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이도 신나는 장터!! 생생육아
2016.10.21 12:5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Edit
학부모회 임원들에게 10월은 정말이지 눈코뜰새없이 바쁜 달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10월에 가장 많은 학교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2학기에 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가 19일날 열렸다.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아나바다 장터'다.
말 그대로 자기에게 소용이 다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팔기도 하고
교환도 하며 장터를 여는 것이다.
학부모회는 회장단과 대의원들로 구성되는데, 각 반 반대표들과
학부모 단체장들이 그 대의원들이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려면
대의원들이 여러번 모여 회의를 해야 한다.
날짜를 정하는 것 부터 학부모회에서 할 일을 정하고, 홍보를 하고
행사가 열리는 날에 일찍 와서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행사장을 차리는 것
까지 일체를 학부모회에서 자율적으로 해 내야 한다.
매년 학부모회에서는 아나바다 장터에서 먹거리를 판매했다.
그 수익금은 좋은 일을 하는 단체에 기부하거나 학부모회에 필요한
물품등을 구입하는데 쓰이곤 한다.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이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남기지는 않는다.
올해는 19일 오후 2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나는 마침 1년에 한번 있는 녹색교통 봉사가 겹쳐서 오전 8시부터
학교로 출동해야 했다.
장터에 참가할 학생과 학부모는 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아서 판매 자리를
지정해준다. 아이들은 각자 팔 물건을 가져와 지정 장소에 보기좋게
늘어 놓고 준비해온 가격표를 붙이고 판매를 시작한다.
여러번 해 본 아이들은 진열도 그럴듯하게 하고 제법 흥정도 할 줄 안다.
그래봐야 몇 백원, 비싸도 천원을 넘지 않는 가격들이다.
아이들이 가져오는 물건들도 참 재미있다.
여자 아이들은 입던 옷이나 본인들이 쓰던 악세사리 같은 것들이 많은데 반해
남자 아이들은 장난감이 대부분이고, 그 중에서 케릭터 카드가 제일 많다.
어떤 아이들은 판매보다 카드놀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러번 장터를 경험해 본 고학년 중에는 제법 장사를 잘 하는 친구들도 있다.
할 일이 많은 고학년들은 이런 행사에 참여를 덜 할 것 같지만
이미 많은 경험이 있다보니 장터에 익숙해서 이런 행사를 더 잘 즐긴다.
대의원들은 학부모회 단체복을 입고 학년별로 준비한 먹거리를 팔았는데
주로 생협에서 사온 음료나 간식 들 이었다.
마침 날이 더워서 준비한 먹거리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녹색회에서는 쓰레기를 가져오는 아이들에게 공책 한권씩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였고
책사랑회에서는 재미난 종이 팽이 만들기 체험 부스를 운영해서 아이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판매금액액의 10%는 기부함에 넣도록 되어 있는데 어떤 아이들은 장터에선 번 돈을
몽땅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장터에서는 마을에서 기부받은 여러가지 경품들을 추첨해서 나눠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인기 폭발이었다. 나도 집에서 직접 농사 지은 고구마를 경품으로 내 놓았다.
물건을 다 판 아이들, 팔지 못한 아이들도 기분 좋게 자리를 정리하게 일어섰다.
물건을 정리하고 쓰레기는 말끔히 분리수거 하고, 어른들도 행사장 정리를 함께 도우니
장터가 열렸던 운동장은 순식간에 다시 말끔해졌다.
팔 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의 물건을 싼 가격에 산 아이들도 즐거웠다.
다음날부터는 내가 내 놓은 옷을 사서 입고 다니는 후배나, 친구에게서 산 핀을
이쁘게 꽂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교정을 누빌 것이다.
이런 행사 한 번 하려면 참 힘들다.
시간도 몸도 마음도 많이 내야 한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뤄내는 시간속에서
학교를 이루는 구성원간에 더 끈끈한 관계가 맺어진다.
일을 해 내는 학부모회의 역량도 같이 크는 건 물론이다.
전체 행사를 주관하고, 자료 사진을 찍느라 운동장을 누비면서도
나는 장터에 나온 탐탁한 물건을 놓치지 않고 샀다.
덕분에 올 겨울엔 장터에서 산 멋진 빨간 니트티를 입고 다니게 되었다.
학교일은 힘들지만 마음만 조금 내면 정말 재미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다.
그런 시간을 통해 내 아이도, 다른 아이도 더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
학교의 지시가 아닌 학부모들의 의견과 결정으로 이런 행사를 치뤄낼 수 있는
학교 문화가 참 좋다.
학부모회장에서 물러나게 되면 내년엔 나도 장터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아이들 작아진 옷이며, 농사 지은 농산물들이며 잔뜩 내 놓고 팔아서
한 몫 잡아볼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 본다.
행사 기획에서 준비, 참여까지 많은 애 써준 학부모회 임원들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