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고래를 볼 수 있을까 whale
2011.10.05 18:45 남종영 Edit
2006년 4월의 어느 날. 한 시민이 한강 반포지구를 걷고 있는데 크고 검은 물체가 눈에 띄었다. 물고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119에 신고하고 난 뒤 고래의 일종인 상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길이는 약 1.4미터, 무게는 40킬로그램 되는 보통의 상괭이였다.
어떻게 상괭이가 한강에서 발견된 걸까? 여러 가능성이 제시됐다. 첫 번째는 사람이 '버렸을' 가능성이다. 인근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강가에서는 상인들이 버린 바닷물고기가 가끔씩 발견된다고 했다. 쓰레기봉투에 버리자니 돈이 들기 때문이다. 상괭이도 이들이 밀거래한 뒤 버렸을 수 있다(상괭이는 포획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반포지구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상류다. 버렸다면 하류로 흘러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괭이가 바다에서 한강 반포지구까지 헤엄쳐 오지 않았을까? 상괭이는 서해 전역에서 서식한다. 중국에서는 양쯔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한반도의 경우도 금강과 영산강 등이 하굿둑으로 막혀서 그렇지 과거에는 강 상류로도 일부 올라갔을 것이다. 그런데 한강 하류는 신곡 수중보에 물길이 막혀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었다. 바닷물이 만조일 때는 신곡 수중보 하류의 말이 살짝 월류한다. 작은 배도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상괭이가 신곡 수중보를 넘어와 길 잃어 여기까지 당도했을 것이다.
사실 한강에 고래가 나타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한강에 고래가 나타난 사실이 나와 있다. 조선시대 태종5년(1405) 12월의 <태종실록>의 기록이다.
큰 물고기 여섯 마리가 바다에서 밀물(潮水)을 타고 양천포로 들어왔다. 양천포에 사는 백성들이 잡아 죽였는데, 그 소리가 소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몸 빛깔은 까맸고 입은 눈가에 있고 코는 목덜미 위에 있었다. 현령이 이에 관한 말을 듣고 그 고기를 떼어다가 갑사(甲士•오위 가운데 중위인 의흥위에 속한 군사)에게 나눠주었다.
특히 조선시대 한강에는 고래가 자주 올라왔던 것 같다. 광해군 때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에도 한강 고래가 나타난다. 1564년에 한강에 큰 물고기(大魚)가 출현했는데, 생김새는 돼지 같았고, 빛깔은 희고, 길이는 1장(丈, 약 3미터)이었고, 뇌 뒤에 구멍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이름을 몰랐다고 하면서 이를 해돈(海豚)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해돈은 조선시대 돌고래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사실 한강에 고래가 들어오는 것은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서해의 짠물이 지금의 한강대교까지 올라왔으니, 조선시대에 고래가 한강에서 자주 목격됐던 게 무리는 아니다. 일제시대에도 한강 인도교 근처에 길이 10미터짜리 보리고래가 좌초한 기록이 전해지고, 길이 6척이나 되는 고래를 용산 공터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구경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한강에서 고래를 볼 수 없게 된 이유는 1987년 한강에 신곡 수중보가 생겼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정부는 한강종합개발계획을 세워 한강 물을 채우기 위한 대대적인 공사를 벌였다. 제일의 목적은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경기도 김포시와 고양시를 남북으로 잇는 신곡 수중보를 건설했다. 이 때문에 한강의 물길은 막혔고 이 수중보를 중심으로 생태계는 단절됐다.
두 수중보가 일으킨 생태계 변화는 '길 잃은 고래'라는 비일상적 사건의 소실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왔다. 두 수중보 사이에 물이 갇힘으로써 한강은 호소형 하천이 되었다. 유속이 느려지고 모래밭과 습지가 사라졌다. 생태계의 다양성도 크게 떨어졌다. 원래 한강은 빨랐다. 계절마다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여름에는 물이 많았고 겨울에는 물이 적었다. 같은 횡단면에서도 다양한 풍경을 품었다. 깊은 강물, 얕은 강물, 모래밭, 둠벙, 습지 등. 깊은 물에는 깊은 물에 사는 물고기가 살았고 얕은 물에는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가 살았다. 유수성 물고기나 담수성 물고기를 모두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강종합개발로 다양한 풍경을 품고 있던 둔치는 콘크리트 제방으로 축조돼 단순화됐다. 그 위에는 체육공원과 화단, 자전거도로가 세워졌다. 한강에는 외래종 중심의 담수성 물고기가 우점종이 되었다. 서울 한강 생태계가 얼마나 단순한지는 잠실 수중보 상류와 하류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잠실 수중보 하류는 수중 생태계의 근간이 수서곤충이 상류보다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종 다양도 지수도 4분의 1 수준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지도 않았는데, 두 수중보를 철거하면 큰 일이 날 것처럼 여당과 보수언론에서 집중포화가 이어졌다. 이번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모범 사례로 제시한 곳이 지금 서울의 한강이다. 신곡 수중보와 잠실 수중보가 만든 생태계는 앞으로 4대강에서 똑같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보에 막힌 서울의한강은 4대강 사업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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