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 교육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말하다 과학교육에 대하여 (타운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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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본다. (2012.1.13)

 

 

시험을 준비할 때, 이 공부만 끝나면 절대로 일은 하지 않고 신나게 놀아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였는데도 나는 일주일의 자유시간 후 인근 중학교에서 과학교사 일을 하였다. 사범대학 재학 중 개인 과외나 학원 강사 등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많다고 스스로 자부했는데 학교라는 공간은 사교육 기관에서 가지는 책임감과는 또 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더 신중하게 다가왔다. 교사 체험에 가까운 나의 경우도 이러한데 오랫동안 현직에 계시는 교육자 분들의 고충과 고민은 얼마나 무거울까.

교육이라는 것이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나라의 근간이자 초석을 이루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기에 백 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百年之大計)이라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 해 보아도 우리나라 사회 구성원, 가깝게는 내 이웃, 내 아이가 올바르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만들어 주는 일이므로 가깝고도 먼, 단순하고도 복잡한,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 밖 세상, 그리고 학생들은 급속한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하는데 학교만 그대로

 

내가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로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받은 느낌은, , 학교라는 곳이 정말 변함이 없구나, 였다. 학생 인권조례, 수석교사제 도입, 교원평가제 등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교육을 위해 다양한 제도 도입이 논의, 시도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중학교를 졸업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도 학급당 학생수나 기타 학교 시설이 그다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칠판의 백묵이 물백묵으로 바뀐 정도가 고작이었으니. 또한, 혈기왕성한 학생들에게 골고루 관심을 가지면서 수업을 이끌기에 45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고 38명의 학생은 너무 많은 수였다. 중학생 때가 학업적으로나 학업 외적으로 가장 세심하게 지도를 해 주어야 할 시기인데 구조적으로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충분히 살피고 파악하여 지도하기 어렵다 보니 대구 중학교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조금만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주면 금세 잘 따라오고 의욕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급당 인원수만 줄여도 학급 내 여러 가지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더라도 절대 변해서는 안 되는 가치관이 있다는 것

 

학교 시설 및 구조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학교에서,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그 공간 안에서 어떤 것에 기준을 두고,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각종 전자기기들이 몇 개월만 지나도 구식이 되어버리고, 어느 순간 옆 골목에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아도 우리 사회가 하루하루 얼마나 빠르게 변해가는 지 느낄 수 있다. , 우리는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것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우리가 그 속에서 함께 변하고 있을지라도 절대 변해서는 안 되는 가치관이 존재하고,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 중 하나가 타인에 대한 배려, 즉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수업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를 내며 자기 멋대로 행동하거나, 엎드려 자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이 체벌 금지로 인한 교권 추락 때문이라고 단순히 표면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나와 우리 반 친구들을 위해 우리 앞에 서서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 그 이전에 한 어른, 한 사람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교육받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교실 내에서나 교무실에 불려와서도 학생 본인에게 듣기 싫은 지적이나 충고를 하면 못들은 척 하거나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모르고 자기 얘기만 하는 학생은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이 행동한다. 그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 쓸데없는 잔소리로 취급되지 않고 교과내용 하나 더 아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한 공부로 여겨지는 교육, 나아가서 사회 분위기도 그렇게 형성 될 수 있도록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한 목소리로 지도해야 할 것이다.

본고사, 수학능력시험, 논술시험, 입학사정관제 등 우수한 인재를 가려내고 양성하기 위해서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지만, 복잡한 현상에서도 본질은 단순하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우수한 기술력, 뛰어난 지식의 창조가 아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각자의 특성과 소질을 존중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입시정책이 달라진다고 이렇게 혼란스러울 일도 없고, 이렇게 자주 정책이 변하지도 않는다. 학생들 입장에서, 눈높이에서 지도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옆 친구, 선생님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교육환경이 조성될 때 대한민국도 더욱 성숙하고 훌륭한 인재들로 가득 찬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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