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 농촌의 높은 자살률 대책 시급

정선, 영월, 청양군 등 자살률 쉽게 안떨어져

노인 많고 인구 주는데, 일손 놓기 힘든 지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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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령 및 시도별 자살률 변화와 자살의 원인

2. 시군구별 비교 및 9년 평균 상위 10곳 들여다보기

1회에서 살펴봤듯, 한국의 자살률은 시도별 격차가 상당히 크며, 특히 높은 지역으로는 강원도와 충청도가 꼽힌다. 이 사실은 시군구별로 자살률을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시군구별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50명 이상인 시군구와 15명 미만인 시군구를 비교해보면, 각각 강원·충청 등의 농촌 지역과 대도시로 확연히 구별됨을 알 수 있다. 2005년 경기도 과천시의 자살률은 10만명당 8.9명인 반면 경기 연천군과 강원 철원군 등 4곳은 5배가 넘는 50.6-52.7명에 달했다. 2009년에는 자살률이 50명을 넘긴 시군구가 충남 청양군 등 12곳으로 최근 9년 동안 가장 많았다. 이 해에 자살률이 15명 미만인 곳은 자살자가 없었던 경북 울릉군 단 한곳이다. 2009년은 전세계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한국 경제도 어려움을 겪은 해다. 국내 총생산 실질 성장률이 0.3%로 2000년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민 총소득 실질 성장률도 1.6%로 2008년 -0.6%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다. 이를 보면 경제 상황이 나빠질 때는 한계 상황에 처한 계층에서 자살률이 급격히 느는 게 아닌가 추정해볼 수 있다. [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정리한 시군구별 연령표준화 자살률 표는 기사 끝에 있는 바로가기 링크를 보세요. ]


■ 9년 단순 평균 상위 10곳 들여다보기

자살률이 특히 높은 농촌 지역의 상황이 어떤지 보기 위해 9년 단순 평균치(연도별 자살률 단순 평균치) 상위 10곳의 현황을 들여다봤다. 시군구별 자살률은 연도별로 심하게 들쭉날쭉하다는 걸 고려할 때 이 10곳은 특수한 지역이라기보다 자살률이 높은 농촌의 현실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단순 평균치 상위 10곳은 강원 정선군, 영월군, 충남 청양군, 강원 양양군, 충북 괴산군, 강원 홍천군, 충남 태안군, 경북 의성군, 강원 철원군, 충남 서산시다. 강원도 지역이 5곳으로 가장 많고, 충남 3곳, 충북과 경북 각각 1곳씩이다. 10곳 가운데 10위인 서산시를 뺀 나머지 지역은 일정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 첫째,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와 2010년 총조사를 비교해보면, 실제 거주 인구가 줄었다. 적게는 0.1%(강원 철원군)부터 많게는 14%(강원 양양군)까지 줄었다.
■ 둘째, 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65살 이상 인구 비중: 강원 정선군 21.2%, 영월군 25.0%, 충남 청양군 32.7%, 강원 양양군 23.5%, 충북 괴산군 33.5%, 강원 홍천군 21.1%, 충남 태안군 24.0%, 경북 의성군 38.5%, 강원 철원군 17.9%, 충남 서산시 14.8%, 전국 평균 11.3%.)
■ 셋째, 15살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 참여 인구 비중이 상당히 높다. 강원 영월군을 빼면 2010년 총조사 결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60%를 모두 넘었다. 특히 충남 태안군은 68.8%에 달했다. 단순 평균치 하위 10곳 가운데 경제활동 참가율이 60%를 넘는 곳은 경북 울릉군 단 한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조적인 양상이다. (단순 평균치 하위 10곳은 경기 과천시, 경북 울릉군,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서울 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울 송파구, 경기 안양시 동안구, 서울 동작구, 충남 계룡시, 서울 양천구다.) 자살률이 높은 지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국 평균(55.9%)이나 서울(56.3%)은 물론이고,  강원(54.9%), 충북(56.1%), 충남(60.3%) 등 이들 시군구가 속하는 도 지역 평균보다도 대체로 높다.

자살률 상위 지역의 공통점을 요약하자면, 노령층이 많음에도 일 하는 이들의 비중이 높은, 인구 감소 지역이다. 비교 대상 자살률은 연령 차이를 보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단순히 노령층이 많아서 자살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고령에 따른 질병, 경제 활동 어려움에 따른 빈곤, 독거에서 오는 고독감 등 고령화와 밀접한 요소들이 자살률을 높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 노령층에 초점 맞춘 자살 대책 시급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의 자살률을 뜯어보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자살률은 노령층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연령별로 볼 때 고령층일수록 자살률이 높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농촌과 도시의 자살률 격차 또한 농촌 노인의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노인들이 왜 이렇게 자살을 많이 하는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령층 중에서도 농촌 고령층에 집중한 자살 예방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비극적인 최후를 선택하는 이들을 당장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노령층의 자살을 하루 속히 줄이지 않는 한, 나라 전체가 “현대판 고려장”을 조장 또는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래는 자살률 상위 10곳의 현황을 정리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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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별 자살률 변화 슬라이드로 보기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http://plug.hani.co.kr/data/1966304
■ 표 자료 보기(구글 문서도구): 시군구별 연령표준화 자살률 2005-2013
■ 통계청 자료, 새 창에서 보기: 시군구별 사망원인, 성, 사망자수, 사망률, 연령표준화 사망률(2005-2013)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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