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후 미래직업-③ 디지털 문화 해설가 사회경제

tate_modern_future_dan_weill_photography-29.jpg »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http://www.tate.org.uk/visit/tate-modern/tate-exchange

 

이미지가 문자를 대신한다

 

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면 영어 관용구에는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이다’(A picture paints a thousand words)라는 말이 있다. 앞의 것이 소통 자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뒤의 것은 소통 방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구구절절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지 한 장으로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년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온 Z세대들의 소통 방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이런 모습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같은 이미지 위주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문자 위주의 SNS를 대체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6년 인스타그램은 15% 성장할 전망이다. SNS 평균 성장률을 3.1%를 훨씬 웃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향후 4년 동안 2690만명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위터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기존 SNS에서도 문자 없이 다양한의미를 담은 이모티콘만으로 간단한 소통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이모티콘만 해도 이미 1천개가 훨씬 넘는다. 이미지 언어가 문자 언어의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001ff138.jpeg » 드림 소사이어티에선 이미지가 소통 방식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위키피디아

10년후엔 비주얼이 SNS 지배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주얼에 익숙한 디지털세대가 사회 중심으로 편입돼가면서 사회 소통 방식에서도 이미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의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10년 후에는 비주얼이 SNS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덴마크 출신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사회 이후의 미래 사회 형태로 ‘드림 소사이어티’를 내다본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지배하는 사회다. 소통 체계에서 문자가 이성이라면, 이미지는 감성이다.그의 통찰력이 맞다면 드림 소사이어티, 즉 미래 사회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요소는 이미지인 셈이다. 대안미래학의 대가 짐 데이터 전 하와이대 교수는 음악, 드라마 등의 대중문화 콘텐츠로 유튜브 같은 영상 SNS를 통해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을 '드림 소사이어티'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런 시대엔 또 어떤 새로운 직업이 주목을 받을까?

 

05494784_P_0.jpg » 이미지 언어는 설명조의 문자보다 훨씬 빠른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8년 이미지 전문가 수요가 폭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늘의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세번째 미래직업은 ‘디지털 문화 해설가’(Digital Cultural Commentator)다. 이미지 언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업계나 예술계에서 대중들에게 더 각광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대중들에게 좀더 어필하려면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아래서 미래에도 살아남으려는 브랜드들은 비주얼 중심의 대화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와 대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디지털 문화 해설가들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임계점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는 불과 2년 뒤인 2018년이 되면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와 애니메이터,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다가가려면 온라인과 디지털에 의존해야 한다.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앞으로는 의존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지금부터 열심히 컴퓨터를 공부해 능숙하게 다룰 줄 알게 되면  자신의 미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new.jpg » 미국의 스미소니언 가상 박물관. http://naturalhistory.si.edu/VT3/

 

미디어와 예술과 기술의 결합 '디지털문화해설가'


 영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술관의 68%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해 기존 관람객을 붙잡고, 새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데 큰 관심을 표명했다. 학생 취업률 높이기에 열심인 대학들은 이런 분위기를 간파해 이 부문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베렌트 캠퍼스(Penn state behrend) 사례를 들어보자. 이 대학은 지난해 디지털 미디어, 예술,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전공 분야를 신설했다. 이 과정은 전통적 예술 연구와 디지털 미디어 작업에 필요한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학생들은 아카이브 작업을 포함한 디지털 휴머니티(디지털 방식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기술), 영화·비디오·게임 스토리텔링, 시뮬레이션과 인간-컴퓨터 상호소통, 데이터 시각화 등 네 가지 분야 가운데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샤론 데일 조교수는 보고서 작성팀과의 인터뷰에서 “애니메이션, 음악 생산, 텍스트 인코딩, 프로그래밍, GIS 매핑 같은 디지털 기술을 가상 역사와 심리학에서 게임 개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주제와 결합시키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능력과 함께 자신의 경쟁력 무기가 될 첨단기술을 익혀간다고 설명했다.
 

T11806_9.jpg » 디지털 문화 해설가는 하나의 이미지로 강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상 어휘력이 필수다. http://www.tate.org.uk/

 

예술과 대중의 간극을 잇는 디지털 가교


 2020년대가 되면 디지털 문화 해설가는 고급 문화 브랜드들이 숱한 온라인 콘텐츠 홍수 속에서 관객들의 눈에 확 띌 수 있게 해주는 비장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영상 소셜 미디어에 능숙한 이들이야말로 예술과 디지털 대중 사이의 틈을 이어주는 가교다. 이들은 단순하고 강력한 이미지를 이용해 복잡하고 과감한 아이디어들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요즘 뜨기 시작하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같은 신기술도 이들의 주요한 도구다.  Z세대 관객들에겐 이런 신기술이 더욱 강력한 호소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미술사를 전공한 작가 겸 TV 프로듀서 스테파니 스토리(Stephanie Storey)는 인터뷰에서 “미래의 미술사 전공 학생들은 단 하나의 이미지로 강렬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영상 어휘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문화 해설가들은 예술 기관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는 데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 예술기관들도 수익을 창출해낼 필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런던의 유명 화랑인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관장 프란시스 모리스는 “디지털 문화 해설가는 젊은 관객들을 예술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미술관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oman-1283009_960_720.jpg » 디지털 문화 해설가는 예술과 관객 사이을 이어주는 다리다. pixabay.com

 

미술사, 큐레이션,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을 공부하라


 이 분야에 매력을 느낀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미술사와 큐레이션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지금의 문화 해설가들과 마찬가지다. 이것들은 예술의 맥락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기본이 되는 공부이다. 여기에 덧붙여 젊은이들의 소셜 미디어 문화 기반과 결합한 비즈니스 연구, 글쓰기, 마케팅, 홍보 기술에 대한 공부를 해놓는다면 순수 학문만 공부한 경쟁자들보다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보고서는 특히 디지털 문화 해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일거리 가운데 하나는 영향력 있는 소셜 미디어 이용자, 예컨대 수백만 팔로워가 있는 유튜브 스타와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을 중간다리로 삼아 자신들이 세상과 공유하고 싶은 이미지들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핵심 임무라는 것이다.
 사실 문화적 소양과 영상 소셜미디어 능력을 함께 갖춘 미래의 꿈나무를 찾는 분야가 예술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기업 브랜드들도 새로운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해 디지털 문화 해설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디지털 문화 해설가 가운데 일부는 광고나 브랜딩 회사, 또는 디자인 업체로 옮겨 일할 수도 있다. 디지털 문화 해설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문화와 기술을 버무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사람들이다.

참고

드림소사이어티론

https://www.fastcompany.com/37859/dream-society

http://cifs.dk/publications/books/rolf-jensen-the-dream-society/the-dream-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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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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