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음파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을 돌고 돈다. 지난달 제주시 차귀도 주변 앞바다에서 만난 남방큰돌고래. 해안가에 바짝 붙어 무리를 지어 다닌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가 논란 중인 가운데 남방큰돌고래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009년 협의 완료된 환경영향평가에서 잠수함이 일으키는 저주파 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수많은 돌고래들이 해안가에 몰려와 숨을 헐떡이는 장면을 외신 뉴스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집단 좌초 혹은 스트랜딩이라고 부르는데,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원인이 제시되지 않았다. 선충에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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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진다면?

영화 <매그놀리아>에서 등장인물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을 즈음, 하늘에서 갑자기 개구리가 떨어진다. 한 마리 두 마리 떨어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수천 수만 마리의 개구리 사체들이 도시를 물컹물컹 뒤덮는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미움, 분노, 슬픔 등 인간사는 하찮을 뿐. 하늘에서 떨어진 개구리는 모든 갈등을 단박에 날려버린다. 개구리나 두꺼비, 물고기 등 동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은 영화나 해외토픽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현상을 '동물 비'(animal rain)라고 부르는데, 국내 역사서인 <삼국사기>에서도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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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길 잃은 북극곰

*2006년 미국 알래스카 보퍼트해에서 본 북극곰. 이 지역 북극곰은 과학자들에 의해 많이 연구됐는데, 서식 환경의 악화로 동족 포식이 보고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런 농담이 있다. "아이슬란드의 숲에서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하면 돼죠?" "응. 그냥 일어서면 돼." 정말이다. 그냥 일어서면 된다. 아이슬란드에는 숲이 없다. 끝없는 풀밭과 드문드문 크는 키 작은 나무가 전부다. 바람이 세고 북극의 추위가 엄습하는 아이슬란드에 나무가 숲을 이뤄 살기 쉽진 않다. 그나마 버틴 나무들은 바람을 맞아 모두 다 누워야만 했다. 아이슬란드에 또 하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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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르강의 진실

얼마 전 독일 뮌헨에 갔다 왔다. 뮌헨은 다름 아닌 이자르 강이 흐르는 도시다. 시사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강이다. 나일강, 템즈강, 라인강 등 귀에 익은 강을 빼곤 이자르 강은 한국에서 최근 들어 가장 유명해진 강이 아닐까 한다.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이자르 강은 2000년부터 강 복원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나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학계 모두 근거로 드는 '저명한 강'이다. 원래 환경단체가 이자르 강 복원 사례를 들며 대규모 보를 건설하는 식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언젠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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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고래를 볼 수 있을까

2006년 4월의 어느 날. 한 시민이 한강 반포지구를 걷고 있는데 크고 검은 물체가 눈에 띄었다. 물고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119에 신고하고 난 뒤 고래의 일종인 상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길이는 약 1.4미터, 무게는 40킬로그램 되는 보통의 상괭이였다. 어떻게 상괭이가 한강에서 발견된 걸까? 여러 가능성이 제시됐다. 첫 번째는 사람이 '버렸을' 가능성이다. 인근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강가에서는 상인들이 버린 바닷물고기가 가끔씩 발견된다고 했다. 쓰레기봉투에 버리자니 돈이 들기 때문이다. 상괭이도 이들이 밀거래한 뒤 버렸을 수 있다(상괭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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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4대강 철새는 어디 갔을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이 ‘2011년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보고서(초안)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매우 놀랍고 흥미롭다. 앞으로 한반도 철새가 어떻게 될지 가능성을 담고 있는 문건이기 때문이다. 조류 동시 센서스는 한반도 전역에서 이뤄진다. 매년 1월 중 사흘 동안 전국 100여곳 철새 도래지에서 동시 개최된다. 이 조사에는 철새를 연구하는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에서부터 민간 탐조가들도 참여한다. 올해는 지난 1월21~23일 전국 192개 지역에서 92개팀 183명 조사원들이 철새 도래지에 가서 철새를 세었다. 이번 보고서를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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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정밀검사를 받다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해 8월 (여름휴가 2주일을 앞두고) 불의의 교통사고가 났다. 나는 잠시 정신을 잃었고(목격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았고 단지 횡설수설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한강성심병원에 실려갔다. 얼마간의 기억을 잃은 거 외에는 괜찮았다. 단지 갈비뼈 서너 대가 부러지고 부러진 갈비뼈가 약간의 폐를 찌른 정도 뿐(뭐, 정말로 괜찮습니다). 수술을 마친 의사는 폐에 물이 차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매일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한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두어 곳 엑스레이를 찍었다(0.1mSV*2회*30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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