 2000원이었다고 들었는데 3000원으로 올랐다. 천지에서 아래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다. 또 아는 이들은 아는 얘기겠지만 백두산에선 달러는 안 받아도 원화는 환영이다. 돈 안 바꿔도 된다.

 2006년 통계인데 <길림신문> 집계로 2006년 백두산을 찾은 사람은 70만명이었다. 그 전해보다 20만명이나 늘었다. 여행업계는 이 가운데 중국인을 뺀 외국 관광객을 1520%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십중팔구는 한국인으로, 얼추 1012만명으로 본다. 한국인 관광은 여름 성수기인 두 달에 집중되고 북파 코스 등 오르는 곳이 한정돼 있다. 그러니 6월 말8월 말 현지엔 창바이산(장백산)이라는 말이 귀에 설어도 한국인 천지다. 그야말로 백두산에 왔구나다. 그러나 멋들어지게 휘갈겨 쓴 長白山이란 대형 선간판 표지판들을 자주 마주치다 보면 주눅이 든다. 중국이 뭔가 작정을 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긴 백두산이 아니라 장백산이라고 말하려는 걸까?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죽도)라 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창바이산을 백두산의 다른 이름으로 볼 수 있을까?

 두 달 전 쯤 방사선 진단의학 분야의 명의라 할 만한 의사분으로부터 이름 명()자의 조어 뜻풀이를 들었다. 명이라는 글자는 저녁 석()에 입 구() 자가 합쳐진 것이다. 왜 그러냐면 저녁이 돼 어두워지면 서로 얼굴을 분간하지 못하니 입으로 말해 자기가 누군지를 알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게 이름이라는 것이다. 이름이란 자기가 누구인지를 말로 알리는 것이다. 그럼 스스로를 알리지 못하는 것들은 어떤가? 누군가가 그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김춘수 시인은 꽃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사물은 언어 이전에 존재하고 독립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명칭은 그 사물을 지배한다. 영토주권을 둘러싼 국제 분쟁에서 이름을 부르는 지명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는 이유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산의 원래 명칭은 초모랑마였다. 티베트어로 그 말뜻은 세 번째 여신(대지의 신들인 네 봉우리 가운데 세 번째)이다. 반면에 에베레스트는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58년 인도의 측량국장이었던 영국인 조지 에베레스트에서 따온 것이다. 지금 세계는 측량국장의 이름인 에베레스트는 알아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초모랑마는 모른다.

 창바이산은 곧 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맞는다. 백두산의 중국화와 창바이산의 세계화다. 지난 2003년 북이 부분적으로 문을 열어 백두산을 다녀온 이들은 겨우 1천명을 조금 넘는다. 남북이 서로 열어 그 이름을 불러 주지 않는다면 백두는 티베트어처럼 토착 현지어로만 기억될지 모른다.

강태호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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