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귓속말과 둘째의 뽀뽀 뽀뇨육아일기

아내에게 고백을 해야겠다.


이미 아이들이 당신 크기만큼 내 삶에 들어와 있다고..


첫째 뽀뇨의 유치원 선생님과 면담 때가 생각난다.

나는 그때 죽도록 일 때문에 바빴다.

하루 몇 개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집에서 사무실을 들러 다시 제주시로 넘어갔다

서귀포 집에서 아내를 태우고 유치원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516도로를 타고 성판악에서 내려오며 선생님 면담은 머릿속에 까맣게 지우고선

아내에게 전화를 하였다.


집에 가는 중이에요”,

자기 저녁 5시까지 집에 올 수 있죠?”, “?”,

오늘 면담인거 깜빡했어요?”, “, 20분 뒤에 도착해요


어찌된 일인지 아침에 전해 듣고서는 그제 서야 다시 생각났고

전화기 너머에선 서늘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서 가장 고마우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된 아내,

는 아내에게 말한 그 시각에 집에 도착하기 위해 죽도록 달렸으나 5

분이나 늦게 도착했고 면담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다시 또 차를 달렸다.


앞으로는 면담 하는 거 나 혼자 갈까 봐요”, “?”,

가족에게 중요한 일인데 신경도 안 쓰고 까먹고.. 당신에게 정말 실망했어요”,

”.


사실은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저녁 일을 까먹을 정도로 종일 바빴고

그 바쁜 것이 우리 가족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보상은 해준다고.

나도 면담은 꼭 함께 가고 싶지만 가끔은 아내에게 봐달라고 하고 싶은 하루가 있다고,

그게 오늘이라고.


2016년의 1월이 아니라 2015년의 13월을 살아가느라 바쁘고

마음이 힘든 내게 귀에 쏙쏙 박히는 이야기를 하며 어필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아내도 둘째 유현이도 아닌 첫째 뽀뇨였다.

지난 번 쉬는 평일날에 뽀뇨를 데리러 유치원에 간 일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나보다.


아빠, 나 있잖아로 귓속말로 시작하면

바로 맛있는 간식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지난번처럼 나를 데리러 유치원에 올수 있어?”라고 물어본다.


아마도 그날이 화요일이었으리라.

바로 화요일 저녁부터 아빠, 오늘처럼 내일 유치원에 올수 있어?"라고

잠자리에 들 때 귓속말로 물어보고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어보고

그날 밤 잠자리에서 또.. 이렇게 일주일이 흘러 바로 오늘 월요일이 되었다.


또 다시 내게 살짝이 귓속말로 물어보았다.

일주일 동안 10번은 귓속말을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법도 한데

어렵지도 않은 약속이지만 혹여 피치못할 사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봐서

노력해볼게식의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을 했더랬다.

사실 둘째의 요청이 귀찮기 보다는  너무나 고마웠다.

아니 일주일 동안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하였다.  

딸아이의 애교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아침에 눈을 떠 커튼 뒤로 해가 얼마나 떴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참말로 피곤한 일이다. 어두우면 더 자도 되겠구나 싶고

둘째 유현이가 울면서 엄마를 깨우면 이불속을 나가야 하는구나 하며

아침부터 힘이 빠진다.


마흔 먹은 지난 해를 너무 쉽게 보내나 했는데 연말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마흔 하나가 된 올해 연 초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는데

내게 두 번째 에너지를 주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둘째다.


밤에 몇 번을 깨고 아침잠도 없는 둘째는 내가 퇴근하고 문을 열면 큰 소리로

아빠(아빠라고 부를 때는 얼마나 목청이 큰지)”하고 달려와서 반겨주고

출근 할 때는 내게 침이 가득한 닭똥집 같은 입술로 뽀뽀를 해준다.

막내아이가 좋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둘째의 뽀뽀로 하루를 시작하여 첫째의 귓속말로 하루를 마감한다.


야생의 정글 혹은 거친 밀림 속에서 생활하다 안식을 주는 쉼터에 몸을 누일 수 있음을

바로 이 스킨쉽이 알려주는 것이다.

하나는 귀로, 또 하나는 입으로 하는 소통인데

의미이상으로 많은 것을 내게 전해준다.


쉼터에서의 시간만큼은 제발 더디가기를,

우리 이쁜 아이들 조금은 늦게 자라기를..

늘 하루도 기도해본다


<3살때 한라산을 오른 뽀뇨와 성산일출봉을 오른 유현. 힘들때 같이 있어주는게 가족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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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전업주부가 꿈이었다 현실이 된 행운남,엄마들의 육아에 도전장을 낸 차제남,제주 이주 3년차…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프렌디. pponyop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