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아홉 10월, 팔굽혀펴기를 시작하다 생생육아

팔굽혀펴기.jpg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조카가 기숙사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 했는데 3개월을 꾸준히 한 결과 깜짝 놀랄 만큼

몸짱이 되었다는 글과 사진이 친정 언니 블로그에 올라온 것이

한 달 전이다.

아들의 변화에 자극을 받은 친정언니도 형부와 함께 팔굽혀펴기를

시작했고 마침내 부부 모두 매일 팔굽혀펴기를 100개 넘게 하게

되었다는 놀라운 간증이 이어졌다.

 

뭐라고?? 팔굽혀펴기를 하루에 100개씩 한다고???

 

나와 일란성 쌍둥이인 그녀와의 사이에는 이 나이에도 여전히

건전한 자극과 경쟁이 이어지는데 그녀의 간증은 내 도전의식에

불을 활활 지피기에 충분했다.

오호 그렇단말이지. 나도 질 수 없지. 좋아, 오늘부터 시작이다!!

그리하여 나는 조카와 언니네 부부의 변화에 고무되어

마흔아홉 10월에 느닷없는 팔굽혀펴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조카가 다른 많은 운동을 두고 팔굽혀펴기를 하게 된 것은 단순하다.

무엇보다 돈이 안 들고, 아무때나 어디에서든  할 수 있고, 꾸준히

하면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나도 살아오면서 팔굽혀펴기를 꾸준히 하는 것에

여러번 도전했었다. 대부분 하루 10여개에서 그쳤지만

이번에는 언니네 부부의 놀라운 성공기에 힘 입어 기필고 하루

100개에 도달하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학창시절 한때 육상부를 했고, 결혼전에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이 있는 나는 사실 운동에 늘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아이 셋을 낳고 오랜 기간 수유를 하고, 살림을 해 오면서

당장 내 몸이 삐걱거리면 아이를 돌볼 수 없었기에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자기전에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굳은 근육을 풀고서야 잠을 자곤 했던 습관도

있었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자 본격적으로 몸을 돌봐야 겠다는

생각에 1년전부터 일주일에 두번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해 오고

있었던 것도 이번 도전에 힘이 되었다.

말하자면 생전 운동 근처에도 가보지 않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팔굽혀펴기에 도전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 정도의

배경이 없다 하더라도 팔굽혀펴기를 시작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날은 고작 다섯개를 간신히 연이어 하고 쓰러졌다.

내 몽뚱아리를  내 힘으로 받쳐 올리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기가 막혔다.

한참 쉬고 다시 다섯개를 끙끙 거리며 해 내고 그렇게 세 번 정도 했더니

어찌나 힘든지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래도 친정 자매 단톡에 큰소리 쳐 놓은게 있어 차마 하루만에 포기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어 그 다음날 다시 도전했는데 평소에 안쓰던 근육을 썼다고

온 몸이 아우성이었다. 어깻죽지와 겨드랑이, 옆구리 할 것 없이 땡기고

쑤시는데 그 상태로 다시 팔굽혀펴기를 하려니 곡소리가 나올 판 이었다.

아이고 아이고 하며 간신히 30개를 채우고 쓰러졌다.

그렇게 일주일 넘게 애를 먹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몸은 기름칠이 된 기계처럼 조금씩 편해졌다.

아주 조금씩 횟수를 늘려갔다.

30개에서 40개, 그리고 50개에 도달하기 까지 4주쯤 걸린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서 혼자 책 읽고 글 쓰고 집안일 하면서

생각날때마다 열개씩 팔굽혀펴기를 한다. 익숙해지고나서는

열개 하는데 1분도 안 걸린다.

대강대강 하는게 아니라 팔이 직각으로 굽어지고 몸은 수평을

유지하게 신경쓰면서 천천히 팔굽혀펴기를 하면 온 몸에

힘이 빳빳하게 들어간다.  팔만 많이 쓰는 것 같지만 사실

몸 전체의 근육을 다 쓰는 운동이다.

 

물론 여전히 귀찮다. 익숙해지자마자 꾀가 나기 시작한다.

