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랑아, 담에 올때 둘이오렴

난 ‘몰랑이’라는 아이를 잘 몰랐다. 우리 집엔 수백 종류의 장난감이 있고 그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대개는 얻었거나 재활용 장난감인데 우리가 구입했거나 선물 받은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근데 이 수백 종류의 장난감 이름을 아이들은 다 알고 구별해내고 있다. TV광고, 유투브 광고도 큰 역할을 하겠지만 또래 아이들과 놀며 알지 않았을까. 어제 갑자기 수많은 장난감 중에 ‘몰랑이’라는 아이를 뽀뇨, 유현이가 가지고 놀았다. 이 장난감은 야광 피규어인데 하필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었고 어제 뽀뇨가 얘를 안방으로 데려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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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로맨스

“알았어. 꼭 거기서 만나” 뽀뇨는 유노에게 스카이방방에서 만나자고 대답했지만 몇 시인지 정하지 않았고 마침 유노의 아빠가 말레이시아에 가는 통에 만날 수가 없었다. 다음 한 주내내 뽀뇨는 나를 괴롭혔고 나는 마지못해 연락한 유노아빠에게서 다음 달에 만나자는 연락만 받은 것이다. 뽀뇨는 유노가 왜 좋았을까? 좋은 데는 이유가 없겠지만 난 궁금했다. 친구 중에는 뽀뇨가 한때 좋아하던 성구도 있고 이웃 견우도 있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또 한 달이 무심히 흘러 우린 서귀진성에 놀러갔다. 당연히 유노아빠에게 “형, 오늘 유노 꼭 데려 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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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아이들이 자유로운 서귀포 공연장

우리 집 근처엔 주말마다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극장들이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제주는 문화의 불모지’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시설 좋은 공연장도 많이 생기고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곳도 많다. 몇 년 전 처가 식구들이 서귀포에 놀러왔는데 마침 컬투공연이 있어 보러갔다. 무료공연이었는데도 빈 좌석이 드문드문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재밌게 즐겼던 기억이 있다. 서귀포예술의전당에는 아이들 공연도 제법 있는데 지난해에는 4살 둘째까지 데려가 아동극을 보았다. 아직까지도 아이들은 예술의전당을 지나가며 그때 본 ‘오도깨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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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던 그래서 더 빛이났던 하루

토요일 오전 둘째 운동회에 참여한 후 난 완전 뻗어버렸다.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40대가 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했는데 최근에 많이 느끼게 된다. 특별하게 몸을 많이 움직인 것도 아닌데 이유를 모르게 몸이 쳐진다거나 온 몸이 뻐근할 때가 있다. 물론 뙤약볕에 검질(잡초의 제주어)을 한 시간 이상 매기도 하고 이랑을 만든 것도 최근에 처음 한 일이다. 여하튼 엄마, 아빠를 한 시도 쉬지 않게 만든 어린이집 운동회 덕분에 토요일은 푹 쉬었다. 다음날 아내가 오전 11시부터 지인이 운영하는 문화행사가 있다며 놀러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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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바닷가 자전거 타기

몇 개월 전부터 자전거가 타고 싶었다. 봄이 되니 무거워진 몸무게를 좀 줄이고 싶었고 야외활동도 하고 싶었다. 여기저기 나눔 하는 자전거가 없나 살펴보던 중에 길거리에서 고장난 자전거를 발견했다. 며칠째 방치된 자전거를 집으로 가져와서 고친 후 타보니 잘 굴러갔다. 우리 집엔 유아용 자전거와 어린이용 자전거, 최근에 내 손에 들어온 자전거까지 3대가 있다. 자전거를 고친 후에 바로 뽀뇨와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를 탈줄 모르는 딸에게 균형은 어떻게 잡는지, 방향은 어떻게 트는지 가르쳐주었다. 아이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하루 이틀 타보니 곧잘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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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평 농사를 시작하다1-절대 농사짓지 마라는 엄마

내가 농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 2년전 쯤의 일이다. 경남 창원의 시골마을에서 단감농사를 짓는 농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8년간 마을에서 직접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마을에서 나온 제철 농산물을 직거래꾸러미 형태로 판매하다보니 무엇보다도 농부를 많이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정적으로는 대산농촌재단의 유럽농업연수가 크게 작용하긴 했다. 전국의 각 지역에서 농업농촌, 마을일에 몸 담은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을 롤모델 삼아 나도 언젠가 농사를 짓고 싶다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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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내

“자갸 공모전에서 연락 왔어요” 아내에게 톡이 왔다. 육지 출장 중이라 짧고 굵게 톡을 날렸다. “된거?” “그런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상인지는 안 가르쳐줘서 장려상이나 입선일수도 있다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입상 축하해요. 장려상이면 어떻게 입선이면 어때요. 고생 많았어요” 하루가 지나 아내가 톡과 사진 하나를 보내왔다. “자갸 나 대상 먹었어요”. 사진엔 수상작 명단, 그것도 제일 위쪽에 아내의 이름과 작품명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아내가 동화를 본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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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하는 등굣길

어릴 때는 학교가기가 참 싫었다. 모든 학교에 등교가기가 싫었지만 초등학교 때는 더 그랬던 것 같다. 엄마의 ‘껌딱지’였던 나는 엄마만 졸졸 따라다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각하여 혼자 복도에서 벌을 서던 기억이고 또 하나는 서울 친척이 야광 헬리혜성 가방을 보내왔을 때의 기억이다. 학교 가는 것이 싫었기에 ‘등교길’의 기억이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분명 4살 차이가 나는 막내누나가 나를 데리고 학교에 갔을텐데 왜 기억엔 하나도 없을까. 또 하나의 기억은 초등 5학년때 학교를 몰래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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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꼴찌, 초등 2년 내 딸을 위하여

금요일은 뽀뇨 학부모 상담이 있는 날이었다. 아내와 미리 약속시간을 정했다. 아내가 다른 것은 건너뛰더라도 학부모 상담만은 칼같이 지켰기에 나는 올해도 시간이 늦을까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년을 함께 살아오며 아내가 내게 화를 냈던 유일한 때가 바로 상담시간을 까먹었거나 늦었을 때니까. 그런데 아뿔싸.. 하필 그 시간에 컨설팅 방문 일정이 잡혔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2학년 올라가며 새롭게 만난 선생님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긴장의 대상이었나보다. 나는 일부러 아이를 교실까지 데려다 주며 선생님께 인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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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을 읽고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의 깊은 절망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 너무나 핫한 책이라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담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빌렸다. 82년생이면 올해로 37살이다. 대학입학시기는 01년도로 입학시기든 졸업시기든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소설로 읽히지 않았다. 6살 밖에 차이나지 않아서 그런지 그냥 아는 사람이야기인 것 같고 통계자료 볼 때는 신문 읽는 느낌까지 들었다. 처음에 김지영씨의 빙의가 소재로 나와 몰입하여 읽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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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전업주부가 꿈이었다 현실이 된 행운남,엄마들의 육아에 도전장을 낸 차제남,제주 이주 3년차…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프렌디. pponyop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