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정책 - 의사 친구가 없는 세대 과학교육에 대하여 (타운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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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본다. (2012.1.31)

 

우리나라 대학 및 고등교육 입시 정책에 따라 전국의 유치원생부터 교육 방향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의치의학전문대학원 및 약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됨으로서 이공계 대학교육에 큰 혼란과 변화가 뒤따랐고, 고등학교 과학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수능시험 과학탐구 선택과목에 화학과 생물과목으로 선택자들이 몰려 물리나 지구과학 선택반이 폐지되거나 교사수급에도 불균형 문제가 유발되는 등 과학교육이 지나치게 '의대 입시에 도움되는' 교과로 편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학 입시가 중요한 사회에서는 특히 더 대학교육, 즉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이 정당정치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된다. 집권당에 관계없이, 정치적인 문제와 별개로 일관성있고 진정성있는 교육 정책 실현이 절실하다. 나는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른 내 사촌동생을 보면서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현재 수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이나 재수생들에게는 전문대학원 체제로 인해 기존의 의, 치, 약학대학 정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상위 3% 이내의 이과 상위권 학생들의 흡수층이 사라져버렸다. 예전에는 서울의 수능시험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를 가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도 의대 광풍이라는 비이상적인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요즘은 극소수의 전문대학원 병행대학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명문대 공대나 자연대부터 채워지기 때문에 예전보다 학교를 낮춰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 학생들 중에서 의료인으로서 진로를 꿈꿨던 학생들도 대학을 졸업하는 4년 후에는 전문대학원이 기존의 예과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더이상 의사가 될 방법이 없어진다. 결국 지금 입시를 치르는 내 사촌동생 나이의 학생들은 본인은 물론이고 친구들 중에서도 의사 친구가 없어지는 셈이다. 
반면 02~05학번 정도의 학생들은 수능으로 입학할 당시에도 의치대가 존재했고, 그들이 대학을 졸업한 4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 시행되고 있을 때라 이 세대는 의대 입시에 있어서 여러번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세대에 해당하는 나도 이 기회를 통해 의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내 주위에는 왠만큼 공부 좀 더 하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둘러보면 의사 친구들이 참 많다.
의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는 것이 정말 기회를 잡은 것인지 아니면 덫에 걸리는 것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정치가들이나 정책가들의 무모한 시도나 성급한 욕심 때문에 세대에 따라 기회가 다르게 주어지는 것은 글쎄, 세상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나 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위로 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다.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소통으로 문제를 공론화 시킨 후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 집행, 특히 교육 정책을 수정 보완 해야 적어도 어떤 세대에서 어떤 직업이 희귀해지는 희귀한 현상은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사촌동생 같은 어린 동생들이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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