어쩌다보면 자기전까지 한번도 못했다는 것을 알고

이부자리 옆에서 부랴부랴 팔굽혀펴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럴때 5,60여개를 잠깐씩만 쉬면서 몰아서하다보면

너무 힘들어서 그냥 자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 마음과 싸워가며 기어이 목표를 채우고 잔다.

어떻게든 결심한 것을 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새 해가 되면 쉰이다.

여전히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적은 나이도 아니다.

특히 내 나이의 여자들에겐 슬슬 갱년기도 다가오고 호르몬 변화와

더불어 건강도, 체력도 크게 한 풀 꺾이는 나이다.

한 살 더 먹는 것엔 언제나 담담하지만 쉰이 된다는 것은 왠지

조금 더 마음을 조이게 하는 것이 있다.

잘 관리하고, 잘 보살핀 몸과 그렇지 못한 몸의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지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늘 쉰 이라는 나이를 고대해왔다.

내가 쉰이 되면 마흔에 낳은 막내가 열살이 된다.

어느정도 걱정을 놓을 수 있는 나이다.  내가 운신할 수 있는 폭도

한층 커 진다. 마침 올 해 두번째 책을 냈는데 내년에는 더 많은 글을

쓰고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쉰 부터야말로 엄마, 아내, 주부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더 열심히 살기 시작할때라고 늘 생각해왔다.

이런 계획과 다짐에 건강은 필수다.

이만큼 자유로와지기까지 그토록 긴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와서

건강 때문에 발목 잡히기는 싫다.  트라이에슬론에 도전하는

마녀체력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내 일상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힘 있게 해내는데 필요한 체력은 언제나 잘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팔굽혀펴기가 만능통치약일리는 없다.

먹는 것, 매일의 습관, 걷기 모두 다 중요하다. 그러나 매일 팔굽혀펴기를

하게 되면서 달라진게 분명 있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조카처럼 세달만에 근육이 불퉁거리는 몸짱이

될수는 없겠지만 매일 6,70개의 팔굽혀펴기를 한 달 넘게 한 결과

체력이 한결 강해졌다.  살이 빠지거나 배에 왕자가 새겨진것도

아니지만 아랫배가 탄탄해진것도사실이다.

전철역에 가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두칸씩 뛰어 오르는 일이

가뿐하게 된다. 뭐랄까. 온 몸에 기름을 칠한 기분이랄까? 어떤 일을

해도 몸이 그 일에 맞는 힘을 바로 이끌어내는 느낌이다.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는 팔굽혀펴기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열개씩 한 셋트 할 때마다 스트레칭도 같이 해서 유연성을

유지해준다.  뭉친 어깨 근육과 팔 근육은 일주일에 두번씩 하는

운동시간에 꼼꼼하게 풀어준다.

 

날이 추워지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특히나 팔굽혀펴기

운동의 쓸모가 빛을 발하고 있다.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이

그냥 집안 아무곳이나 내 몸을 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나

바로 할 수 있다. 힘이 붙으면 20개를 연달아 하고 쉬기도 한다.

어제 80개를 채웠는데 귀차니즘만 극복하면 100개도 할 수 있겠다.

 

어떤 운동이든 습관이 되어야 한다.

특별한 공간, 특별한 도구,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가능한 운동이라면

내겐 맞지 않다. 나는 아무때나 바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내 건강을 지킬 수 있는게 제일 좋고 그런 나에게 팔굽혀펴기는 딱 맞는

운동이다.

 

새해가 되면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결심들을 제일 많이 한다.

새해까지 기다렸다 하면 이미 실패다. 운동은 필요를 느끼는 그 순간부터

바로 시작해야 한다.

돈도 궁하고, 헬스장은 멀고, 운동 할 시간을 따로 마련하기 어렵다면

더욱더 팔굽혀펴기를 권한다. 처음엔 힘들지만 정성들여 몇개씩이라고 꾸준히

하면 분명 몸이 달라진다. 힘들여 할수록 몸이 가벼워진다.

마흔아홉의 내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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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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