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방학? 육아에 대한 희망 뽀뇨육아일기

자기야, 나 주말에만 일을 좀 해보면 안되요?”

 

몇 개월전 아내의 입에서 이 이야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나는 안되요라고 잘라 말했다.

평소에 일하느라 얼마나 힘드냐며 내게 주말 휴식을 보장해준 아내에게서 나온 말인지라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딱 잘라서 말하고 나니 너무 나만 생각하는건 아닐까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말만큼은 내 개인적인 생활도 보장받고 싶은 욕심,

가끔은 늘어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욕심,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이 곳 저곳도 구경하고 싶은 내 욕심 때문에

나는 어쩌면 처음일수 있는 아내의 요청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아내를 위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또 저녁이 있는 삶을 아내 덕분에 누리고 있지만

아내의 요리에 대한 고마움으로 설거지를 해줄 정도,

딱 그만큼의 남편인지 모른다.

 

그런 나에게 아내에게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첫째의 여름방학 때 아이둘을 데리고 전주 처가로 간 아내를 두고 방학운운했다가

친한 아내분들께 두고두고 입방아를 찧어야 했고

기실 혼자 있어보니 자유가 주는 의미도 남다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내가 전주에서 다시 복귀하고 둘째 수유로 밤잠을 설치는 아내에게

나는 용기를 내어 제안을 해보기로 했다

      

수미, 첫째랑 어차피 매주 놀러 다니는데 둘째도 같이 데리고 다닐께요.”

 

그러면 딱 2~3시간만 밖에 다녀 올께요. 고마워요

 

이렇게 시작된 아내의 일요일 방학.

기왕에 기분전환 하는거 반나절, 어떤 때는 한나절이 될 때도 있다.

첫째 하나만 육아를 할 때는 몰랐는데 둘을 데리고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절대 안 가게 되던 테마파크며 키즈카페를 가게 되고

을 써야 하는 곳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첫째와 둘째를 함께 안을 때면 체력소모도 상당한데다

둘을 안전하게 풀어놓게 되면(?) 앉거나 눕는 일이 더 많아졌다

 차를 타고 백미러로 두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며 여행 가는 기분이 조금은 특별한데

첫째 키우며 들던 감정이 슬슬 둘째에게까지 확대되었다고 할까.

젖먹이 둘째에 대한 감정이 조금은 다르게 올라오고

쑥쑥 자라는 첫째에게는 지금 이대로 있어주면 안되겠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매주 짧은 방학 동안 무엇을 할까?

 

가끔은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하는듯한데

짧은 시간이지만 자유를 만끽한다는 것이 어떤지 싶어 물어보았다.

 

오늘 베이비트리에 아내방학에 대해 쓸 건데 어때요?”

.. 육아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고나 할까?” 

 

내심 아내가 '휴식'에 대해 대단한 반응을 보일줄 알았는데 '희망'이라니..

 

아내가 나 말고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제주에 와서 첫째를 낳고

육아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었는데 4년 차이로 둘째 낳고도 이렇게 힘들어할지 몰랐다.

분유를 먹이면 고생은 조금 덜하고 어린이집에 보내면 자유시간을 조금 더 갖게 될 터인데..

 

나는 지난 6년 동안 내가 주인되는 삶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왔고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이번 주에 나오게 될 제주 살아보니 어때?’라는 책도 발간했으며

팟캐스트 인터뷰, 마을기업 운영등 다양한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런 내게 사실은 삶의 주인임을 유예해야 하는 아내가 있었고

나는 그런 아내 덕분에 내 꿈인 제주살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내를 위해 현재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방학’.

 

아내가 아이를 키우며 내게 요청하고 싶은 것 혹은 바라는 것이 많이 있을 텐데

 남편이 바쁘니 어쩔 수 없지하며 지레 포기한 것이 많을 것 같다.

 

작은 계기로 시작한 방학이 아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글을 쓰고 보니 아내에 대한 반성문이 되었다.

 

유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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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전업주부가 꿈이었다 현실이 된 행운남,엄마들의 육아에 도전장을 낸 차제남,제주 이주 3년차…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프렌디. pponyop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