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감금령, 삶은 녹녹치 않다

이틀 감기몸살을 앓고 나니 얼굴이 홀쪽해졌다. 새집으로, 새 사무실로 이사를 하다보니 과로한 것 같다. 지난 한 달은 내게 너무나도 힘든 시기였다. 2013년의 13월인 듯 느껴질 정도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 뽀뇨 돌보기 좋아서 선택한 일이 2년 반 만에 점점 잘 풀리다(?) 보니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어졌고 새로운 사무실에, 새로운 동료까지 생겼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리가 되질 않는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돌 지난 뽀뇨가 자라듯 함께 성장해온 마을기업이지만 일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회의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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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라를 구한 남편의 밥상

가로 x센치, 세로 x센치. 뽀뇨네 집에는 아주 작은 밥상이 있다. ‘에게, 무슨 식탁이 이렇게 작아’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밥, 찌개, 밑반찬, 금방 만든 반찬, 과일 샐러드를 한 상에 놓을 수 있다. 결혼하며 장만한 식탁은 여러 가지 집기가 올려져 있다가 이사를 앞둔 며칠 전 결국 다른 집으로 입양갔다. 남편들은 결혼하며 부엌식탁에 아침상이 가득 차려질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서울생활하며 아내도 나도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다보니 이 식탁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아침은 학원근처 사내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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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아내의 새 화장대

아내가 늦잠을 자고 있는 나를 아침부터 깨운다. “자기, 이리 와봐요” 무슨 일인가 싶어 대문 밖으로 나와보니 배가 산만한 아내가 주인이 좋아 한달음에 뛰어오는 강아지 표정으로 와서는 가구를 하나 옮겨 달라고 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파트 복도 쪽을 보니 아내가 무거운 화장대를 하나 주워서 우리가 사는 층까지 옮겨다 놓았다. 잠옷 바람으로 복도에 나가기가 뭐해서 “에이, 나중에 옮겨다 놓을께요”했는데 누가 주워갈까봐 그런지 “얼른 옮겨다 주세요”하며 보챈다.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고 누구 보는 사람 없지 하며 100미터 달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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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아빠여, 아이에게 자유를 허하라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이불속이나 뽀뇨집(소형 칠판위에 이불을 덮어 씌운 곳)에 숨어버리는 뽀뇨. 잠을 늦게 자서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그런 거라는 판단을 엄마가 내리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가 일하러 가기 싫듯 뽀뇨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것이다. 추석 때 고향집에 가서 누나들과 애들 이야기를 한 참을 했는데 조카들 4살, 5살 때는 어린이집에 가는 둥 마는 둥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가끔은 뽀뇨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진다. 아빠도 요즘 아침 잠이 많아서 어떨 땐 배웅을 하고 어떨 땐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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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보다 남자친구가 좋아?

지난 주말 제주 동쪽지역의 햇당근을 보러 갔다 잠시 가시리 조랑말공원을 들렀다. 함께 놀던 유담이네가 말을 못탔다고 하여 커피한잔 마실 겸 다시 공원을 찾았다. 아빠는 밭에서 금방 캐온 햇당근을 시식 및 평가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마음카페에 들어선 뽀뇨는 이내 뛰어놀기 시작한다. 다른 카페들보다 내부 공간이 넓고 말을 테마로 해서 그런지 유난히 뛰고 장난을 치는 뽀뇨, 결국엔 나무로 된 말 장식품을 떨어뜨려 깨고 말았다. 관장님께 “아이가 잘못하면 부모가 책임져야지” 훈계를 들으며 열심히 목공풀로 수리를 하는데 정작 말 장식을 부순 뽀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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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원짜리 주말여행

두둑한 지갑은 아니었지만 집에 두고 왔다. 그 사실을 어리목 휴게소 입구에서 알게 되었다. “어, 지갑이 없네. 잠시만요” 주차비용 1800원을 차에 있는 동전으로 겨우 냈다. ‘이게 뭐람. 비도 오는데...’ 가을비가 단풍을 시샘하는듯 1100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점점 거세지더니 어리목에 도착하니 비가 옆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어승생악까지 가는데 얼마 정도 걸릴까요?” 방금 거길 올랐다가 내려온 분이 “기상이 너무 안좋아서요. 아이 데리고는 못 올라갑니다” 라고 조언을 해준다. <어리목. 날은 춥고 비는 옆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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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뇨와 하나사이, 첫째와 둘째의 차이

둘째를 임신한지 5개월, 둘째의 성별은 남자로 판명이 났다. 뽀뇨가 언니가 될지, 누나가 될지 궁금했는데 누나로 판명이 나니 가족들 반응이 뜨겁다. 창원의 어머니는 아내에게 “너무 기뻐서 밤잠을 설쳤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큰 누나는 내게 “딸 아들, 200점이네. 축하한다”라고 메시지를 날렸다. 남들에겐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냐’라는 쿨한 이야기를 했지만 아내와는 “아들에겐 전셋집이라도 얻어줘야 하니 더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우스개소리도 나눴다. 성별에 특별히 구분이 없이 딸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동안 물려 입혔던 짙은색 옷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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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침대에서 일어난 격투(?)

침대를 빼버릴까? 연이틀 밤중에 깨서 아이와 전투아닌 전투를 치르다보니 아침에 든 생각이다. 사연은 이러하다. 뽀뇨는 가로로 잠을 잘 때가 많다. 자다 깨서 다시 세로로 가지런히 눕혀놓는데도 다시 가로로 잠을 자게 된다. 세로로 된 침대인데 4살 아이가 가로로 자면 함께 자는 부모도 방향을 비스듬히 누워야 한다. 그 정도 불편은 감수를 하겠는데 아이가 자다가 발에 무엇인가 닿다보니 발로 차게 되는데 임신을 한 엄마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아내가 자다가 뽀뇨 발에 차이게 되면 본인도 본인이거니와 혹시나 뱃속에 아이한테 영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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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만 남겨두고 아버지는 가셨으니

오늘밤에도 침대에서 밀려났다. 4살 딸아이가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잔다고 “아빠 침대에 오지마”라고 불호령을 내린 지 몇 달이 지났다. 처음엔 침대에서 세로로 자는 딸아이 발에 밀려서, 혹시나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질까봐 자다가 깬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아이가 떨어질까봐, 아이 발을 피하려고 침대 끝에서 칼잠을 자야하는 신세에서 벗어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며칠간은 위로가 되었다. 날이 갈수록 아내 옆에서는 멀어지고 아빠 자리는 침대의 아래쪽 좁은 방바닥에 깔린 이불 위라는 생각에 어제는 ‘하층민으로 전락한 아빠’의 신세가 가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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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되돌아보다

오늘 태풍이 지나갔다. 독감 예방접종도 있어서 어린이집을 건너 뛰고 오늘은 아빠와 엄마, 뽀뇨 세 식구가 실평수 15평도 안되는 좁은 아파트에서 하루 종일 보냈다. 엄마가 맛있는 김밥도 만들고 책도 함께 읽고 뽀뇨가 좋아하는 빼꼼도 보았지만 하루가 왜이리도 긴 것인지. 평소 같았으면 뽀뇨를 데리고 어디든 갔을텐데 태풍이 우리를 집안으로 가두었다. 제주에 살며 차로 5분이면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갈 수 있다보니 아파트에 사는 것이 갑갑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하루 종일 뽀뇨와 실내에서 보내다 보니 쓰레기 버리러 나오며 바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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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전업주부가 꿈이었다 현실이 된 행운남,엄마들의 육아에 도전장을 낸 차제남,제주 이주 3년차…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프렌디. pponyop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