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생'엄마다

나는 김차장이다. 요즘 내 삶의 유일한 낙은 <미생> 시청. 매주말 새벽에 <미생>을 보면서(아이를 재우고 보려니 본방사수는 언감생심!) 때로 박수를 치고 주로 긴 한숨을 내쉰다. <미생>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워킹맘 선차장이 등장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뒤 한번 돌아보지도 못하고 황급히 생활전선으로 달려가는 모습에 기시감이 느껴진다. 내가 한번이라도 돌아봤던가. 일부러 돌아보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울컥할 마음을 외면하느라 별일없겠지, 그저 내일같은 오늘일 뿐이야, 무심한 척하면서 하루하루를 달려온 것같다. 오차장병이 유행이라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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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놀아주기? 아이랑 놀기!

   “엄마 싸우자~ 싸우자~” 오늘도 아이는 눈 뜨자 마자 상어 인형과 악어 인형을 들고 와서 ‘싸우자’ 타령을 한다. 남자 아이치고는 얌전하다는 이야기를 꽤 듣는 편인데도 그 쪼그만 몸 뚱아리에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는지 질문은 늘상 “바다악어가 더 세요? 백상아리가 더 세요?”따위의 “누가 더 세요?”타령이고, 놀이는 늘 싸움이나 전쟁, 전투다.  “엄마는 평화주의자라서 안싸워”라고 대답하거나 빨리 끝내기 위해서 싸우자마자 바로 공격당하고 죽는 역할을 하곤 하지만 가장 괴로운게 이런 싸움놀이다.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인형놀이만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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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로망, 일곱살을 열망하는 다섯살의 꿈

“예찬아~” “영웅아~” 등원길 셔틀버스를 타는 곳에서 만난 일곱 살 삼총사가 신이 났다. 지난해도 같이 유치원을 다녀서 단짝처럼 친한 아이들은 만나자마자 아파트 단지 안을 방방 뛰며 길냥이를 쫓아다니기도 하고 서로에게 매달려 기차놀이도 하고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이 삼각구도에 다른 한 꼬마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면 쫓아가고 누가누가 두발 자전거를 더 잘타나 수다를 떨면 “나도 두발 자전거 탈 수 있다~”끼어든다. 그러나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일곱 살 형님들에게 다섯 살 꼬마는 상대하기도 우스운 존재일 뿐.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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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월 인생의 불타는 장난감 연대기

   “잉잉, 독가시 어딨어요? 어디?(울먹울먹) 불화살은 어딨지요? 어딨지?”  밤 10시. 집 앞 논의 개구리 울음소리도 잦아든 한밤 중에 나는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다. 아무리 마룻바닥을 뒤져도 랜턴을 켜고 장식장과 소파 아래를 샅샅이 뒤져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새끼 손톱만한 장난감 부속품이 쉽게 찾아질 리 있나. 야심한 밤에 이 뭐하는 짓인가, 퇴근하고 돌아와 아직 세수도 못했는데, 피곤이 몰려든다. 난 누군가, 여긴 여딘가. 내 안의 못된 엄마가 기어이 다시 튀어나오고야 만다. “그러게 누가 이렇게 부속품들을 다 뒤죽박죽해놓으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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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입학을 신고합니다!

드디어 드디어 아이가 36개월을 찍고 이달 초 어린이집에 입학했다. 전에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서 만 3살 이후에 보내겠다고 했지만 운좋게 딱 맞아 떨어진 건 아이의 생일이 2월이라서다. 아무튼 요즘 어린이집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10월 아파트 관리동에 있는 동네 어린이집에 대기 등록을 해서 입학 연락을 받게 됐다. 한 동네에 살던, 교육에 대한 관심 높은 동료가 별로라는 정보를 줬지만 뭐 구박만 안받으면 되지,라는 예의 편한 마음으로 큰 고민없이 등록을 했다. 참 신기하게도 어린이집 입학을 앞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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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눔아 어머니도 짜장면을 좋아한다구!

