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농업 연수 그후-단절하려는 이와 이으려는 이
“우야, 니가 가까운 창원대에 갔더라면 좋았을텐데. 맥지기(괜히) 서울로 가서 얼굴도 자주 못 본다.” 엄마와 통화하다보면 늘상 듣는 말인데 멀리 서울로 갔던 나또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왜 나는 멀리 서울로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을 했을까. 누가 내 머릿속에 서울이라는 도시를 새겨 넣었을까. 평생을 태어난 마을에서 살고 농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부모님이 계셨는데도 말이다. 땅 한 평 물려받은 것이 없었던 부모님은 모든 것을 혼자서 일궈가면서도 한때는 어떻게든 이 지긋지긋한 마을과 농업을 떠나려고 했다. 아버지는 힘이 부치셨는지 환갑을...
독일,오스트리아 연수이야기4-캠텐 농민시장을 가다
나는 캠텐이라는 독일의 작은 도시를 잊을 수 없다. 인구 6만 5천(경남 고성군 인구와 비슷)의 몇 백년은 됨 직한 골목이며,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설명도 있었지만 이틀을 머물며 도심의 세인트 로렌스 성당에서 맡은 소똥냄새를 잊을 수 없다. 어떤 도시에 처음 갔을 때 떠올리는 많은 기억이 있을 텐데 예를 들면 드레스덴의 엘베강 야경이며 뉘른베르크 황제성에서 본 도시전경이 그렇다. 캠텐은 소똥냄새라니. 우리가 이 소도시 캠텐에 도착한 날 약간의 안개가 끼어 있었다. 도심지 작은 성당과 바로 옆에 있던 호프집, 그리고 바람결에 심하게 퍼...
독일,오스트리아 연수이야기3-클라인가르텐, 작지만 큰 정원
클라인가르텐. 독일 말로 작은 정원이란 뜻인데 우리는 이 정원을 버스를 이동하며 곳곳에서 보게 되었다. 처음엔 무엇인지 몰랐다. 철조망이 쳐져있고 왠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직사각형으로 구획을 그어놓은 것이 인위적이기도 하고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의 임시거처같이 보였다. 이 이상한 시설들은 도심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었는데 버스로 이동하는 우리는 높은 위치에서 이 곳이 무슨 공간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훔쳐보았다. 언뜻 꽃도 피어있고 채소도 심어져 있었는데 중간에는 작은 통나무집도 있었다. 오후 시간인데 몇몇의 사람들이 텃밭을 관리하고 있었다...
독일,오스트리아 연수이야기2-독일의 믿을수없는 저녁
한국에서 언젠가부터 ‘저녁이 있는 삶’, ‘주인 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한 유명정치인은 은퇴를 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늘 말을 남기기도 했고 ‘탈서울’하여 이민을 가거나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들은 그 첫 번째 이유로 ‘저녁이 있는 삶’을 꼽기도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번 유럽연수에서 느낀 바를 짧게라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연수 첫날, 프랑크푸르트공항에 저녁시간이 조금 안되어 도착했다. 명색이 국제공항이자 유럽의 관문이라 할수 있는 공항인데도 ...
독일, 오스트리아 연수이야기1- 숲과 자전거의 나라
지난달 9박 11일 동안 유럽농업연수를 다녀왔다. 대산농촌재단의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한 연수였던 17명의 연수단에 내가 선발된 것이다. 첫 번째 유럽여행을 연수형식으로, 그것도 농업을 주제로 가게 될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난해 이 연수를 다녀온 분의 강력추천이 있었고 마감을 하루 앞두고 나는 거금 180만원이나 드는 연수를 결국 신청하고 말았다. 이번 연수는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독일, 오스트리아의 선진 농업을 탐방하는 목적이었지만 틈틈이 독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설과 탐방이 이어져서 거꾸로 왜 독일의 농업은 아주...
폰을 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며칠 전 아내 없이 아이들과 1박 2일을 함께 보낼 일이 있었는데 첫째는 놀아달라고 매달리고 둘째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가 떼를 쓰고 울어 참 힘들었다. 휴일이면 밖에 놀러 가는게 일이었는데 지난주 바다 나들이 가서 아이 둘 다 감기가 걸리다 보니 꼼짝없이 셋이 집에 갇히게 된 것이다. 첫째를 나름 업어가며 키운 나인데도 아이 둘을 몇 시간 보고 있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평소에 함께 책도 읽고 놀기도 하고 잠까지 재우는 아빠가 왜 몇 시간 집중해서 돌보는 것이 어렵나 했더니.. 한 가지 일에 집중을 방해하는 어떤 것이 있다라는 생각이 문득...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하루
며칠 만에 날이 풀렸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주중 공휴일, 늦잠은 어찌나 달콤하던지. 조금 더 잠을 청하고 싶었으나 아이 둘 돌보느라 늘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을 떴다. 따뜻한 햇볕이 커튼 사이로 비치고 방바닥은 온기가 남아 일어나기 싫었지만 정말 간만에 어디론가 떠나야 할 듯한 날씨에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거실에서 나와 자연스레 베란다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범섬과 태평양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날이 맑아 범섬 앞에서 나뉘는 파도의 색깔차이가 또렷이 보였다. 따뜻한 햇볕에, 바다가 보이는 거실이라.. ‘이제 쇼파만 놓고 누워서 ...
명절에 잘린 내 콧수염
설 명절 기간에 고이 고이 기르던 콧수염을 잘렸다. 내 손으로 자른 거지만 자의에 의해 자른 것이 아니기에 ‘잘렸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난데없는 콧수염’을 기르기로 한 것은 요즘 내가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이고 약간의 신변의 변화를 가지고 싶어서였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우울함, 감기, 지나간 시간에 대한 이러저러한 반성과 앞으로 살아갈 고민 아닌 고민들 때문에 늘 그렇긴 하지만 올해는 오래 가는 듯하다. 집에 올 때 특히 명절에 집에 올 때는 머리도 깎고 목욕도 하고 새 옷도 입고 오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엄마는 내게 이야기를 하지만 나...
첫째의 귓속말과 둘째의 뽀뽀
아내에게 고백을 해야겠다. 이미 아이들이 당신 크기만큼 내 삶에 들어와 있다고.. 첫째 뽀뇨의 유치원 선생님과 면담 때가 생각난다. 나는 그때 죽도록 일 때문에 바빴다. 하루 몇 개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집에서 사무실을 들러 다시 제주시로 넘어갔다 서귀포 집에서 아내를 태우고 유치원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516도로를 타고 성판악에서 내려오며 선생님 면담은 머릿속에 까맣게 지우고선 아내에게 전화를 하였다. “집에 가는 중이에요”, “자기 저녁 5시까지 집에 올 수 있죠?”, “네?”, “오늘 면담인거 깜빡했어요?”, “아, 20분 뒤에 도착해요” 어찌된 ...
퇴근길 엄마와의 수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난 추석 때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떠올린 것이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돈다. 이유는 여럿 있을 것이다. 둘째 유현이를 보면 내가 투영이 되고 자연스레 내 아버지까지 떠올리게 되는 것이고,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아버지 또한 걸었을 것이기에 그는 과연 어떤 인생의 해답을 가지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엄마한테 물어보면 어떨까?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아버지 생각이 맴돌다가 퇴근길에 전화로 물어보기로 했다. 무엇부터 물어볼까 하다가 아버지를 찾아 마산 시내를 돌아다니던 기억부터 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