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맘들, 아이가 아프면 정말 힘들어요... - 생생육아
2010.09.03 16:44 Edit
» 수족구에 걸린 아기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친정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습니다. 친정엄마만, 우리집에 와 계신 건 제가 둘째를 낳고 몸조리를 할 때 빼고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친정어머니께서 상경하신 이유는, 수족구에 걸린 둘째 딸을 돌보기 위함입니다. 전염성이 큰 병이라서, 감히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기에 급히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맞벌이인 탓에 저나 남편이 아이를 집에서 돌볼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니까요.
수족구 판정을 받았을 때, 참 난감하더군요. 난감하다 못해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를 어쩌지?’ 다행히 친정엄마가 경기도 수원에 살고 계셔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는데 만약 양가 어른 모두 먼 곳에 살고 계셨더라면??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더군요. 가깝게는 친한 친구가 그랬습니다. 두달여 전쯤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는데,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모두 전라도에 살고 계신데다 연로하셔서 도움을 청할 상황이 못되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었지요. 결국 그 친구가 부랴부랴 휴가를 내어 아이를 집에서 돌봤는데요. 이 친구 왈. “이러다 나 진짜 회사 짤리겠어. 연차도 이제는 거의 다 써서 휴가를 낼 상황도 못돼. 아이 아플 때마다 휴가 쓰려면 눈치 보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실제 직장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난감할 때가 아이가 아플 때라고 합니다. 예정된 출근을 미루고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유독 그날 낮시간 동안 업무 공백이 클 경우, 연차 같은 휴가를 내려해도 눈치가 보이는 경우, 급하게 약속이 잡혔거나 오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에게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차마 부탁할 수도 없고, 가까이 살지도 않는데다 동네 지리도 잘 모르는 친정·시댁 부모님에게 무턱대로 아이의 병원행을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저도 지금은 덜 하지만, 큰 아이 때문에 병원 응급실을 자주 드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배꼽 기형이라서 종합병원 여러 곳을 옮겨다닌 끝에 수술을 해서, 여러 차례 휴가를 냈었지요. 또 심한 중이염으로 수술을 해야 할 뻔한 적이 여러번 있었기에 그때도 휴가를 자주 냈었습니다. 이밖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열이 나서, 병원에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은 적도 많았는데. 이때마다 염치 불구하고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쯤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맘이라면 한두번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나마 전 다른 직장맘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라, 수월한 편이었음에도 저 역시 아이 때문에 휴가를 낼 때는 늘 바늘방석이었습니다. ‘이러다 회사에서 찍히는 거 아냐?’ ‘나를 무능한 여인네로만 보지 않을까?’ ‘윗 사람들이 날 뭘로 볼까?’ 등이 걱정되더라구요. 남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데, 나 혼자만 쓸데없는 군걱정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 때문에 자주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던 제 마음은, 모든 직장맘들이 그랬듯 편하지 않았습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아빠 대신 엄마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온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를 먼저 병원에 데려왔을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결혼을 해서, 아이를 함께 키우고, 똑같이 직장을 다니는데 늘 육아의 몫은 여성에게 전가되는 걸까? 매번 칼 퇴근해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찾아야 하는 것도 왜 여성만 해야 하는 걸까? 덕분에 여성들은 회식자리도,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려해도 눈치를 봐야 하고... 집에서는 또 어떻습니까?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고, 아이 목욕시키고 재우는 일까지. 심지어 아이들 공부를 봐주거나 함께 놀아주는 일까지 모두 여성들이 해야 합니다.
실제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율을 보면 남성이 여성의 1/5 수준만 가사일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네요. 정작 맞벌이를 원하는 남성들이 많으면서도,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가사분담을 해주는 남편은 많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통계청이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10쌍 중 1쌍만이 공평하게 가사분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맞벌이가구 부인은 가정관리나 가족 보살피기에 요일 평균 3시간20분을 보내고 있으나 남편은 37분만 투자하고 있습니다. 자녀 돌보기 역시 절반 이상의 가정에서 부인이 주로 담당합니다. 덕분에 부인은 여가활동도 포기해야 합니다.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활용 방법으로 남편은 ‘TV 및 비디오 시청’(34.6%)을 하는 반면 부인은 ‘가사일’(31.6%)을 주로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주위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남편은 대개 이렇습니다. 평일에는 약속이다, 야근이다, 모임이 있다면서 늦게 들어옵니다. 주말에는 ‘피곤하다’며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거나 게임 등으로 소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가사와 육아 분담을 남편에게 요구하는 분들도 있고, 남편에게 직접 시키시는 분들도 적지 않더군요.
