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의 적들, 답이 없다 뽀뇨육아일기
2011.11.01 01:33 cpca Edit
나에겐 적들이 너무 많다.
평소에 적을 만드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만큼은 아닌가 보다.
나를 끔찍이 아끼는 엄마.
‘집에서 아이를 본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일자리를 잃고 힘든 줄 알고 며칠간은 위로했다.
하지만 제주에 다니러 오셨을 때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기라’고 하루 종일 나를 들들 볶았다.
멀리 서울까지 유학 보낸 멀쩡한 아들이 집에서 아기 본다고 하니 남들에게 창피했나 보다 .
(이 말을 맞벌이 하며 육아전담 했던 여자후배에게 했더니 “누구는 서울 유학 안다녀왔나?”하며 거든다. 백번 동의)
차마 창피하다는 말은 못하고 “네 일도, 육아도 아무것도 제대로 안되니 제발 맡겨라” 으름장도 놓고 타이르기도 하지만 아들고집도 못 말린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셔서 무슨 말을 했는지 막내누나까지 설득에 나섰다.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장모님.
아이걱정도 걱정이지만 딸걱정 때문에 전화를 자주 하신다.
육아와 돈벌이를 동시에 하고, 많은 시간을 재택근무를 할 뿐인데 장모님은 밖에서 고생하는 딸걱정에 사위가 못마땅한가 보다.
정신없이 일하다가 잠시 쉬며 밥을 먹고 있는데 하필 그때 걸려온 장모님 전화.
“우리 딸보면 맘이 쓰여 죽겠어”.
“열심히 돈 벌겠습니다. 어머니”라고 대답했다.
딸 걱정하기는 사위도 마찬가지인데 마음이 답답하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유모차를 밀며 입구에서 만난 1층 아주머니.
"저쪽에 어린이장난감 도서관 있는데 가봤어? 거기 일년에 5만원이면 장난감도 많이 빌려줘.”
얼굴을 몇 번 마주쳤나?
이야기도 제대로 안 해본 40대 노산 아주머니가 내게 팁을 알려준다.
“아..네.”
왠지 답답한 마음이 뻘쭘함으로 이어지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나는 이제 누가 봐도 아줌마구나’
오후 시간의 놀이터.
아이들만 놀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엄마들이 제법 모인다.
나만 아빠다.
모여 수다라도 떠는 상황에는 내 입지가 더 좁아진다.
슬슬 자리를 빠져 나가는데 왠지 전업육아를 선언한 첫날이 떠오른다.
낮 시간에 ‘이제 여유가 많아서 좋다’라고 했는데 유모차를 몰고 나오니 만날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아는 사람은 모두 일터에 있는데 나는 뭐하고 있는 걸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 누가 알까?
<유모차 밀고 나들이하는 아빠들이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