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m' 빌딩 시대…도시가 구름 위로 솟는다 사회경제

구름도시.jpg » 구름 위로 솟아 오른 두바이의 초고층빌딩들. 가장 높은 건물이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다. 높이 828미터. 유튜브 갈무리

 

 

지상 500미터까지 1분만에 슝~

 

슈~웅.
지하 1층에서 탑승한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광판 숫자가 빠르게 바뀌면서 귀가 먹먹해졌다. 비행기 이륙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1분여 뒤 숫자는 123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고 ‘497.65미터’라는 숫자판이 나를 맞는다. 여의도 63빌딩을 두 개 겹쳐 놓은 높이다. 이 거리를 초당 평균 9미터의 속도로 수직상승해 올라온 것이다. 창밖엔 서울의 숱한 건물들이 미니어처들처럼 아래쪽에 쫙 펼쳐져 있다. 동행한 롯데물산 관계자는 “구름 덩어리가 발 아래 떠다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연말 완공을 앞둔 한국 최초의 세자리 층수 건물 롯데월드타워는 요즘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골조 건축은 지난 봄에 끝났다. 높이 555미터의 이 건물은 완공되면 높이론 세계 5번째, 층수론 세계 3번째 초고층빌딩이 된다.

 

데월드타워 전경3.jpg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높이 555미터로 골조 건축은 끝났고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제공  

 

SF영화에서 보던 장면이 현실로


SF영화의 고전 <스타워즈>에는 거대한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 있는 미래의 구름도시(클라우드시티)가 등장한다. 실제로 사무실이나 거실에 앉아서 창문 밖의 구름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과거 SF류에나 등장하던 장면이었다. 영화 속의 구름도시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상상 속의 그런 풍경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한국도 그런 흐름의 한가운데로 빨려들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름의 최고 높이는 6천미터(2만피트)다. 하지만, 비를 몰고 오는 낮은 구름들은 수백미터에서도 형성된다. 두꺼운 구름층인 적운이나 층적운은 보통 지상 300미터 지점에서부터 형성된다.

 

 Cloud-City-1024x576-루카스필름 와이어드닷컴.jpg » SF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클라우드시티.

300미터 이상 건물 세자릿수 시대

200미터 이상 건물은 네자릿수로

 

올해는 인류 건축사에서 새로운 장이 시작된 해이다.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Council on Council Tall Buildings and Urban Habitat)는 초고층 건물(Supertall) 기준을 높이 300미터(1000피트)로 잡는다. 올해부터 지구상의 초고층 건물은 세자릿수 시대로 진입했다. 지난해말 완공해 올해 초 문을 연 뉴욕의 초고층 아파트 ‘파크 애비뉴 432’(425.5미터)가 100번재 초고층 건물이다. 7월 현재 6개가 더 추가돼 106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이 신축 건물이다. 지난 5년 사이에 2배가 늘었다. 폭발적인 증가세다. 초고층 건물 1호인 1930년 크라이슬러 빌딩(319.4미터) 이후 50번째 건물이 들어설 때까지 80년 세월이 걸렸다. 반면, 이후 50개가 새로 들어서는 데는 불과 5년(2010~2015)이면 족했다. 강부성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뜸했던 초고층빌딩 붐이 다시 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놀라운 건 앞으로 예정돼 있는 것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 걸쳐 100여개의 초고층 빌딩 건설 공사가 진행중이다. 몇몇은 곧 완공된다. 집계되지 않은 건물도 있을 것으로 보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 건물의 다수는 중국에 들어선다. 올해 전 세계에서 건설되는 초고층 빌딩 가운데 높이가 가장 높은 10개 중 6개가 중국에 들어선다. 추진중인 건물들이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세계 초고층빌딩 수는 2020년 200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4년 사이에 다시 2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보다 조금 낮은 200미터(50층) 이상 건물은 지난해말 1040개를 넘어서면서 네자리수가 됐다. 2000년 265개에서 15년 사이에 무려 392%가 증가했다. 올 한해 110~135개가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18~27개가 300미터 이상의 초고층빌딩이다.  

