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유부녀가 제대로 바람나면? 생생육아
2012.04.10 04:0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Edit
드라마나 영화에서 40대 유부녀들은 어떻게 비춰질까.
캬바레에서 외간남자와 눈이 맞거나, 연하의 애인과 바람이 나거나, 밤일을 등한시하는
남편을 들들 볶는 케릭터들은 전형적이다.
여자가 결혼해서 40이 넘으면 품안에 끼고 있어야 하는 어린 아이들도 어느정도 독립을 할 나이고,
남편들은 경제적 능력에서 최정점에 올라 있어 여유도 있지만 현격하게 사거러드는 젊음과 체력을
느끼면서 슬슬 인생 무상과 우울 모드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시기로 보는 듯 하다.
뭐, 어느 부문 맞기도 하다.
나도 확실히 40이 넘어가니 머리에 흰 머리칼이 눈에 띄게 늘긴 했다. 잔주름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다보니 찜질방과 전국 맛집의 주요 고객은 40대 여성이라는 말도 있다. 경제적 능력과
자가 운전의 기동력도 갖춘 나이라는 뜻이리라.
자극적인 드라마나 흥행이 중요한 영화에서 건강하게 잘 사는 40대가 자주 등장할리 없다.
그래서 유난히 식구들에게 히스테리컬 하거나, 젊음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는 케릭터가 넘친다. 오우.. 아쉬워라.
사실 40대야 말로 진정한 인생을 살아갈 나이다.
젊음과 더불어 헛된 육체에 대한 욕망도 조금씩 사그러드는 만큼 정신세계는 더 깊어질 수 있는
나이가 바로 40대다. 육아와 주변 식구들에게 기울이던 에너지를 조금씩 자신에게 돌리기 시작하는
나이, 그래서 새삼스럽게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보고 싶은 나이도 역시 40대 일 수 있다.
얼마전에 큰 아이가 다니는 대안학교에서 '연구 공간 수유너머'를 운영하고 계시는 '고미숙 '선생님
을 모시고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마침 최근에 그분이 지은 '호모쿵푸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은 터였다.
한시간이 넘게 진행된 강의는 유머스럽고 통렬했지만 내게 가장 와 닿았던 얘기는
바람을 피우네, 우울하네, 인생이 허무하네, 자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네 하며 한탄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제대로 된 '자기 공부'를 하면 헛된 생각이나 무의미한 걱정에
빠져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만 공부를 하라고 하는가, 자신들은 '성장'이, '배움'이 끝난 사람들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이라면 죽을때까지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워야 하는 존재다. 왜 자기들도
공부해야 할 사람들이 자식들만 볶아 대는가. 부모가 제 공부를 하면 자식들은 알아서 공부한다.
헛된 짓 하지말고 다들 제대로 된 공부를 해라!!!!
40이 넘었는데 공부를? 성문영어를 다시 해야 하나? 정석을 다시 사?
아니다. 그런건 공부가 아니다. 우린 애나 어른이나 온 사회가 입시에 너무 치여 살다보니
공부란 학교 공부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사실 그건 공부가 아니다. 그저 시험을 보기 위한
기술일 뿐이다. 따라서 학교를 떠나서야 진정 공부가 가능해진다. 제 가정을 꾸리고 어른이 된
다음에는 더 공부가 필요하다. 그때가 되야 비로소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공부란 무엇이냐. 바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다. 무엇부터 시작하냐고?
'몸'이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세상과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내 '몸'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것을 직면하고 이해하고
극복해 나가는 공부야말로 참 공부다.
이런 내용을 들으면서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내가 정말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은 진정한 내 공부구나.
글을 쓰네, 이런 저런 모임에 참석하네 하며 몸만 바쁘고 마음의 여유도 없이 지내면서
지치기도 하고 허하기도 했었는데 나도 참된 공부를 안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하야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엄마들 여덟명이 뭉쳤다.
본격적인 '몸공부'를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서로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몸이 겪어 온 병과 경험들을 나누며 몸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정했다. 그리고 공동의 관심사를 반영한 책을 선정해서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공부를 하게 되었다.
단순히 책만 같이 읽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알고 있는 건강을 지키는 법도 나누고
기치료 강사로 있는 선배 엄마의 지도로 건강 체조도 배운다. 뜸이나 수지침, 각종 건강 요법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하고 실습도 한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건강이 매주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서로 확인해 주며 함께 건강해지는 모임인 셈이다.
더 좋은 것은 수요일마다 공부가 끝나면 한가지씩 준비해 온 반찬으로 공동 밥상을 여는데
이 밥상이 아주 끝내준다.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음식들도 아주 건강하다.
토속적이거나 제철 반찬들이 넘치고 손수만든 음식들이 그득하다.
냉이가 한창일때는 내가 냉이 된장국을 끓여가고 이웃은 냉이로 튀김을 해 오는 식이다.
요즘 한철인 쭈꾸미도 이 모임에서 먹었다.
일주일의 중간인 수요일은 사실 지치고 쉬운 날인데 이 모임이 있어 푸짐하고 건강한
밥상도 받고, 기체조도 하고, 정성이 깃든 안마나 지압도 서로 해주면서 몸을 살필 수 있으니
세 아이 돌모며 정작 내 몸은 잘 돌보지 못하고 살아온 나에게는 아주 고마운 모임이다.
매 주 한겨레 글도 써야 하고, 블로그도 관리해야 하고, 금요일마다 애들 독서모임도
우리집에서 열어야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처음엔 부담도 되었지만
이젠 이 모임이 있어 일주일이 힘 나고 즐거워진다.
그렇다. 40대 유부녀들이 피워야 할 진정한 바람은 바로 '공부 바람'이다.
땅이나 아파트등 부동산 재테크며, 아이들 학원에 대해 빠삭하게 꿰고 있는 것도 공부겠지만
가족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중년의 공부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공부 바람'만한게 없다.
피부가 쳐지네, 눈가가 푸석해지네 하며 우울해하거나, 괜히 비싼 수분크림과 찜질방에
돈 들이지 말고 함께 공부할 사람 찾아서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해 보시라.
몸 공부가 제일 좋다. 건강을 찾고 지키는 공부라는데 망설일게 뭐 있나.
열심히 하면 다른 곳으로 한 눈 팔 새도 없고, 괜히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짜증부릴 필요가 없다.
허리 아픈데 안 주물러주는 남편을 탓하기전에 내 허리가 왜 아픈지를 찾아서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는게 현명하다.
내 몸이 제대로 먹는 법, 제대로 쉬는 법, 모두 공부다.
이 공부는 하면 할 수 록 내가 살아나게 된다. 엄마가 짱짱해지면 가족 모두가 행복해진다.
홈쇼핑이며 공동구매며 드라마에 바치는 정성의 일부를 공부에 돌려보자.
전국의 40대 유부녀가 공부 바람이 나면 대한민국이 바뀌지 않을까?
오호.. 설레라.
중년의 그대들이며, 더 열심히 바람을 피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