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존재, 농민(상)- 한 세대만에 '소수자' 전락

흔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온 국민의 90%가 넘는 도시민들에게 이 말은 그저 상징에 불과하다. “수확”을 체감할 수 없는 세상이 되면서, 함께 잊혀진 존재가 있다. 농민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국의 농민은 117만 가구, 306만명에 불과하다. 가을을 맞아 어느 때보다 바쁠 농민들의 실상을 세차례로 나눠 들여다본다.


1. 한 세대만에 급격히 준 농민 비중

중간 규모 농가의 몰락, 소농의 증가
농가 세분화에 따른 정책 변화 필요

 

첫회에는 30년동안 농민의 비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비교해봤다. 1980년 한국의 농가는 전체 796만9201 가구(인구 총조사 기준)의 27%였다. 농민 인구 기준으로는 전체 3740만6815명의 인구 가운데 28.9%인 1082만6508명이었다. 세명에 한명 정도가 농업에 종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10년엔 전 인구의 6.4%로 줄었다. (전체 인구 4799만761명 가운데 306만2956명이 농민) 가구 기준으로도 1733만9422 가구의 6.8%(117만7318 가구)에 불과하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 세대만에 농민은 사라질 걸 걱정해야 하는 “소수자”가 됐다. 아래 그래프는 농민 규모의 변동률을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세로축을 '로그스케일'로 그렸다. 인구가 완만하게 늘어나는 동안 농민 인구는 빠르게 준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든 통계는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와 인구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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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은 1980년과 2010년 전국 시군구별 농가 비중 변화도다. 도시화가 특히 빨랐던 경기도나 경상남도 동부는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인 곡창 지역에서도 농가 비중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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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지역만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확대해봤다. 각 도별로 농가 비중이 가장 많이 줄어든 시군구는 따로 표시했다. 1980년 기준으로 경기 화성군(현 화성시, 안산시, 오산시), 충북 청원군, 전남 광양군(현 광양시), 경남 의창군(대부분의 지역이 현재 창원시 의창구)처럼 산업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들이 감소폭에서 으뜸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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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빠르게 줄면서,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땅, 곧 경지면적에도 복잡한 변화가 나타난다. 1980년 농가당 경지면적은 평균 0.932헥타르였고, 2010년엔 1.231헥타르로 늘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복잡하다. 아래 그림은 경지 면적별 농가 비중이 지역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지도로 표시한 것이다. 1헥타르 이상 농가의 비중은 변화가 적은 반면, 0.5헥타르 미만 농가의 비중은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중간 규모 농가의 몰락, 소규모 농가의 증가로 요약되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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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은 경지면적 0.3헥타르 미만의 특히 소규모 농가 변화와, 2헥타르 이상 대규모 농가의 변화만 따로 떼어본 것이다. 충청도, 전라도의 대규모 농가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진 것을 알 수 있다. 강원 산간 지역도 대규모 농가의 증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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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의 대규모 농가와 소규모 농가의 시군구별 비중 지도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그래프로 그려봤다. 같은 도 지역내 시군구별 편차를 보여주는 '중간값 중심 그래프'(상자 수염 그림)다. 그래프, 특히 상자 크기가 위아래로 길수록 편차가 크다는 얘기다. 경기도와 경상남도에서 소규모 농가의 비중이 크게 늘었고, 도내 편차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도시가 적은 충청도 지역은 지역간 편차가 상대적으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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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헥타르 이상의 대규모 농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1980년에는 시군구별 격차가 크지 않았는데, 2010년엔 경기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역별 격차가 많이 늘었다. 전라도와 강원도에서 대규모 농가의 비중이 확연히 늘어난 것도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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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수입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요즘 대규모 농가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소규모 농가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농민의 분화 현상은, 농업 정책도 규모나 사정에 따라 세분화해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다음회 [ 2. 고령화, 고립화로 위축되는 농민 ]에는 농민의 세분화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또 마지막 회 [ 3. 판매액, 소득으로 본 농민의 초라한 현실 ]에서는 농민 대다수에게 농업은 돈벌이 수단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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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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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후쿠시마 원전' 점검-하

