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뇨가 돌아왔다, 한 뼘 자란 채로..

뽀뇨가 돌아왔다. 혹시나 엄마, 아빠를 못 알아보는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빠”를 목 놓아 불렀다. 2주가 넘게 전주에 있는 동안 화상통화를 안하려 해서 얼마나 애가 탔는지 뽀뇨는 모를 것이다. 결혼 3년만에 뽀뇨 낳고 아내와 단 둘이 있어보니 집이 절간과 같이 조용하고 저녁 시간은 여유가 넘쳐 구석 어딘가에 넣어두었던 시집을 꺼내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둘째를 가지기 위해 헌신진력하라는 장모님의 사인도 서서히 잊혀져갈 즈음 뽀뇨가 돌아온 것이다. 살이 토실토실 오르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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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행하는 미꾸라지 국물?

뽀뇨가 전주 외갓집에 갔다. 잠시 제주에 다니러오신 장모님이 외갓집 구경도 시킬 겸 2주 정도 뽀뇨를 데려가셨다. 작년 예비군 훈련 때문에 뽀뇨를 외가에 맡긴 이후 두 번째인데 딸바보 아빠도 이제 면역이 되었는지 뽀뇨가 없는데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작년처럼 설마 엄마, 아빠 얼굴을 몰라보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 하며 영상통화도 곧잘 하고 열심히 엄마 아빠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안심을 시킨다. 사실 안심이 필요한 건 뽀뇨쪽이 아니라 엄마아빠쪽인지 모른다. 딸아이가 없는데 아내까지 늦는 날, 혼자 밥을 먹을 때의 기분이란 서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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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와 종아리

가끔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직 잠들지 않고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마 내 아버지가 느꼈던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한참 자던 잠에서 깨거나 아니면 아직 잠을 못 자고 있는 아내가 가끔은 눈을 흘길 때도 있겠지만 나는 과거의 내 아버지가 그러하였듯 밤늦게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면 그렇게 아이가 보고 싶고 좋을 수가 없다. 물론 술 냄새 풀풀 풍기며 집에 들어온 아버지가 어릴 때는 그렇게 싫었다. 졸리는 나를 붙들고 한참을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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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들이여, 바보성을 세상에 널리 공표하라

딸바보. 딸을 바보처럼 사랑하는 요즘 아빠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아무 생각 없이 자칭 ‘딸바보’로 불렀는데 요즘 뽀뇨는 아빠를 제대로 된 딸바보로 만들고 있다. 아직 아이가 하나다 보니 ‘딸’아이와 ‘아들’아이가 어떻게 다른지를 잘 모르는데 이제 22개월이 된 뽀뇨가 제법 여자아이의 티를 내면서 아빠를 홀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냐고? (바보는 보통해서는 바보가 아니다. 아주 덜 떨어져야 바보다. 내가 진짜 ‘딸바보’임을 한번 증명해 보이겠다. ㅡ.,ㅡ;) 우선 뽀뇨가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꽤 우렁차졌다. 엄청 목을 쓰면서 아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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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세 여자 이야기

내 인생에는 세 명의 여자가 있다. 그 세 명 중 한명인 내 아내, 수미씨. 지난주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이미 밝혔든 우리 부부는 둘째를 갖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지난 주 임신을 확인한 직후 바로 우리를 떠나버렸다. 허리가 아프고 몸에 열이 나는 것이 왠지 임신인 것 같다고 한 아내는 어차피 임신하고 나면 산부인과 갈거니까 괜히 진료비 낭비하지 말고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래도 축하할 일이니 테스트를 해보자고 해도 뿌리치던 아내가 밖에 하루종일 일을 갔다 와선 몸이 안 좋다며 테스터기를 사오라고 한다. 저녁에 확인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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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세 살에 늘어가는 주름살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눈 위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아직 마흔도 안 되었는데 왠 주름살이람. 아내는 나이 먹으면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지만 요즘 눈 위의 주름살, 거칠어진 손바닥, 들어가지 않는 배를 바라보며 마음이 찹찹하다. 찹찹한 아빠의 마음을 쭈글쭈글하게 만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세 살에 접어든 뽀뇨다. '우유', '바나나', '귤', '쮸쮸무아(요거트를 가르키는 뽀뇨만의 단어), '더 조' 등 계속해서 먹는 걸 찾는데, 가져다주면 얼마 먹지 않고 여기 저기 던진다. 밥 먹을 때는 작은 밥상에 뽀뇨를 앉히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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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만들기 프로젝트, 피나는 노력의 결과는?

손꼽아 기다리는 집엔 미안한 일이지만 아이 갖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가끔 전화통화를 하는 의사친구가 있는데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여 아직까지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얘길 들을 때면 '아직 제수씨가 나이 젊은데 뭐. 너무 걱정하지마'라는 뻔한 대답으로 일관하곤 했다. 아이를 낳아야 겠다고 결심하고 거의 첫 달에 임신에 성공. 뽀뇨는 아빠엄마에게 거침없이 다가왔다. 뽀뇨 낳은지 1년이 넘었고 아내가 여러 가지로 바쁘긴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둘째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한지가 벌써 6개월, 이상하게 아무 소식이 없다. 동생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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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아이키우며 살아가기

‘제주에 사니까 어때?’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한지 2년이 넘었는데도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이다. 늘상 받는 질문인지라 답변 또한 늘상 같다. “여러가지로 좋아요. 형도 내려오실래요? 한달 여행온다는 기분으로 내려와서 한번 살아보세요” 제주를 사랑하여 제주로 내려왔지만 탈서울에 대한 생각도 이주에 한 몫을 했다. 왜 사람들은 똑같은 목적을 갖고 아등바등 살아가야 할까? 늘 피곤하고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에 틈은 없는 걸까? 이러한 허무맹랑한 생각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한겨레21의 독자 편집위원회 시절 만난 김형태(황신혜밴드)씨와의 인터뷰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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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에 완패한 아빠, 그래도 육아대디 만한 남편없다 - 토크배틀 TV프로그램 출연기

음주 반응 테스터로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육아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직장생활하는 엄마’와 맞짱토론을 해달라는 한 케이블방송사의 부름을 받았다. “아버님, 요즘 유행하는 토크 배틀이라구요? 강심장처럼 하시면 되요”. 방송작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프로그램을 들먹이고는 참석자가 무려 20명이란다. ‘육아대디 10명과 워킹맘 10명이 나와 펼치는 토크 배틀’이라. 아무렴 어때? 출연료만 많이 준다면.. “아이도 봐야하고 일도 해야 해서 **만원 이하면 안갑니다. 여기 제주인거 아시죠?”하며 깐깐한 척을 굴었으나 거듭되는 전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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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별수 없다

아내가 쓰레기 분리수거대에서 또 인형을 주워왔다. 없으면 없는 데로 쓰면 되는데 왜 아내는 아이 장난감을 주워올까? 1년에 5만원을 주면 얼마든지 장난감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에도 가입이 되어 있고 여기저기서 지인들이 보내오는 옷이며 장난감도 많은데 말이다. 사실 아이를 낳고 나서 우리 부부가 구매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첫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크면 몇 개월 못 쓰고 동생을 주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줄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아무것도 사질 않았다. 한번은 뽀뇨를 낳고 나서 일산에 있는 아는 형에게 엄청난 양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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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전업주부가 꿈이었다 현실이 된 행운남,엄마들의 육아에 도전장을 낸 차제남,제주 이주 3년차…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프렌디. pponyop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