 

 부르즈칼리파.jpg » 2010년 이후 세계 최고층 빌딩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높이 828미터이다. 위키피디아

세계 최고층 경쟁의 중심이 된 중동

 

초고층 빌딩의 정점에 세계 최고층 타이틀이 있다. 이를 둘러싼 경쟁 역시 치열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다. 높이가 828미터이다. 2010년 이후 6년째 왕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이전까지 10여년간 세계 최고 자리는 아시아 몫이었다. 1998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452미터)가 미국 시카고의 윌리스타워(옛 시어스타워, 442미터)한테서 왕관을 빼앗아 온 뒤, 2003년 대만의 101타워(508미터)에 바통을 넘겨줬다. 그 이전 1세기 동안 세계 최고의 마천루는 모두 미국에 있었다.

제다타워2.jpg » 2019년 말 완공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타워. 사상 첫 1킬로미터 빌딩이 된다. Adrian Smith + Gordon Gill

 

사상 첫 1킬로미터 빌딩 등장

'극초고층' 빌딩 신조어 탄생

 

영원한 강자는 없다. 부르즈 칼리파 역시 머지 않아 타이틀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같은 나라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의의 부동산개발업체 이마르가 부르즈 칼리파보다 100미터 더 높은 ‘더 타워’를 짓겠다고 나섰다.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입해 올 여름 착공에 들어가 두바이 엑스포가 열리는 2020년에 때맞춰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더욱 확실한 새 강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 들어설 제다타워(옛 킹덤타워)다. 2019년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제다타워는 예정 높이가 1000미터를 넘는다. 정확한 높이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 빌딩 높이에 ‘km’ 단위를 쓰는 사상 첫번째 건물이 된다. 인류 건축사에 새 기념비로 기록될 주인공이다. 홍해와 맞닿아 있는 이 건물 역시 부르즈 칼리파를 지은 미국 시카고의 건축설계업체 ‘애드리안 스미스 앤 고든 길’(Adrian Smith + Gordon Gill) 작품이다. 그 유명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미터)을 2개 얹은 것보다 훨씬 높다. 10여년 전 처음 소문이 돌았을 당시엔 ‘그림의 떡’ 취급을 받았던 건물이다. 당시 국제사회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쌓고 있는 인근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자극을 받은 사우디 왕국 지도자들의 허세로 치부했을 정도였다. 사우디의 억만장자 왕자 알왈리드 빈탈랄이 이끄는 킹덤홀딩스가 2013년부터 공사에 착수해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7월 현재 44층까지 올라간 상태다. 지상 157층, 높이 637미터 지점에 들어설 전망대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등극한다. 바람에 견디기 위해 만든 3각형 모양은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의 접힌 잎 모양에서 따왔다. 원래는 1마일(1.6km) 높이로 지으려 했으나 지반 등의 문제로 낮췄다고 한다. 순수한 건물 높이는 637m다.

건축학계는 세계의 스카이라인이 한 차원 높아진 것을 반영해 얼마전 극초고층빌딩(Megatall)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높이 600미터 이상인 건물을 가리키는 용어다. 극초고층 빌딩은 현재 3개에 불과하지만, 5년 안에 7개로 늘어난다.

 

뉴욕스카이라인-위키미디어코먼스.jpg » 뉴욕의 스카이 라인. 가운데 솟아 있는 건물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빌딩숲 맨해튼에 34개가 더 들어서면?

 

아시아와 중동이 세계 최고 경쟁을 벌이는 동안, 마천루의 원산지인 미국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에선 초고층 빌딩이 아예 숲을 이뤄가고 있다. 2004년 이전 맨해튼에서 높이 700피트(213미터) 이상인 초고층빌딩은 28개였다. 이후 10여년 사이에 13개가 늘었다. 그런데 앞으로 34개가 더 들어선다. 15개는 이미 공사가 진행중이다. 상당수가 허드슨강과 월드트레이드센터 인근에 몰려 있다. 오랜 기간 뉴욕의 상징 역할을 해온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미터)과 크라이슬러빌딩(319미터)이 졸지에 왜소한 건물로 전락할 처지다. 예정된 건물들이 다 들어서면 맨해튼 거리의 보행자들은 구름 한 점 없는 대낮에도 빌딩 그림자에 가린 햇빛을 쬘 수 없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들이 나올 정도다.