아이는 떠먹는 요구르트를 좋아한다. 하루에 한두개씩 꼭 먹고나서도 냉장고를 뒤져 또 먹겠다고 떼를 쓴다. 아직 스스로 비닐 뚜껑은 뜯지 못해 내가 뜯어주면 밥먹을 때와는 달리 혼자서 숟가락으로 잘도 퍼먹는다. 엊그제도 식탁 위에서 뚜껑을 뜯어주고서 내 볼일을 보러 거실로 왔는데 아이가 말했다. "이거는 엄마꺼가 없네" 먼소리인가 해서 돌아봤더니 뜯은 비닐을 나에게 보여주는데 비닐에 요구르트가 묻어있지 않았다. 내가 맨날 뜯어준 다음 비닐 뚜껑에 묻어있던 요구르트를 핧아먹었더니 아이는 통에 담긴 요구르트는 자기 것, 껍데기에 묻은 요구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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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괜찮아

아이의 그림책 중에 <울지말고 말하렴> 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꼭 이책은 아니라도 어린 아이 키우는 집에는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한두권씩은 꽂혀있을 것이다. 또박또박 말하기보다 먼저 떼를 쓰고 징징거리는 아이들의 버릇을 고치기 위한 교육용 그림책이다. 친구 딸에게 물려받은 책인데 우리 아이도 이책을 좋아해서 한동안 많이 읽어줬다. 그리고 아이가 울면서 떼를 쓸 때는 "울지말고 말하렴, 곰돌이도 울기부터 하니까 친구들이랑 엄마가 못알아듣잖아. 또박또박 말해야지"라고 아이한테 자주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이가 울 때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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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된 엄마가 되겠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중에 시계처럼 팔목에 차는 스마트키라는게 있다. 그걸 채워달라고 하면서 아이는 늘 이렇게 요구한다. "아프게 불편하게." 흔들리지 않게 꽉 조여달라는 말이다. 너무 꽉 조이면 불편하고 아프다고 말해주니 이제는 아예 "아프게 불편하게"를 요청한다. 비슷한 예로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먹이려고 하면 어김없이 "배아프게 찬물 주세요"하더니 이제는 "설사하게 찬물 주세요" 그런다. 찬물 먹으면 배 아퍼 말해도 듣지 않으니 설사한다고 강도를 높였건만 오히려 설사하게 찬물 달란다. 이건 뭐 자해공갈도 아니고... 여튼, 몇번이나 스마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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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도 비빌 언덕이다

요즘 아이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피 보이’다. 몇달 전 갑자기 발휘하던 출근하는 엄마 바짓가랑이에 매달리기 신공도 약해지면서 아침마다 대체로 기분좋게 “엄마 다녀오겠심다” 또는 “엄마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한다. (이녀석아 “엄마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규~) 말 문이 터진 이후로 종알종알 떠들면서 혼자서도 잘 논다. 실없는 농담 좋아하는 엄마를 닮았는지 벌써부터 할머니와 이모에게 농담을 걸거나 장난을 치면서(“할머니 얼굴에 방구 뿡 낄거예요” “이불 속에 숨어서 깜짝 놀라게 해주자”이런 수준이지만) 혼자 까르르 넘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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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앞에서는 자나깨나 말조심

"엄마 누부루(루브르) 박물관전 가요" 이렇게 수준있는 대화를 하는 아이는 누구인가? 바로바로바로 불과 서너달전까지만 해도 엄마 까까 쭈쭈만 연발하던 우리 아이다. 물론 "루브르 박물관전 가서 뭐 볼건데?"라고 되물으면 "번개맨! 이케이케이케"하면서 번개맨 포즈를 취한다. 티브이에서 전시회 광고를 보면서 아빠가 몇번 같이 보러갈까 말했더니 익힌 말이다. "침대에 진드기 있어. 요에서 자요" 이런 말도 한다. 이 역시 방향제 광고에서 배운 듯 하다. 아무튼 약 석달전부터 아이에게도 그분이 오셨다. 방언 터지듯 말문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 엄마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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