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한글떼기의 간극 생생육아

책을 많이 읽으면 한글을 저절로 뗄까요?

 

저는 사실 그 말을 믿고 있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가 독서하는 환경에서 크다 보면 어느순간 한글을 뗀다는 그 말을요!

 

햇님군은 이제까지 꽤 많은 책을 접해왔고, 구립 도서관의 이용도 잦은 편이었어요.

작년엔 한달에 적어도 2-3번 도서관 방문. 올해의 경우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책이 아주 많은 양은 아니었어도 꾸준했고, 어느순간 아이 홀로 쓱 보는 책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요?

글자 하나하나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읽는, 낭독의 정확성!

그것이 아이에겐 없었어요.

동화구연하듯 문장의 말꼬리를 지어내기도 하고, 잘못 읽기도 하고, 바꿔 읽기도 했어요.

아니 왜 글자를 있는 그대로 읽지 못할까.

정말 의아스러웠습니다.

 

책을 너무 빨리 읽기때문이라는 말도 있었고, 놔두면 어느순간 고쳐진다는 말도 있었어요.

사람들의 말을 믿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읽기를 조금씩 시키다보면 나아질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한글책 낭독을 핵심과제로 생각하지 않은 헐랭이엄마가 아이에게 매일 한글책 낭독을 시켰을리 없지요.

어찌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슬슬 불안해졌고, 어느날 아이를 보니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성격이 급해서, 다 알아서 책을 후루륵 읽은 것이 아닌, '한글을 몰라서'라는 판단이 섰어요.

 

대표적인 것이 '받침이 있는 글자'였습니다.

발화되는 것과 표기되는 것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도 자각이 덜했고,

그러다보니 책읽는 것이 너무 어려웠지요.

 

 

아이가 40개월 좀 넘었을때였나요.

 한글에 관심이 생기는거 같길래 남들 다 한다는 모 학습지를 해봤다가

선생님이 바뀌는 바람에 이건 아니다싶어서 접어버리고, 별도의 한글교육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 6세때 블로그 이웃님과 한글문제집과 기타 방법을 동원해서 온라인 품앗이 한글 교육을 진행했었어요.

그런데 그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하루 10분정도로 잠깐 가볍게 진행한거였고,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한글 문제집을 사긴 했지만 아이에게 한번 쓱 읽어보게 하고 지나가는 식이었어요.

연필을 쥐고 글자를 쓰게 하면 힘들어할까봐 그냥 넘어갔지요.

 

남들 하는 구 땡땡이나 눈 땡땡 학습지같은거, 흔한 국어문제집 풀기.  독후활동이나 일기쓰기.

여타의 국어학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느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독서하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웠고,

초등학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순간 불안해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12주째. 정말 제대로 마음 잡아 한글문제집 선정하고, 매일매일 일정 분량을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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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책 낭독은 몇번 시킬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냥 기존의 독서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생활했습니다.

 

지난 화요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한권 골라 낭독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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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이라 몇번 읽었던 책이고, 유아수준에 어울리는 책이긴 했지만 두세군데 틀리는 것을 빼곤 낭독을 제법 잘 했어요.

 

신기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책을 골라 낭독을 하다니!

그리고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책 제대로 읽기에 도전하는 모습이 놀라웠지요.

매일 국어문제집을 풀더니 자신감이 생겼냐고, 그거 푼게 도움이 되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때 문자를 손가락으로 일일히 짚어가며 읽지 않았던 것.

한글 문제집을 좀더 일찍 풀게 하거나 한글을 제대로? 갈켜주지 않은 것.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아니면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그냥 이 모습 그대로 조금은 늦었을지 모르는, 허나 크게 늦지도 않은 지금 이 타이밍에

한글 문제집을 풀기 시작하고, 낭독의 유창성을 찾고자 하는 지금 이 모습에 만족합니다.

 

 

한글쓰기?

걱정됩니다.

 

'지금 이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 그런 나만의 기대치가 갑자기 떠오르고,

내 기대치에 아이가 맞지않다 여겨지는 어떤 순간.

분명 또다시 불안해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주변에 친구와 언니를 붙잡고 고민을 풀어놓기 시작하겠죠.

교육서랑 책 등등에서 하는 말. 다 뻥이더라. 어쩌구 저쩌구 떠들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전 아직 8살짜리 애 엄마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어느순간 제 눈에 들어온 아이의 장점이 저를 한번 두들기더라구요.

내 아이만의 장점.

내 아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아이의 특징.

 

 

햇님군은 책을 읽을 때 그림을 잘 봅니다. 저는 미처 보지 않는 책속 그림을 잘 관찰해서 이야기를 하지요.

또한 한번 경험한 것들에 대해선 늘 연결하고, 다시 찾아보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확장합니다.

 

지난주 수립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던 한글명작 라푼젤.

몇일뒤 학교도서관에서 영어책 라푼젤을 빌려왔어요.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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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의 마녀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마녀는 라푼젤을 사랑했어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고, 나만의 소중한 아이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라푼젤은 외로웠지요.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한글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러나 한글이 중요하다고 남들 하는 학습지와 문제집 풀기와 어떤 준비, 다독. 이런 것들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천천히 아이의 성장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

아이의 발걸음에 맞추는 과정.

그것이 즐거운 경험이지 않을까요?

자칫 잘못하다간 아이를 위한다 이야기하면서 라푼젤 마녀가 될지도 모르지요!

 

 

불안이 아니고, 사교육의 도배가 아닌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내 육아. 내 교육.

 

피할 수 없으면 즐기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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