 

 city3-2015.jpg » 세계의 메가시티들(빨간점). 2015년 28개에서 2030년 41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UN-Habitat 보고서에서 인용.

 

초고층의 원동력, 인구증가와 도시 비대화

 

유례없는 초고층 붐 뒤에는 인구 증가와 도시 비대화가 버티고 있다. 유엔은 현재 40억인 세계 도시 인구가 20년 안에 60억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1년에 평균 1억씩 늘어난다는 얘기다. 인구 1000만이 넘는 메가시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1990년 10곳에 불과했던 메가시티는 지금 28곳으로 늘어났다. 유엔은 2030년까지 41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사람과 함께 돈이 몰려들면서 도심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금싸라기 같은 도심 땅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높이 짓는 것이다. 게다가 건물 안에서 생활과 일에 필요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게 한다면 자원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입주자를 찾기도 수월해진다. 강부성 교수는 “과거의 초고층빌딩은 사무용 위주였으나 요즘엔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대부분 사무와 주거, 엔터테인먼트를 겸한 복합용도로 짓고 있다”라고 말했다.
초고층빌딩 붐의 또 다른 강력한 추진축은 부의 편중이다. 초고층 건물을 짓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건물 하나를 올리는 데 조 단위 돈이 필요하다.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는 데는 4조원이 들어갔다. 롯데월드타워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은 단위면적당 건축비가 일반 건물의 3배”라고 전했다. 투입 비용이 많으니 분양가도 그만큼 비싸다. 이곳에 사무실이나 주거를 마련하려면 그만한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초고층 빌딩을 새로운 상류층 전용구역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파크애비뉴서 본 뉴욕 시내-파크애비뉴닷컴.jpg » 96층짜리 아파트 '432 파크애비뉴'에서 바라본 뉴욕 시내. 파크애비뉴닷컴

 

분양가 1천억원의 집은 누굴 위해 만들었을까


뉴욕 맨해튼의 96층짜리 아파트 ‘432 파크 애비뉴’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무려 9500만달러(약 1천억원)이었다. 가장 작은 평형의 분양가도 700만달러(약 80억원)에 이르렀다. 인근 ‘원57’(306미터)의 펜트하우스는 지난해 1억40만달러에 팔려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건물들이 들어선 뉴욕 57번가는 그래서 ‘억만장자의 거리’(Billionaire’s Row)로 불린다. 뉴욕에는 2020년까지 최상류층 부자들을 위한 이런 주거용 초고층 아파트가 무려 14개가 들어선다. 센트럴 파크의 조명 위로, 지상과 단절된 별도의 작은 공중도시가 건설되는 셈이다. 이런 초호화 주택의 소유주는 그냥 부자가 아니다. 중동의 석유부자,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의 신흥재벌 같은 세계의 슈퍼부자들이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상위 1%의 재산이 나머지 99%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가장 부유한 62명의 재산은 하위 50%(36억명)의 재산과 맞먹는다. 주체할 수 없는 돈을 가진 이들은 세계 주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자신들만의 특별공간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실제로 432 파크 애비뉴 펜트하우스 구입자는 중국의 억만장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층 빌딩 붐은 최상류층의 ‘1% 사회’가 연출하는 새로운 도시 풍경이 돼가고 있다.