엄마들이 아이 아빠한데 먼저 도움을 청하기 전에, 아이들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일. 남편들이 좀 알아서 솔선수범해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가사와 육아를 분담해서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교육적으로도, 부부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데도,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도 더 나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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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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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도 둘째가 아파서, 요새 계속 아침마다 지각하고 있네요. 아침마다 아이랑 실랑이를 하다보니 매번 늦게 됩니다. 회사에서 날 어떻게 볼까? 이러다 정말 권고 사직 당하는 건 아닌지.. 나 스스로에게도 화가 나서 차라리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네요. 이러니 여자들이 첫째까지는 어찌어찌 버티다가 둘째때 회사를 그만둔다는 게 이해가 가네요. 흑흑흑.. 왜 아이가 아프면 엄마만 병원에 데려가고 새벽에 깨어나 간호를 해야하는지.. 남일인양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남편(?)이 미워집니다. 아니 아이 키우는 게 전적으로 개인 책임인 이 사회가 문제인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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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요즘 남편이랑 사이가 정말 안 좋은데요. 그 이유는 아침에 두 아이의 등원 준비를 함께 하려 하지 않고, 1분이라도 더 자려고 하는 남편의 미운 짓(?) 때문입니다. 정말 짜증이 나요. 운동하고 온 뒤 제 출근 준비에, 베이비트리 사이트 관리에(대개 출근 전에 사이트를 한번 훑어보고 옵니다.), 두 딸 깨우고, 씻기고, 밥 먹이고, 준비물 챙기고... 정말 1시간이 후딱이에요. 남편이 도와주지 않을 때는 애들 세수도 못 시키고, 밥도 먹이지 못하고 등원시키곤 한답니다. 물론, 저 역시 옷은 어떻게 입었는지 정신이 없고... 화장이나 제 멋내기는 전혀 할 수가 없답니다... ^^ 아침 출근할 때라도, 남편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애들 뭐 혼자 낳았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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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맘을 글로 옮긴 듯 하네요 ㅠㅠ 6살인 지금까지 크게 아파본 적 없는 아이가 일주일이 넘게 열이 38도를 넘어 대학병원 응급실, 외래 진료 등 직장에 좀 눈치 보이고, 아이는 아이대로 힘드니까 짜증내고... 약먹이기, 코 닦아주기, 투정 받아주기... 지난 일주일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남편이 비교적 가사 분담을 많이 하는 편인데도 간호는 잘 못하네요. 사실 남편도 감기로 병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그런데 아이도 아빠의 그런 모습에 크게 서운했나 봅니다. 퇴근한 아빠에게 자기가 어제 밤 너무 아팠는데 아빠는 잠만 쿨쿨 잤다고 일주일이 넘도록 아빠에게 삐쳐 있습니다. 왜 남자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걸 잘 못 할까요. 아파서 짜증내는 아이에게 같이 짜증내고 있으니... 어쨋든 열이 내려 한숨 돌렸는데 내일 병원 예약해서 가야 하는데(예약도 직장 때문에 첫 시간으로 잡았어요 ㅠㅠ) 아이랑 씨름할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직장맘 참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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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큰 아이 수술했을 때, 중이염으로 대학병원 오갈 때 등등... 진땀을 뺐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동네 소아과도 아침 일찍 9시에 가도 진료받고, 약짓고, 어린이집 데려다 주면 얼추 10시30분. 부랴부랴 사무실 가도 11시가 훌쩍 넘을 때가 많잖아요... ^^아이가 아플 때 만이라도 가사 분담을 해줬으면 하는데 그것도 안해주네요. 우리 남편은. 바쁘다는 핑계로. 밥과 반찬하기, 설겆이, 빨래(빨래는 하는 것보다 널고, 접어서 서랍에 넣는 게 더 힘드네요), 청소... 모든 일을 다 저 혼자 하려니, 그것도 아이들 잘때 해야 하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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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이어트 연재 기사를 재미있게 보다가 우연히 이쪽으로 들어와서 미영 기자님의 육아글을 읽고 있는데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혼이고 당연히 아이도 없는 저에게도 이 글들은 약간 무서운^^;미래예상도 같아서 그저 쉽게 읽혀지지만은 않네요. 직장맘이든 전업주부이시든 주위의 아이 키우시는 분들 보면 거의 공통적으로(현실에서 마주치기 힘든 약 1%의 경제력빵빵럭셔리주부들빼고) 많이 '지쳐있다'는게 느껴져요. 입장에 따라 나름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있는데 아직 사회적으로 이해해주고 지원해주는 공기가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결혼하더라도 절대(!) 한 명 이상은 낳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너므 정부는 내심 '한 명도 너무 많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하는데 지금 당장 육아를 하고 계신 분들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실지 모르겠네요-.- ;;;
육아에 완전 무식일 수 밖에 없는 저로서는 그저 '파이팅!~~'을 보내드립니다. 사족이지만, 지난번 캐리비안 베이 글때문에 내심 마음 상하셨을 것 같은데, 간략하게나마 '하실 말 잘 하셨다' 라는 후기 보내드립니다. 몇몇 냄새나는(??) 리플들 보고 어이상실+불끈했다는...
by 한겨레의 영원한 팬&베이비트리 눈팅족 -
하하하... 감사합니다. 사실 그 댓글들 때문에 지난 주말부터 주욱~ 우울하던 참이었는데. 악플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우울증에 걸린다거나, 자살을 택하는 분들의 심정이 이해되더라고요. 그런데, 님의 ‘응원댓글’을 보니, 아자아자 힘이 납니다. 하하핫.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이 있기 때문이에요.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도,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그런 힘듦을 다 잊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엄마, 아빠들이 다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