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 업체 시공에 무너지는 EMP 방호 정세

 

비전문 업체 시공에 무너지는 EMP 방호

무면허 운전자에게 F1 경주 맡긴 201사업단


서울이 EMP(Electromagnetic Pulse) 공격을 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은 간명하다. 정부기관, 전기ㆍ통신 기반시설은 물론 군 지휘부까지 암흑천지가 된다. 대부분 EMP 방호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군의 경우 국방부가 EMP 공격에 대비해 중요 시설마다 방호 설비 공사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사업의 EMP 방호 시설은 불필요하게 쪼갠 공구와  무경험 업체 참여 등으로 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동규 <D&D Focus> 기자 ppankku@naver.com


현실로 다가온 EMP 위협, 발등에 불 떨어진 국방부

북한의 EMP(Electromagnetic Pulse) 위협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국방부도 대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주요 전술지휘체계(C4I)가 있는 전쟁지휘시설에 우선적으로 EMP 방호 시설을 설치하기로 계획하고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EMP 방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EMP에 대한 정보와 관련 기술이 부족해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EMP는 통상 대기권 밖에서 핵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고고도 핵 전자기파와 특수 장치로 만드는 고출력 비핵 전자기파를 뜻한다. 방호 시설이 없는 전쟁지휘소에 EMP 공격이 발생하면 각종 C4I시스템을 망가뜨려 전쟁수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때문에 군에서는 주요 지휘시설의 EMP 방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국군 전쟁지휘소 중 어느 장소에 어떤 방식으로 EMP 방호 시설이 설치돼 있는지 공개된 정보는 없다. EMP 관련 시설은 국가 안보에 관련돼 있어서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방부가 진행 중인 201사업에서 EMP 방호 시설이 일반 건축과 같은 수준으로 폄하돼 공사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정보 유출 가능성은 물론 비전문 업체의 시공으로 방호 성능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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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201사업의 문제점을 강력히 꼬집은 바 있다. 

 

201사업단, 일반 건설기업에 비밀 시설 통합 발주

201사업은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해 합참 신청사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국방부 시설본부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현재 201사업은 현대건설이 EMP 방호 시설 공사를 포함한 도급사로 선정 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은 2010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일반 건설기업인 현대건설이 EMP 방호 시설 공사까지 맡은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EMP 방호 설비는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공사이기 때문에 반드시 일반 공사와 분리 발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공사와 통합발주 됐다”며 201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26조에는 국가안전보장과 연관된 계약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EMP 방호 설비는 군 시설 내의 핵심 군사시설 및 통제 시스템을 전자기파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고도의 보안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반 공사와 분리 발주해야 한다. 하지만 201사업단은 이를 무시하고 일반 건설사인 현대건설에 통합발주 했다. 통합 발주의 가장 큰 문제는 현대건설이 일반 건설업체이기 때문에 EMP 방호 시설을 만들 능력과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EMP 방호 시설 사업이 국가안보와 연계된 계약임은 201사업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사업단에 EMP 방호 시설에 관련된 몇 가지 질의를 보내자 “EMP와 관련된 정보가 누설될 경우 적을 이롭게 하여 국가안전보장 및 국가이익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명백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올해 초 국가정보원은 201사업을 비롯한 군의 EMP 대비 태세 전반을 고강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필요하게 3개로 쪼개진 공구

현대건설은 EMP 방호 시설 공구를 3개로 나눠 하청을 줬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EMP 방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한다. 공구를 나눠 업체마다 따로 공사를 진행할 경우 방호 시설의 성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한 전자기파 전문가의 말이다.

“EMP 방호 시설은 굉장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 분야다. 그래서 기술력과 오랜 경험이 있는 업체가 시공하지 않으면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 3개 공구에서 각기 다른 기술로 시설이 완성됐을 때 성능이 천차만별이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각기 다른 업체가 시설 공사를 진행했을 경우 성능 검증 및 감리의 어려움도 발생한다고 한다. 향후 3개 공구의 성능 검사와 감리계획에 대해 201사업단에 질의했지만 “군사보안 업무 훈령에 의거 대외에 비밀내용을 제공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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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P 공격은 최첨단 C4I 시스템도 순식간에 고철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수준 미달 업체에 EMP 시설 맡겨

현재 201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EMP 방호 시설 담당 업체로는 N사와 S사가 있다. N사는 EMP 방호와 관련이 없는 도시경관 조명이나 도시경관시설 전문 업체다. EMP 방호 사업 경험은 201사업이 처음이다. S사도 EMP 방호와 관련이 없는 특수문 제조 전문 업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 선정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EMP 방호 시설 관련 특기 시방서 상의 항목을 무시하고 업체를 선정했다는 의혹이 있다. 201사업의 항파장(EMP)/항전자(TEMPEST)시설 특기 시방서에 명시된 ‘4. 품질 및 성능 확보’ 항목에서 의혹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4.1 항파장 및 항전자 방호차폐는 국가기밀 정보보안 유지의 절대조건(필요성)으로 반드시 전문 업체의 책임 하에 시공을 하고 국가측정 표준 대표기관으로부터 성능 검사를 받아 요구조건에 합격해야 한다.