 

스카이마일하이-Kohn Pederson Fox Associates.png »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구상한 도쿄의 높이 1700미터짜리 스카이마일타워. 롯데월드타워를 설계한 회사와 같은 회사 작품이다. Kohn Pedersen Fox.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도쿄의 1700미터 빌딩 프로젝트

 

지구온난화도 초고층 빌딩 건축에 대한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상하이 도쿄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뭄바이 등 세계의 주요 대도시 중 상당수가 바다를 끼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1미터 가까이 상승할 경우 이들 도시들이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이 도시들에겐 커다란 위협이다. 초고층빌딩은 이에 대비한 대안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롯데월드타워를 설계한 콘 피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가 올해 초 미래의 도쿄로 제안한 ‘스카이 마일 타워(Sky Mile Tower)’가 그 사례다. 그는 ‘넥스트 도쿄 2045’ 프로젝트의 하나로 높이 1700미터 빌딩을 제안했다. 이 구상은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안전한 지대를 만들자는 데서 나왔다. 자연재해에도 안전한 도쿄를 만들자는 발상이다. 이 건물엔 주민 5만5000명의 거주시설과 쇼핑센터, 레스토랑, 호텔, 체육관, 의료기관 등을 입주시킨다는 구상이다. 최대 수용 인원은 50만명. 필요한 물은 대기 중의 수증기에서 뽑아 쓴다. 전기 역시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를 통해 자급자족한다. 주변 건물들과는 하이퍼 루프로 연결한다. 하이퍼루프는 일론 머스크가 개발중인 초음속 진공 튜브열차이다.

 

뉴욕2030-1-비주얼하우스.jpg » 2030년 뉴욕의 스카이라인 예상도. 비주얼 하우스 웹사이트

센트럴파크 일광욕은 사라지고

새들은 유리벽에 부딪혀 추락하고

 

지상에서 수백미터 높이 솟아있는 공간에서의 삶은 어떤 느낌을 줄까? 미 뉴욕의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541미터, 세계 5위) 꼭대기층에서 일을 하는 앨리시아 맷슨(Alysia Mattson)은 <뉴욕타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초고층에서 지내는 생활을 커다란 투명 유리구슬(스노우 글로브) 안에 있는 것에 비유한다. 그 높은 곳에 있으면 모든 것이 조용하다는 것. 도시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지표면의 도시 소음은 모두 증발해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전부 다 납작하게 보인다. 거리의 차와 사람들은 작은 점일 뿐이다. 85층에 집무실이 있는 지미 파크(Jimmy Park)는 창 밖의 풍경을 보노라면 우주인들이 느끼는 조망 효과(overview effect)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조망효과란 저 높은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자신과 지구를 다시 돌아보는 새로운 인식의 경험을 말한다.

초고층 빌딩은 그러나 인근 저층에 사는 사람들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빼앗아 버린다. 뉴욕에서에서는 초고층 빌딩들 때문에 센트럴 파크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 없다는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초고층 빌딩은 특히 하늘길을 다니는 새들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침입자이다. 빌딩의 환한 조명과 유리에 반사된 빛이 새들의 방향 감각을 마비시킨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에서만 한 해 10만마리 이상이 초고층 빌딩의 유리벽에 부딪혀 희생된다.

 

걸프의 신부.jpg » 빌딩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수직도시 개념으로 추진중인 이라크 바스라의 높이 1152미터 건물 '걸프의 신부'. AMBS Architects

 

건물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수직도시

 