5월부터 바다오염 다시 상승... 최근 더 심각할 듯
원전 항만 최악, 북쪽보다 남쪽 바다에 영향 더 커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여파와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수산물 오염일 것이다. 실생활에 가장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일반인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후쿠시마 원전 점검 마지막회로, 원자력 발전소 주변 수산물 오염 실태를 따져본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수산물 오염 조사 결과는 제한되어 있다. 객관적인 연구 결과 가운데는, 지난 4월 국제 온라인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2011년 후쿠시마 주변 민물 고기의 오염 실태 논문이 있다. (후쿠시마와 동일본 지역 민물 세슘 오염 개관(영문 PDF)) 이 논문은 두명의 연구자가 일본 정부 발표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객관적인 연구가 진행되더라도 발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광범한 조사 자체도 쉽지 않다.

공개되는 최근 자료는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발표 자료가 가장 폭넓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바로 앞 항만 7개 지점, 원전 20킬로미터 이내 바다의 11개 지점에서 수산물을 채취해 방사능 오염을 조사하고 있다. 이 발표 자료 가운데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7월까지의 자료를 모두 취합해 정리했다. (당사자가 채취해서 검사한 것이고, 제3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 바로 앞 항만의 오염 실태를 보면, 최악이라고 해도 심하지 않다. 일본 정부의 방사능 세슘 기준치는 킬로그램당 100베크렐인데, 지난해말부터 지난 5월까지 측정 결과를 보면 최대 74만 베크렐까지 나온다. 기준치의 7400배다. 시기적으로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3월까지 상대적으로 높다가, 4월부터 떨어지는가 싶더니 5월에 다시 상승했다. (모든 측정치는 반감기가 2년 정도인 세슘-134와 반감기가 30년이나 되는 세슘-137 수치를 합친 것이다.)

여러 어종을 여러 지점에서 수시로 측정하는 조사 성격상, 최대치만을 강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그래프로 표시해봤다. '상자 수염 그림'(Box Plot)이라고 부르는 왼쪽 그래프가 여기에 적합하다. 상자로 표시된 부분이 여러 측정치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고 평균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상자 위의 선은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준 25%의 범위를 표시한 것이다. 각 측정치의 분포를 점으로 표시한 오른쪽 그래프를 참고하면 이해가 더 쉽다. 결과를 보면, 시기와 상관없이 대략 킬로그램당 5만-10만 베크렐 정도의 오염치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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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그림은 후쿠시마 원전과 20Km 이내에 있는 바다의 오염 조사 결과다. 원전에 좀더 가까운 지점(S지점)은 일본 정부 기준치인 100베크렐을 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히 제1 원전 남쪽 지역이자 제2 원전 근처인 S7, S5, S8 지점의 수치가 높다. 후쿠시마 인근 해류가 남쪽으로 흐른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로 생각된다. 좀더 멀리 떨어진 지점(B지점) 가운데서도 역시 남쪽인 B3, B4의 측정치가 높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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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으로는 후쿠시마 앞바다 오염 상태 변화를 한눈에 보기 어렵다. 그래서 전체 조사 결과를 1) 원전 바로 앞 2) 20Km 이내 중 원전에 좀더 가까운 바다(S지점 7곳) 3) 더 먼 바다(B지점 4곳)로 나눠, 시기별 변화를 표시해봤다. 그래프가 들쭉날쭉하지만 대체로 지난 3월 이후 수치가 낮아지다가 5월 이후 다시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오염수 누출 사고가 벌어진 점을 고려할 때 후쿠시마 앞바다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을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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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원전 바로 앞을 제외한 20Km 이내 바다에서 세슘 오염이 가장 심한 어종들만 비교해봤다. 지난 4월의 결과가 지난해 10월-지난 2월의 조사 결과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오염이 심한 어종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가자미, 우럭, 홍어, 넙치 등이 대표적으로 오염이 심한 어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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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점점 통제하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우려가 높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은 앞으로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적절한 보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필요 이상의 과장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애써 위험을 외면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시리즈 끝)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468221
■ 원 자료 보기: 도쿄전력 보도자료 목록(일본어) | 도쿄전력 보도자료 목록(영어)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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