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학이 목적대학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과학교육에 대하여 (타운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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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본다. (2012.1.30)

 

 몇해 전 대한화학회 화학교육 분과에 참여하여 핏대 올리며 사범대 존폐 위기에 대한 안일한 문제 의식을 지적한 적이 있다. 어찌보면 투정에 가까운 항의를 했었다. 나를 비롯한 사범대 졸업생들이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임용고시에 청춘을 몇 해씩 바치며 소위 말하는 '고시 폐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서였다. 오늘 학부 교수님을 찾아뵙고 식사를 하며 나누었던 얘기 중 역시 임용고사 합격률이라는 주제는 빠지지 않았다. 내가, 그 학회에 부재하셨던 교수님께 다시 한번 당부드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범대학이 종합대학 내 하나의 단과대학으로서, 그리고 교사 및 교육자 양성을 목적으로한 목적대학으로서 자리가 위태로운 것은 사범대학 안팎으로 공공연한 사실이다. 비용을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두어내는 경제성의 관점에서도 경영대, 공대와 다르게 사범대는 효율성이 매우 낮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졸업생들이 모교를 위해 장학금을 쾌척한다거나 '대박 상품'을 개발하여 학교에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교직과목 몇과목 더 이수하는 것 이외에 자연대 화학과와 별반 차이도 없는 사범대 화학교육과를 존속 시킬 하등의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글쎄,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그 투자의 성공 여부를 눈에 보이는 물질로 즉각 측정할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사범대학의 존폐 여부에 대한 논의가 심심찮게 이루어 지는 이유가, 첫째는 대학이 학문 연구의 상아탑으로서의 위상과 권위를 잃고 자본주의 사회 내 하나의 '사업체', 내지는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야하는 '경영 대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고, 둘째는 사범대학이 일반 자연대나 인문대와 실제로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스스로 타 단과대학과의 차별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아니 증명하려는 노력을 등한시 한 채 비사범대생들에게 교직과목만 이수하면 사범대 졸업생과 똑같이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임용고사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의 수가 한 해 임용할 수 있는 교사 수를 훨씬 넘어섬으로써 사범대 학생도, 타 단과대 교직이수자들도 심각한 고용 불안정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이 상황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사범대 학생들과 특히 사범대 교수들의 현실 직시와 문제 해결 의지이다. 이공계 사범대 학생들이 임용고사를 포기하고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현상이다. 임용고사를 위해 재수, 삼수를 하면서 고시학원을 전전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자신들의 모습인데 어떻게 사범대 신입생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도 같은 선택을 하기를 기대하는가. 이공계 사범대학 교수님들은 자신들의 학과가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선수과목 이수를 도와주는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문제 해결에 대한 대책은 전혀 내놓고 있지 않다. 
 사범대학을 유지하고 합목적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교수님들이 교육부 장관을 협박을 해서라도 교사 임용 선발자 수를 늘리던가, 그러한 구조적인 개선이 불가능하다면 사범대학 출신자들이 교사 이외에 교육과 관련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전국에 수많은 교육관련 연구기관이 있고, 교육관련 출판사, 교재 및 교구사, 다양한 교육관련 사업 등 사범대학 출신들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구조적으로 선발 인원이 적은 임용 시험에 합격 시키고자 특강을 개설하고 문제 풀이를 도와주는 것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경쟁을 부추길 뿐이다. 좁은 문에 서로 우리 학생들을 더 세게 밀어 각자 합격률을 높이려는 생각보다는 문을 여러개 만들고 숨겨져 있던 문으로 가는 길에 대한 안내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틀을 벗어나야 문제를 창의적이고 확장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점차적으로 폐지되고, 이러한 변화는 이공계 사범대학 학생들의 진로 중 한 길이 폐쇄됨으로써 임용시험 선발 자격인원의 과중한 적체를 예상할 수 있다. 정말로 사범대 학생들의 진로 문제에 대한 창발적인 대책 논의 및 시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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