도시의 미래를 예측하는 보고서들은 초고층 빌딩 붐이 결국엔 공중도시(수직도시)로 이어질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21세기말까지 이어질 인구의 증가와 도시화, 그에 따른 땅값 상승, 자원 부족 같은 것들이 빌딩의 높이를 계속해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이라크의 AMBS건축이 내놓은 초고층 빌딩 건축 계획은 그런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AMBS건축은 창업자 알리 모사비와 동업자인 아미르 모사비, 마르코스 데 안드레스가 공동운영하는 국제 건축 컨소시엄이다.  ‘걸프의 신부’(Bride of the Gulf)라는 명칭의 이 건물이 들어설 지역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다. 공교롭게도 구약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과 바벨탑이 있던 곳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격전지이기도 했다. 높이 1152미터, 지상 230층로 설계된 이 건물은 높이로만 따지면 제다타워보다 높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아니다. 다양한 높이를 가진 네 개의 건물을 연결해 단지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수직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이 건물엔 사무실, 호텔, 아파트 뿐 아니라 자체 교통 시스템과 학교 병원,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이 모두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다. 가장 높은 타워1에선 높이 964미터 지점까지 사람이 산다. 바스라는 풍부한 석유자원에 힘입어 이라크의 새로운 경제 수도로 부상하고 있는 도시다. 당국의 고민은 더 이상의 도시 팽창 없이 인구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2025년을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에 제안된 대안이 바로 이 건물이다.
 이것 말고도 이미 세계 건축계에선 엑스-시드 4000(4000미터, 도쿄), 얼티마 타워(3218미터, 미국), 두바이 시티 타워(2400미터,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높이 2000미터가 넘는 극초고층 빌딩 제안서들이 7개나 나와 있다. 바스라와 마찬가지로, 인구 100억 시대엔 집중을 통해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들이다. 2000미터 이상은 산소 부족으로 고산병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는 높이다. 인간 생활의 한계 지점까지 빌딩 높이를 끌어올리자는 얘기다.

 

100년후 도시.jpg » 100년후엔 초고층 수직도시가 들어설까? 삼성이 인수한 미국 사물인터넷 기업 스마트싱스의 '100년후 세상'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도시의 대안일까

21세기 '1% 사회' 상징물일까


지미국의 사물인터넷기업 스마트싱스는 지난해 영국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100년후 현실이 될 것 같은 도시 풍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도시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마천루의 출현’이 톱10 중 8위로 꼽혔다. 이는 값싸고 강력한 슈퍼 신소재의 발명을 전제로 한다. 그런 조건이 성숙하기 전까지 빌딩 높이를 결정할 열쇠는 자금력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들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한계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러한 높이에 이르렀을 때 과연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게 될지에 대해선 예견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 전 회장 김상대 교수의 <CTBUH 저널> 인터뷰에서)고 말한다. 더욱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는 초고층 빌딩은 한계가 뚜렷한 방식일 수도 있다. 초고층 빌딩 붐은 더 높고 좁은 건물과, 더 낮고 넓은 건물 사이에서 어떤 것이 인류에게 더 지속가능한 방식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초고층 빌딩은 과연 지속가능한 도시의 대안으로 진화해갈 수 있을까? 아니면 21세기 극심한 부의 편중을 상징하는 거대한 괴물로 기록될 것인가?
   

한국 마천루의 어제와 오늘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jpg » 한국 최초의 초고층빌딩(300미터 이상)인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복합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 ctbuh

 

세계 4위의 고층빌딩 국가

2011년 초고층 빌딩 시대 개막

 

한국 마천루의 기점은 1971년 삼일빌딩이다. 31층짜리 건물이라 해서 삼일빌딩이라 불린 이 건물은 높이 110미터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100미터를 넘긴 건물이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1985년 63빌딩(249미터)이 200미터 빌딩 시대를 열었다. 300미터 빌딩이 등장한 건 그로부터 다시 26년이 흐른 뒤다. 한국 첫 300미터 빌딩의 주인공은 2011년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다. 지상 80층짜리 건물로 높이가 정확히 300미터다. 2000년대 들어 일기 시작한 부동산 붐의 영향이 컸다. 2003년 서울 목동 현대하이페리온(높이 256미터)이 63빌딩을 제친 것을 시작으로, 10여년 사이에 63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12개나 들어섰다. 300미터가 넘는 건물은 현재 2개에서 5년 안에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105층, 553미터)를 포함해 7개로 늘어난다.

한국이 초고층 빌딩 시대를 연 건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고층빌딩국가 반열에 올라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와 도시화율이 높은 빌딩들을 쌓아올린 원동력이다. 높이 200미터(50층) 이상 건물이 세계 네 번째로 많다. 중국(437), 미국(170), 아랍에미리트연합(88)에 이어 57개다. 150미터 이상을 기준으로 봐도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세계 3600여개 중 한국에 198개가 있다. 2000년까지는 9개뿐이었다. 2000년대 이후 급증했다는 얘기다.