● 4.2 수급자는 상기 4.1항의 조건을 증명하기 위해 국내 군 시설에 항파장 및 항전자 시설을 공급해 국가측정 표준 대표기관으로부터 성능 검사를 받아 합격한 측정 데이터를 2개 이상 감독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201사업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 하청업체로 선정된 N사와 S사는 4.1항에서 요구하는 EMP 방호 전문업체도 아닐뿐더러 4.2항의 측정 데이터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201사업단과 현대건설은 이를 임의로 해석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N사와 S사를 사업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군의 EMP 방호 시설을 시공한 경험이 있는 EMP 방호 전문 업체는 탈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사업단 측에 201사업 EMP 방호 시설 참여업체의 적격성 여부 심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질의하자 “201사업은 비밀공사 대상사업으로 자체 보안성 검토결과 군사보안업무 훈령 제193조(비밀의 제공 및 설명)에 의거 대외에 비밀내용을 제공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201사업단의 답변과 실제 공사 진행 과정에는 모순이 있다. 비밀공사인데도 불구하고 하청업체 선정과정에 무려 11개 업체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업체들 중에는 해외업체도 섞여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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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인칭슈팅게임 <Call of duty : Modern Warfare2>의 한 장면. 미국 동부 상공에서 폭발한 핵에서 방출된 EMP가 헬기, 전차 같은 대형 장비는 물론 도트 사이트 등 소형 광학 장비까지 작동불능으로 만든다.

 

해외까지 퍼진 201사업 정보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위스의 한 화생방 업체를 방문한 한국 업체와 현역 육군 대령이 있었다고 한다. 업체는 201사업에 관련된 업체였고 현역 대령은 건축 분야 전문가였다. 이 소식통은 이들이 EMP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스위스를 방문했으며 이 과정에서 201사업에 관련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1사업 본부의 한 대령이 모 업체와 한국화학시험융합연구원(KTR)에 EMP 측정 장비를 갖추라고 지시해 10월 30일 모 업체와 KTR직원이 스위스 몬테나에 EMP 측정 장비를 구매하러 간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 소식통은 “EMP 기술 정보를 위해 스위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업체와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201사업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대책 엔지니어링 때문에 공사 진행과정에서도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EMP 방호 시설 공사는 매 번 다른 공간을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장소에 따라 다른 대책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공 경험이 부족할 경우 이를 다른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설계도면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업체에 핵심 정보가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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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고출력 전자기파 무기 'Ranets-E'. EMP와 비슷한 고출력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무기로 항공기에 직접 발사해 항전장비에 교란을 일으킨다.

 

너도 나도 뛰어들어 ‘동네북’ 된 EMP 방호 사업

201사업에 연관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201사업이 이렇게 파행으로 진행되고 있는 원인을 “무자격 업체들의 숟가락 꽂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북한의 EMP 위협이 부각되면서 정부와 군이 EMP 방호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자 이를 신사업 분야로 인식하고 뛰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EMP 방호는 일반 전자파 차폐와 달리 첨단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생 업체가 수행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한 전자기파 방호 전문가의 주장이다.

“201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EMP 방호 시설 공사를 분리해 진행해야 한다. 분리가 어렵다면 3개로 나눠진 공구라도 통합해 검증된 업체에게 맡겨야 한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완성된 EMP 방호 시설의 성능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1사업단의 특기 시방서 해석대로 시공이 끝난 뒤에 측정 데이터를 받아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186억 원이 허공에 날아가게 된다.”

국방부 차원에서 방호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1사업 이후 남은 EMP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믿을 만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EMP 방호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계획도 필요하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한 EMP 전문가는 한국의 EMP 열풍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문을 표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주요 군 시설의 EMP 방호 시설 정비를 마친 상태며 민간 방호가 주요 논제”라고 말했다. 이제야 군 지휘시설의 EMP 방호 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한국군은 이미 늦었다는 말이다. 201사업은 본격적인 군 시설 EMP 방호의 시작이다. 전시에 C4I와 파발마 중 어느 것을 쓸 것인지는 국방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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