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고 싶다 그림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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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엄마 없이 못 살아. 서울 가지마.”

 

바다가 잠자리에서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서울 수업에 가는 비행기 표 발권을 해놓고도

바다 때문에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바다의 이 말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

가지 말자. 바다를 더 힘들게 하지 말자.’

 

작년 9개월 동안 바다는 내가 한 달에 한두 번

표현예술치료 공부를 하러 서울에 갔을 때마다

많이 울고 화를 냈다.

내가 전화로 보고 싶다고 말을 하면

그러니까 빨리 와! 지금 당장 와!”하고 소리를 쳤다.

 

너무 미안했지만 그만두고 싶지가 않아서

바다를 달래고 설득하며 공부를 계속했고

우여곡절 끝에 수료를 했는데

올 해 다시 그 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아쉽지만 수업 참여를 1년간 미뤄야겠다고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고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점점 내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삶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고

뭘 먹어도, 뭘 하고 놀아도 허전했다.

 

분명히 지금쯤 기분이 좋아야 되는데? 하는 순간에도

껍질만 남은 몸을 가지고 그냥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왜 이러지?

뭐가 빠져나간 이 느낌은 뭐지?

지쳤나?

심심한가?

생각하던 중에

아하... 감이 왔다.

 

나에게 너무 중요한 것을 놓아버려서 그렇구나.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이 내 생명에 힘을 불어넣는 시간이었구나.

 

나는 지금 힘을 받을 곳이 필요하다.

 

관절염 때문에 힘든 몸을 이끌며

두 아이를 야무지게 키우고 싶어 부단히 애쓰는 나를 위한

깊고 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정한 우리 집 가문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욕구를 존중한다.’인데

바다의 강한 욕구 표현 때문에 내 욕구를 단 번에 내려놓은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그 결정도 바다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나의 욕구에서 나온 것이지만

춤을 추고 싶은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욕구였던 것이다.

다음 수업까지 한 달이 남았다.

바다 손에 다시 깍지를 끼고 나의 이런 이야기를 다 털어놓아야겠다.

내 마음과 바다의 마음이 열려 잘 섞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내가 나를 사랑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나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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