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만 안 쓰면 되는 걸까요??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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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입니다.

정말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사건이지요. 무엇보다 평생 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피해 아동들을 보는 마음, 부모로서 정말 마음 아픕니다.

이 사건에 주된 제품을 판매했던 '옥시'에 대한 전국민적인 불매운동도 불이

붙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5년간이나 무시하다가 대국민 불매운동까지

벌어진 후에야 마지못해 사과를 한 양심없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응징은 당연합니다. 소비자를 속이고, 팔면 안되는 제품을 팔았을 때

단결된 소비자들이 어떻게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옥시'제품만 안 쓰면 되는 걸까요?

 

이번 사건은 우리 생활 전반에 폭 넓게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화학제품의

안전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편리하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의존해왔던

각종 가전제품들과 청결과 살균에 강박적인 현대인의 생활습관까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현대인들의 공동주택 생활은 점점 더 많은 가전제품들에 의존하게 됩니다.

문제는 가전 제품을 관리하기 위해 또 다른 화학 제품들이 사용된다는 것이지요.

획일적이고 자연과 분리된 생활환경은 청결에도 많은 신경을 쓰게 합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살균'과 '세정'에 큰 관심을 쏟게 되었습니다.

99.9% 살균 효과를 자랑한다는 제품을 사들이고 욕실과 주방 등 온 집을

그런 세제로 청소하며 세탁을 합니다. 빨래에서는 좋은 냄새가 나고 부드러워야

하구요. 아이들은 다양한 세정제로 몸을 닦아 줍니다. 머리에서부터 발 끝까지

한 번 씻는데 서너 가지의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모든 제품에 수십가지의 화학 성분들이 들어갑니다.

소비자는 어떤 성분이 사용되는지 조차 잘 모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는 가습기를 잘 사용하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많이 쓰였습니다. 매일 가습기를 씻고 말리는 일이 번거롭다보니

간편하게 한번에 살균이 되는 제품이 개발된 것입니다.

편리해졌다고 환호했던 소비자들이 얻은 결과는 오늘날 펼쳐지는 지옥도 입니다.

그리고 나서야 알려지게 되었지만 물티슈부터 각종 세정제에도 의심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세정제를 비롯한 살균 제품들은 그렇다 치고 다른 화학제품들은 안전할까요?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온 시민단체이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매일 쓰는 삼푸, 린스, 화장품에서부터 각종 세제류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제품들은 각각 수십 종의 화학성분이 들어갑니다. 각 성분에 대한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채구요.  특히 인체에 직접 사용되는 제품에 대한 경우

즉각적인 부작용이 아닌 장기간 사용되었을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한번도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습니다.

이런 제품들에는 환경호르몬이라 불리는 '인체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르몬처럼 인체에 직접 작용하는 이런 물질들은 특히 생식세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계면활성제, 윤활유, 세정 성분에는 특히 이런 환경호르몬 관련 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이쁘고 깨끗하게 키우기 위해서 어렸을때부터 부지런히 씻기고

발라주는 것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이런 물질들이 어려서부터 몸에 축적되어

성인이 되었을때 우리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불임과 무정자증, 생식관련 장기

이상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 입니다.

초등학생에게까지 내려와 있는 화장품에는 인체에 해로운 독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를 통해 장기까지 그 성분이 전해진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부모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심코 건네주는 샴푸나 크림 속에도 아이들을 위협하는 성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불편해지고 조금 덜 세련되게 보이고, 덜 씻고, 덜 닦으며 사는 겁니다.

주방세제나 세탁세제 만이라도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제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금방 세탁한 옷에서 꽃향기가 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른 빨래가 좀 뻣뻣하명

또 어떻습니까. 머리카락이 매끄럽고 윤기나게 하기 위해 수많은 화학성분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차라리 덜 매끄럽고 윤기가 덜 나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최근에는 염색약에 들어간 화학성분들이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다큐도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졌다는

제품조차도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화학 성분 한가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검사와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시장에 나오는 성분은 거의 없습니다.

단순한 검사와 실험, 기껏 동물 실험 정도만으로 매일 수없이 새로운 성분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소비자는 일일이 그 성분들의 위험성을 확인 할 수 없습니다.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 덜 쓰고, 안 쓰는 생활습관도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1950년대 후반 유럽에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있었습니다.

입덧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으로 많은 산모들에게 각광을 받았던 제품이었습니다.

동물 실험결과 태아에 해가 없다고 알려졌으나 이 약을 복용하고 출산을 한 많은

산모들에게서 손과 발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기형아들이 전세계적으로

만명이상 출생하면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의 기형과 이 약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동안에도 약은 계속 팔렸습니다.

마침내 이 약의 위험성이 판명되어 판매금지된 후에도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10년 넘게 걸렸구요.

 

이번에 가습기 살균제 역시 얼마나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 가 없습니다.

1994년도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처음 개발되어 제품화되고 2011년에 판매금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 성분에 노출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호흡곤란이나 폐손상등, 직접적인 부작용 외에 장기적이고 서서히 진행되는

기관지 손상이나 기타 장기 이상에 이 성분이 어떤 작용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해당되는지 끝내 밝힐 수 없을겁니다.

화학제품에 대한 경각심 없이 손 쉽게 사용해 왔던 소비자들도 문제지만

인체에 유해한 제품을 만든 기업을 관리하지 못했던 당국과, 부작용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관련 기업을 고소, 고발했을때에도 늑장을 부리고, 소홀하게 대처했던

경찰과 검찰 등 이 사건의 전개과정 역시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방의 세월호'라는 말 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제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화학 성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대책을 촉구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대처방안들을 만들 수 있도록 각 기관에 압력을 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상속에서 생각없이 사용하던 수많은 화학제품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태도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 집안에는 어떤 화학 제품들이 있는지, 각 제품들은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더 안전한 제품은 없는지 공부하고 찾아봐야 합니다.

다행히 생협매장을 이용하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화장품과 세정제들이 있습니다. 제품 사양이 단순해서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지만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야 기업도, 국가도 긴장합니다.

정신 차리고 살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요.

건강한 가족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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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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