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의 봄, 그리고 여섯 살 새봄. 생생육아

엄마, 해윤이는 소용돌이 머리 했고요, 송요는 분수 머리 했어요.”

까르륵 까르륵 되게 신났다.

연우는?”

연우는 소용돌이 머리 안 했고요, 분수 머리도 안 했는데요. 막 뭐 꽂았어요. 여기하고 여기. 선생님도 반짝거리는 거 여기, 꽂았고요.”

제 머리 한 가운데를 쓰윽 문지르며 들떠있던 게 지난 해 늦봄이었다. 어린이집은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드러눕더니 유치원 등원 후부터는 저 먼저 신발을 꿰신고 나갈 준비를 한다.

퍽도 걱정을 했는데 적응 해가는구나 싶어 등하원길 볕도 더 따뜻이 느껴지던 봄이었다.  

오늘 해윤이하고 짝 했어요. 해윤이가 오늘은 소용돌이 머리 안 하고요, 막 예쁜 거 꽂았어요. 오늘 해윤이가 먼저 갔어요. 해윤이가 이거 웃기데요, 웃기지요?”

비슷비슷 오르내리던 이름 중 유독 하나가 점점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하며 그 아이를 눈여겨보게 됐다.

오늘은 양쪽으로 땋은 소용돌이 머리를 했구나. 오늘은 양 갈래 분수머리로 묶었네, 머리핀도 자주 꽂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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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친구들 같이 안 놀고 혼자 놀았어요.”

한날 시무룩하다. 왜인지 이유를 물어도 곧장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잠자리에 들어서야,

오늘 해윤이는 역할 영역하고 나는 쌓기 영역했는데 쌓기 영역 혼자 했어요, 애들 다 다른 영역 갔어요. 혼자 노는 거 좋으니까 괜찮아요.”

괜찮다 해도 섭섭하고 서운했을 마음을 알겠다.

해윤이는 나 안 좋아해요. 근데 나는 누가 좋아하면 싫어할 거니까 싫어하는 게 더 좋아요.”

애써 마음을 반대로 이야기하는 다섯 살 자존심.

벌써부터 혼자 남는 외로움과 서운함,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 속상한 마음을 알아가는구나 짠하다.

살다보면 네가 아무리 좋아해도 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 마음을 다 해 노력을 해도 안 되면 체념해야 해, 토닥이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정말 너에게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씩씩하게 강하게 넘어서길 바란다 응원을 했다.

그래선가, 그게 뭐라고 12월 학예 발표회, 해윤이와 짝을 지어 소고도령 율동을 하는데 가슴 한 쪽이 서서히 뭉클해 왔다.

2017년 새로운 봄이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3.

낯선 도시, 낯선 유치원, 낯선 또래들.

남들보다 몇 배는 예민하고 낯가림이 심한 아들은 새 유치원이 싫다고 종일을 외친다.

안 가면 안 돼요? 꼭 가야 돼요? 가기 싫어요, 이상해요. 예전 유치원에 가고 싶어요.

낯가림 심하고 적응력 떨어지고 사회성이 별로인 게 꼭 이 엄마를 닮았으니 힘든 속을 너무 잘 알겠다. 저 작은 마음속에 까슬까슬한 자갈이 드글드글 굴러다니겠지 토닥이다가 강하게 키워야 하나? 싶어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게 아니야, 싫어도 반드시 해야 하는 거야, 남들도 다 하잖아, 조금씩 적응하면서 다 어른이 돼는 거야,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러다 안쓰러워 또 달래고. 엄마 마음조차 오락가락이다.

3월 싫어요. 친구도 없어요.”

, 엄마도 알아. 해윤이도 없고 예림이도 없고.”

그리고 또요?”

제훈이도 없고.”

그렇게 엄마와 아들은 옛 친구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본다.

동근이도 없고 시헌이도 없고 연우도 없고 송요도 없고 수민이도 없고 민정이도 없고 세환이도 없고

그 귀염둥이들이 나조차 그리워진다.

 

며칠간의 적응기간이 끝나고 긴 시간 유치원에서 보내는 첫 날이다. 하원을 기다리고 있자니 유독 더디 가는 시간, 가라앉는 마음을 띄워줄 지난봄의 하루를 끄집어낸다.

엄마는 근데, 여잔데 예쁘지도 않고 뭐 이래요.”

칫솔을 손에 든 채 입안 양칫물을 뿜을 뻔 했다. 그래, 예쁘단 소리 평생 손에 꼽을 정도로 듣긴 했다만, 다섯 살 아들조차 벌써 간파했단 말인가, 가슴이 쿵 내려앉는데,

엄마는 여잔데 분수머리도 안 하고 뭐 꽂지도 않고 하나도 안 예쁘고 이래요.

하아, 안도를 한다.

다음날 뒷머리를 리본끈으로 질끈 묶었다.

와아, 엄마, 진짜 예뻐요.”

 아들, 여섯 살 이 봄에도 뒤돌아보면 웃음이 나는 예쁜 이야기를 잔뜩 만들어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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