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도 할 줄 아는 양보

자연에 깃든 생명체의 이름을 정확히 구분하여 아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민물고기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동료 어류학자를 따라다닌 지 벌써 1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이름과 생김새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고작 50종 정도에 머물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열성의 부족함이 첫 번째 이유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채집을 해서 앞에 놓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그게 그것 같기만 하여 돌아서면 잊기 십상이고, 쉽게 접근해 만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민물고기에 대하여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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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시나무, 이대로 베어내야 하는가?

강원도의 어느 깊은 산골에는 맑디맑은 계곡이 흐르는 곁으로 은사시나무 숲 하나가 단정하게 앉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 숲은 30년이 넘도록 표고버섯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아가시는 노부부의 손길이 빚어낸 것입니다. 표고버섯을 키우려면 먼저 강한 햇살을 가려야 했기에 두 분은 돌밭을 일궈 은사시나무를 빼곡하게 심으셨습니다. 은사시나무는 버섯과 빛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서 한 줄기 빛이라도 더 많이 만나는 것이 살길이었습니다. 하여 옆으로 가지를 내는 힘도 아끼며 다투어 각자의 키를 키우기에 분주했습니다. 성장 속도가 빠른 나무의 속성에다 빽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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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적

보고 싶지만 볼 수 없고, 볼 수 있다 하여도 그 만남은 멀찌가니 얼핏 스쳐감으로 끝나기에 가까이 다가서기가 몹시 어려운 친구들이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갇혀진 울타리에서가 아니라 자연에서 태어나고, 태어난 그 자연에서 살아가는 노루, 고라니, 산양, 담비, 멧돼지, 멧토끼, 오소리, 너구리, 삵, 수달과 같이 몸이 조금 큰 육상포유류가 그런 친구들입니다. 그렇다고 이 친구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들이 지나다닐만한 곳을 찾아 완벽한 위장을 하고 기다리면 됩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끝이 기약이 없는 것인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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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달린 귀

목이(木耳)버섯 나무도 나이가 드니 여기저기에 귀를 내밀고 있습니다. 이토록 고요한 숲 속에서 조차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은 모양입니다. 바로 어제, 남의 말까지 막으며 내 하고 싶은 말만 줄곧 한 것이 생각납니다. 나는 아직 철들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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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과의 마지막 자존심, 삵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는 으레“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했으며, 그 한 구절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간은 한 순간에 수 백 년을 뛰어 넘어 단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아득한 옛날로 되돌려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옛날에는 호랑이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과 꽤 친했나 보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두려운 대상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호랑이는 두려움과 친근함의 양면을 함께 품은 채 조상들의 삶 속에 아주 가까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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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에 대한 편견

달걀버섯 붉은 색이 무척 강하며 화려하기 그지없는 사진의 버섯은 독버섯이 가장 많이 속해 있는 광대버섯과의 달걀버섯입니다. 하지만 달걀버섯은 유럽의 경우 버섯 중 제왕(帝王)이라는 뜻으로 ‘Caesaria'라고도 부르며, 로마시대에 네로 황제에게 달걀버섯을 진상하면 같은 무게의 황금을 저울로 달아 하사하였다고 할 만큼 귀하고 맛있는 식용버섯입니다. 노란다발 봄부터 가을에 걸쳐 주로 썩은 나무의 그루터기에 노란색의 다발로 피어나는 버섯 중에 노란다발이라는 버섯이 있습니다. 화려한 빛깔도 아닌데다 잘 구운 빵 같아 보이기도 하여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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