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랑아, 담에 올때 둘이오렴 뽀뇨육아일기
2018.07.14 20:12 뽀뇨아빠 Edit
난 ‘몰랑이’라는 아이를 잘 몰랐다. 우리 집엔 수백 종류의 장난감이 있고 그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대개는 얻었거나 재활용 장난감인데 우리가 구입했거나 선물 받은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근데 이 수백 종류의 장난감 이름을 아이들은 다 알고 구별해내고 있다. TV광고, 유투브 광고도 큰 역할을 하겠지만 또래 아이들과 놀며 알지 않았을까.
어제 갑자기 수많은 장난감 중에 ‘몰랑이’라는 아이를 뽀뇨, 유현이가 가지고 놀았다. 이 장난감은 야광 피규어인데 하필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었고 어제 뽀뇨가 얘를 안방으로 데려와 잠을 청했다. 유현이가 내게 “아빠, 나도 몰랑이 사줘”라고 얘길했고 나는 무심결에 “그래”라고 얘길 해버렸다. 그 후 난 손가락 반 만한 이 장난감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다음날 생전 전화를 하지 않는 아내가 낮에 전화를 걸어왔다. 받아보니 “자기야, 유현이가 아빠에게 할 말이 있데요. (전화를 바꿔주니) 아빠, 언제와? 아빠, 빨리 와”라고 얘길했다. ‘뭐지? 왜 갑자기 빨리 오라고 하지?’ 생각했는데 다시 아내가 전화를 걸어 정확히 콕 찝어주었다. “자기야, 어제 유현이에게 몰랑이 사주기로 했다면서요. 집에 올 때 편의점에 들러 몰랑이 사오세요”
‘몰랑이.. 그게 뭐더라’. 차를 몰고 오며 몰랑이가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 떠올렸으나 생각이 나지 않았고 ‘집 앞 편의점에 있겠지’하며 그냥 집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서니 유현이가 “아빠, 몰랑이는?”하며 부리나케 달려왔고 나는 “어, 못 사왔어”했더니 유현이는 울음을 자동 발사했다. “알았어. 곧 사러가자”.
아내는 저녁에 도서관에 갔고 나는 텃밭에서 따온 가지를 맛있게 구워먹었다. “아빠, 몰랑이는 언제 사러가?” 유현이가 또 재촉하길래 “엄마 올 때 사오라고 하자”했지만 소용없었다. 밥 먹자마자 아이들에 이끌려 바로 집 앞 편의점에 갔다. 동네엔 편의점이 3곳 있는데 제일 먼 곳부터 갔다. 유력한 곳이었는데 장난감코너에 몰랑이는 없었다. 문구코너가 작게 있는 두 번째, 세 번째 편의점에도 역시나 몰랑이는 없었다.
그때 뽀뇨가 ‘몰랑이 있는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했다. “아빠, 몰랑이 있잖아. 제주올레 앞에 있는 편의점에 있어. 내가 지난 번에 편의점 가서 봤어”라고 했다. 조그만 피규어 하나 사러 오밤중에 차를 타고 가야되나 싶었지만 약속을 꼭 지키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마음만은.
“유현아, 그냥 몰랑이 누나꺼 가지고 놀면 안 되?” 꾀를 썼지만 유현이는 꼭 자기 것이 갖고 싶다고 했다. 며칠째 회사 설립 준비로 강행군을 한지라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아이들이 봤다는 그 제주올레 앞 편의점으로 갔다. ‘거기엔 있겠지’하고 찾아갔으나 몰랑이가 있던 그 자리엔 다른 장난감이 놓여있었다. “어, 여기에 분명히 몰랑이가 있었는데”. 누나의 말을 듣더니 유현이는 울음 발사를 위해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얼른 아이스크림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리곤 편의점 판매원에게 ‘몰랑이’가 어디 갔는지 물어보았다. 판매원은 “거기 없으면 없어요”라고 짧게 대답했고 나는 도대체 ‘몰랑이’는 어떻게 사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겨우 몇 분 아이스크림으로 입을 막긴 했지만 ‘몰랑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해줘야 했기에 “인터넷으로 사줄게”라고 얘기해버렸다.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모두 몰랑이 세트만 팔았다. 거기다 유현이가 원하는 야광 민무늬 피규어가 아니었다. “아빠, 그러면 택배 아저씨가 몰랑이 가져오는 거야?”, “아빠 그러면 언제 오는거야?” 유현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묻기 시작했고 나는 어떻게 해야 ‘이 놈의 몰랑이’를 구할 수 있을지 며칠째 고민하고 있다. 사실 유현이 이모가 보낸다는 초콜렛 소포가 어서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뽀뇨 몰랑이를 실종시켜야 하나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몰랑아.. 담엔 우리집에 오지 말거나 오더라도 둘이 오렴.
» 몰랑이와 유현이. 유현이는 몰랑이가 어질러진 장난감 속에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