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후쿠시마 원전' 점검-중

원자로 온도는 안정... 폐연료봉 많은 4호기 관건
방사능 오염 냉각수와 폐기물 처리가 큰 골칫거리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상황을 결정짓는 요소는 원자로의 상태와 원자로 냉각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의 처리다. 사고 대처는 결국 원자로를 식혀서 방사능이 나오는 것을 막고, 방사성 폐기물의 환경 영향을 줄이면서 처리하는 두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 원자로 상황

먼저 원자로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겉보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아래 그림은 9월10일 오전 11시 현재 원전 관리 회사인 도쿄전력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연료봉 갯수는 2012년 12월 발표 자료 기준이다.)

원자로현황.jpg

원자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부 온도다. 온도가 높으면 핵분열이 활발하고 방사능도 많이 나오게 된다. 현재 온도가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보기 위해 사고 초기인 2011년 3월20일부터 지난 9일까지의 원자로 내부 하단 온도를 비교해봤다.

후쿠시마원전온도-장기.jpg

그래프에서 보듯 온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최근 1년여의 변화만 따로 비교했다. 겨울철에 접어들면 온도가 내려가다가 봄부터 다시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이에는 기온 변화에 따른 냉각수 온도 변화도 작용하기 않을까 추측된다. 한편 1~3호기와 4호기의 차이도 나타난다. 1~3호기의 경우 내부 온도나 수조 온도가 1년전보다는 조금씩 낮은 반면, 4호기 수조 온도는 1년전 수준까지 올라갔다. 4호기는 사고 당시 가동 상태가 아니었지만, 사용한 연료봉만 1300개 이상 보관하고 있다. 만일 4호기 온도가 확 올라가면 방사능이 대량으로 나올 수 있다. 최근 전문가들이 4호기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호기 온도를 낮추기가 어렵다면, 이는 상당한 불안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원전온도-최근.jpg
후쿠시마원전수조온도.jpg

아래 그림은 2,3호 원자로 내부의 방사능 측정 결과다. 2호기는 안정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3호기는 갑자기 치솟는 일들이 종종 나타난다.

후쿠시마23호기방사능.jpg

2. 방사능 물질 처리

원자로의 상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방사능 오염 물질 처리다. 최근 사고가 계속 터진 것도 오염수 저장 탱크쪽 일이다. 아래는 오염 처리 과정이다. 그림에서 붉은 계열 선들은 방사능 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이고, 초록색과 파란색은 각각 방사능이 제거된 바닷물과 민물의 이동 경로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방사능 오염수 처리 과정에서 나온 진흙(슬러지)가 저장 용량의 85%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냉각수 탱크와 함께 방사성 폐기물 처리도 골치아픈 과제다.

오염수처리도.jpg

후쿠시마 원전 점검 마지막 회에는 발전소 주변 어패류 오염 실태를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461732
■ 원 자료 보기: 후쿠시마 원자로 수위, 압력, 온도 측정 자료 목록(일본어) | 방사능 오염 냉각수 처리 및 보관 설명 자료(영어 PDF)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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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후쿠시마 원전' 점검-상

도쿄전력, 오염수 탱크 방사능 측정 ‘눈 가리고 아웅’
측정 능력 낮은 장비 사용…정밀 측정하니 18배 높아
저장 탱크에서 300㎥ 누수 등 안전사고 갈수록 증폭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지 2년반이 지났지만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최근엔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하고 있는 탱크에서 누수 현상이 벌어진 데 이어 엉터리 측정기로 방사능을 측정해온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후쿠시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몇번에 걸쳐 점검해본다.

 

먼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현장이 어디이며 한국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지도로 보자.

fukushima-distance1.jpg

이제 좀더 가까이 접근해 원자력 발전소 현장을 들여다 본다. 빨간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를 처리하기 위한 통로다. 1, 2, 3, 4호기 원자로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염처리 설치, 담수화 장치를 거쳐서 냉각수가 이동한다. 원자로 바로 오른쪽은 지하수가 오염된 지역이고, 5번 지역이 냉각수를 저장해두는 탱크가 위치한 곳이다. 최근의 사고는 이 지역(보라색 지점)에서 주로 터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배치도

이제 보라색 지역에서 터진 사고를 살펴보자. 지난 8월19일 높이 10미터짜리 탱크의 꼭대기로부터 50센티미터 지점까지 냉각수를 채워 뒀던 탱크 한 곳에서 오염수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 결과 수위가 3미터나 떨어졌고, 빠져나간 양은 300입방미터 정도로 추정된다.

또 8월31일에는 그동안 성능이 떨어지는 계측기로 방사능을 측정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측정 한계가 100밀리시버트인 장비로 지난 8월22일 측정한 결과, 한 곳에서는 시간당 70밀리시버트, 다른 곳에서는 100밀리시버트가 나왔다. 측정 한계까지 수치가 나왔으면 당연히 더 정밀한 계측기로 바꿔서 새로 측정해야 마땅하지만, 발전소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31일 더 정밀한 계측기로 측정한 결과, 방사능이 자그마치 18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아래 그림의 빨간색 지점)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대부분은 도달 거리가 짧은 베타 방사선이어서 위험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해명했다. (빨간색 지점의 측정치는 그 자리에 한시간 동안 머물면 1800밀리시버트 곧 1.8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1시버트에 노출되면 약간의 이상 징후가 시작되고, 2시버트 이상이면 메스꺼움, 탈모 등 더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유출 사고 개요

최근의 이런 상황을 볼 때, 후쿠시마 원전 상황은 그동안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나쁘다. 게다가 도쿄전력의 대응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제 한국은 좀더 철저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대응을 믿고 마냥 손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455264
■ 원 자료 보기: 도쿄전력 보도자료 목록(일본어) | 도쿄전력 보도자료 목록(영어) | 8월19일 오염수 누출 사고 관련 자료(영어 PDF) | 8월31일에 확인한 측정 오차 관련 자료(일본어 PDF)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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