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의 종교화는 바람직한가 환경운동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이제 종교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아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던 간접적 방식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각종 시위와 집회에 앞장서는 현장주도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뒤에서 지원하던 종교인들이 왜 전면에 나서게 되었을까? 체제에 도전하는 이념적 환경운동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환경권을 대변하는 시민운동으로 변화하면서 환경운동에 대한 종교인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인가? 실업과 가계부채 등 경제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하자 새로운 방식의 운동이 필요하게 된 것인가? 환경운동이 정부의 개발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보다 대통령과 정부의 자문위원이 되어 환경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능에 주력한 것이 환경운동의 제도화, 연성화를 초래한 때문인가? 아니면 대기업의 후원금과 정부용역 등으로 사무실이 넓어지고 씀씀이가 커지면서 환경운동이 관료화, 상업화하는 것을 보다 못해 종교인들이 뛰어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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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8월 북한산 국립공원의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보현스님의 망루위 농성을 시작으로, 2003년 2월에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을 반대하는 지율스님의 4차례에 걸친 단식농성, 2003년 3월에는 새만금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수경스님, 문규현신부, 이희운목사, 김경일 원불교교무의 삼보일배, 2005년 6월에는 경기도 안성의 미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강정근 신부의 천막농성, 2006년 10월에는 인천시 계양산의 골프장개발을 반대하는 윤인중 목사의 나무 위 155일 농성, 2009년 2월에는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수경스님과 문규현신부, 전종훈 신부의 오체투지, 2009년 3월에는 경인운하를 반대하는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단의 천막농성, 2010년 5월에는 문수스님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분신하고, 수경스님은 조계종 지도부의 침묵에 항의하며 화계사 주지를 사퇴한 후 종적까지 반납했다. 최병성 목사는 4대강 구석구석을 누비며 파괴현장을 고발하고 있다. 다른 신부님과 수녀, 목사님들은 한강 두물머리와 서울시청 앞 광장, 여의도 국회 앞에서 꾸준히 반대 집회를 여는 등 4대강 지키기 환경운동은 사실상 종교인들이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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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은 도덕성과 대중성, 전문성이 필요한 운동이다. 이 점에서 종교인의 적극적인 환경운동 참여는 환경운동의 도덕성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운동의 현실에서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단식농성은 많은 홍보효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천주교, 불교, 기독교 신자들이 미사와 단식기도회, 촛불집회 등에 많이 참석함으로써 환경운동의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종교인들이 환경운동을 주도하는 데서 오는 문제점도 있다. 첫째, 환경운동의 리더십 문제다. 종교인들이 환경운동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르면서 이전부터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왔던 환경운동 지도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환경운동의 도덕성과 대중성은 종교인들이, 전문성은 대학교수와 박사들이 나눠 맡으면 직업적 환경활동가들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회원확대와 재원조달 문제다. 종교인이 환경운동에 앞장서면서 환경단체의 존재감이 왜소해지고 회비를 내는 회원들의 수도 줄고 있다. 셋째, 운동방식의 문제다. 종교인들이 삼보일배와 100일 단식 등 보통사람이 따라하기 어려운 운동방식들을 주로 사용함으로써 시민들이 환경운동의 주체로 참여하기보다 구경꾼 역할에 머물고 있다. 집회와 시위 중심의 운동방식도 문제다. 정부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집회와 시위는 피할 수 없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힘겨루기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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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도 사전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방식에 주력할 경우 민주주의 학습과 훈련이라는 환경운동의 또 다른 목적이 소홀해지기 쉽다. 환경운동은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환경을 지키는 민주화 운동이다. 종교인의 환경운동 참여는 운동의 외연 확대를 위해 필요하지만 환경운동의 종교화는 시민운동의 역할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환경운동의 힘은 실천을 통해 민주주의를 생활화하는 보통사람들의 자율성과 다양성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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