출처

세계 최고층 콘도 파크애비뉴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14&nkey=2018070901180000331&mode=sub_view

<통계 및 자료집>

http://skyscrapercenter.com/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future_tallest_buildings_in_the_world

https://en.wikipedia.org/wiki/Skyscraper

세계고층빌딩 포털뉴스

http://www.ctbuh.org/News/GlobalTallNews/tabid/4810/language/en-US/Default.aspx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http://www.ctbuh-korea.org/website/index.php

 

두바이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vo3pY_jmn2w

두바이 사진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559360/Dubai-sky-Phenomenon-happens-twice-year-transforms-Arab-state-cloud-city.html

 

<관련 기사>

http://www.citylab.com/design/2016/01/super-tall-skyscrapers-double-in-5-years-between-2010-and-2015/424416/?utm_source=nl__link4_011916

http://www.citylab.com/design/2015/12/can-a-skyscraper-soar-above-the-clouds/422382/?utm_source=nl__link4_010416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wonk/wp/2016/01/12/the-worlds-tallest-buildings-may-come-with-a-curse/

2015년 통계와 2016년 전망

http://www.dezeen.com/2016/01/20/record-number-skyscrapers-completed-2015-council-tall-buildings-urban-habitat-ctbuh/

http://www.dezeen.com/2016/01/22/2016-megatall-skyscraper-era-council-tall-buildings-urban-habitat-ctbuh/

제다타워

http://smithgill.com/work/jeddah_tower/

바스라 ‘걸프의 신부’

http://www.citylab.com/work/2015/11/the-unlikely-home-of-the-worlds-next-tallest-skyscraper/417510/?utm_source=nl__link4_112515

http://www.skyscrapercity.com/showthread.php?t=1867129

더 타워

http://www.emirates247.com/news/emirates/new-details-revealed-of-dubai-s-latest-world-s-tallest-the-tower-2016-06-15-1.633063

상하이타워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wonk/wp/2016/01/12/the-worlds-tallest-buildings-may-come-with-a-curse/?wpmm=1&wpisrc="nl_most

역대 최고층 빌딩

http://www.6sqft.com/the-wild-and-dark-history-of-the-empire-state-building/

SF 소설 속의 초고층 빌딩

https://www.inverse.com/article/18488-science-fiction-future-city-planning-dubai-skyscrapers-dystopia

 

<뉴욕 스카이라인>

뉴욕타임스매거진 특집:800피트 위의 도시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6/06/05/magazine/new-york-life.html?nlid=73427404&_r=1#/intro-new-york-introduction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터랙티브 지도

http://www.nationalgeographic.com/new-york-city-skyline-tallest-midtown-manhattan/

2030년의 뉴욕 스카이라인

http://ny.curbed.com/archives/2015/12/17/behold_the_supertallfilled_new_york_city_skyline_of_2030.php

http://www.visualhouse.co/newyork/2015/12/16/new-york-2030

http://www.6sqft.com/interactive-map-shows-the-nyc-skyline-in-2020/

http://therealdeal.com/blog/2015/12/18/heres-what-the-manhattan-skyline-could-look-like-in-15-years/

http://www.stevezhuproperty.com/the-future-of-nyc-real-estate/

뉴욕 햇빛 문제

http://www.fastcodesign.com/3053744/infographic-of-the-day/its-official-new-yorkers-in-2020-wont-see-sunlight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wonk/wp/2015/05/04/in-the-shadows-of-booming-cities-a-tension-between-sunlight-and-prosperity/

http://www.theguardian.com/cities/2015/jan/16/supersizing-manhattan-new-yorkers-rage-against-the-dying-of-the-light

http://www.architectmagazine.com/technology/this-week-in-tech-new-yorks-skyscraper-boom-is-blocking-out-the-sun_o

<도쿄 스카이마일타워>

http://www.gizmag.com/next-tokyo-concept-kohn-pedersen-fox/41620/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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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