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진실을 향한 대항해 서평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
김보근 외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00375535701_20101023.JPG국방부는 지난 9월13일 펴낸 ‘천안함 최종 보고서’ 머리말에서 “이 보고서가 천안함 피격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동안 제기됐던 모든 오해와 의혹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밝힌, 국방부가 밝힌 ‘진실’의 뼈대는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해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천안함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국방부가 펴낸 천안함 최종 보고서는 “북한이 했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열된 구조다. 하지만 보고서의 천안함 북한 어뢰 폭침 증거는 매우 빈약하고, 그동안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최종 보고서는 북한산 중어뢰의 폭발력(티엔티 환산 때 350~500)과 사건 당일 발생한 지진파의 폭발력(리히터 규모 1.5로 티엔티 환산 때 140~260)의 불일치는 무시하고 아예 언급조차 않았다. 천안함을 두쪽 낼 정도의 어뢰가 터졌다면, 승조원들이 “총알처럼 튕겨나간다”는 민군 합동조사단 자문위원의 증언이 보도됐지만 보고서는 이런 의혹도 모른 척 넘어갔다.

 

최종 보고서가 나왔지만 천안함 관련 진실과 주장이 따로 놀고 있다. 진실은 여전히 깊은 곳에 ‘봉인’돼 있다. <한겨레> 기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최종 보고서 발표 뒤에도 여전한 ‘천안함 의혹’과 취재기를 간추린 책 제목이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 찾기는 어렵다. 이 책에 실린 <한겨레> 기자들의 취재기를 봐도 이런 한계는 명확하다. “수많은 취재 포인트를 공략했고 의혹은 많았지만, 결정적 증언이 나오지 않거나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 멘트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북한 소행이란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는 사람에게는 “국민도 아니다”라고 겁박하는 분위기에서 진실을 뒷받침할 사실관계(팩트)를 확인해줄 과학자, 전문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문 것이다.

 

이 책은 천안함의 ‘진실’을 확인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예컨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어뢰설과 기뢰설을 두고 양쪽 주장의 근거와 반론을 충실하게 담았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갖가지 미확인 주장이 난무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쓸 만한 판단의 길잡이 구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1부에서는 지난 3월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남북한과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의 움직임, 남한 내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천안함과 관련한 활동주체들이 어떻게 움직여왔고, 또 어떤 입장 변화가 있었는지 큰 틀에서 다루고 있다. 천안함과 관련한 국내외 각 주체들의 인식 간극 좁히기에 주목한 것이다. 각 주체가 암묵적으로 천안함의 진실 봉인에 동의하고 자국의 이익 극대화에 나서는 구조에서는 동북아의 분쟁과 갈등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제2부에서는 국방부가 발표한 천안함 최종 보고서의 문제점을 해부하고, 제3부에서는 천안함 사건을 취재해온 <한겨레> 기자 등의 취재기를 담았다. 최종 보고서의 모순을 20개 키워드로 정리한 2부에서는 과학적 내용과 정치적 주장이 뒤섞여 난해한 천안함 관련 의혹과 쟁점을 비교적 알기 쉽게 정리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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