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디자인할 수 있는 아이

"오랜만"


이란 말, 쓰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엔 또 쓰고 말았네요.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정숙님 셋째 아가 태어난 일, 축하는 제대로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이슬님 첫 책 출간하신 일, 축하 못하고 지나면 안 되겠다 싶어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글을 업뎃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저는 뒤늦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온갖 쓴맛단맛을 다 보고 있는 중이라,

날마다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혀, 너무 안 괜찮은데, 아이들이 있으니

무너지는 정신을 날마다 붙잡고 하루하루 버티며 삽니다.


띄엄띄엄,

<나의 아저씨> 드라마를 보는데

그 속의 풍경처럼 40대의 삶은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행복하지도 않다."


라는 대사처럼,

내 삶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도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나름 열심히 내 주관대로 키운 것 같은데

그다지 눈에 띄게 성장하는 뭔가가 보이는 것 같지도 않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경쟁 구도에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이 드는 중에

내가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했나, 곰곰히 떠올려 봤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니,

큰아이의 경우는, 학교 미술 수업으로 <옷걸이 디자인>이 있었는데

펭귄 모양으로 만들어 온 게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엇던 일,

작은아이는, 아빠랑 오래전부터 가고 싶어했던 라면 전문점에 다녀온 일을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데, 제목을 뭘로 할건데? 하고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라면을 먹었다!"

라고 대답해서 많이 웃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직관적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들다운 모습을 볼 때

나는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한 것을 재료로 삼아
글로, 미술로, 음악으로, 음식으로, 공간으로 디자인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힘들 때도
아름답고, 의미있고, 쓸모있는 무엇으로
삶 속의 애환들을 바꾸어 갈 수 있는 내면을 힘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 위로를 찾고, 주변과 나누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생각해 봅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직장이라는 작은 사회 속의 일들을
나는 어떻게 디자인해 낼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자라, 나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주저앉았던 마음이 조금 일어나 앉으려고 합니다.
다시 정신차리고, 찬찬히 하나씩 나답게 디자인해 보자!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그래서 마지막엔, 귀여운 펭귄 옷걸이처럼
"라면을 먹었다!" 같은 솔직하고 심플한 글 제목처럼
나답게 문제를 풀어가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삶을 디자인해 갈 수 있길 바란다면
엄마인 나부터 그에 어울릴만한 실력과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야겠지요.
언제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삶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육아가 고마운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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