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와 꼬마

달개비의 꽃은 생김새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우선, 수술과 암술의 바깥쪽에 위치하여 수술 및 암술을 보호하는 꽃덮개 두 장은 어깨를 맞대어 활짝 펼쳐져 있습니다. 두 장의 꽃 덮개는 소나기가 한 차례 시원스럽게 지난 뒤의 하늘빛을 살며시 떠와서 물들인 듯한 푸른빛을 띠고 있습니다. 나머지 꽃덮개 한 장은 아래로 내려와 있으며 게다가 잘 보이지도 않는 옅은 흰색으로 수줍게 숨어 있습니다. 위치나 색으로 볼 때 푸른빛의 다른 두 장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가운데로 수술 여섯 개와 암술 하나가 있습니다. 꽃가루가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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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나비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의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 배추흰나비 ▲ 노랑나비 어릴 때 많이 불렀던 동요였고, 지금도 나비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떠올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노래는 음악시간이 아니라면 우리의 아이들조차 잘 부르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우리의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른다 하더라도 이리 바로 날아와 줄 만큼 노랑나비와 흰나비가 가까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폭염, 폭염으로 인한 산불, 열대야,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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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이주걱을 보며

▲ 끈끈이주걱 아무리 혹독한 환경에 놓인 생명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아니하고 살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을 눈여겨보면 쉽게 살아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더욱이 뿌리를 땅에 묻고 있기에 모든 환경의 변화를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식물이 환경의 변화를 견뎌냄은 물론 끝내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리저리 편한 곳으로만 파고드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식물은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두 가지의 무기물, 곧 잎을 통해 흡수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뿌리에서 흡수한 물로부터 탄수화물이라는 유기물을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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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새의 식단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여름철새 중 영어 명칭으로 ‘어부’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그냥 어부가 아니라 ‘어부 왕(kingfisher)'입니다. 호반새(ruddy kingfisher), 청호반새(black-capped kingfisher), 물총새(common kingfisher)가 그 주인공이며, 모두 물총새과에 속합니다.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친구들은 그야말로 물고기를 잡는 선수들입니다. 물 밖에서 목표물을 노려보고 있다가 일단 물속으로 뛰어들면 빈 부리로 물을 나서는 법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셋 중에서도 왕 중 왕을 가리라면 물총새가 단연 으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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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 열매 매실

▲ 매실 겨울날의 세 가지 벗이라는 뜻으로 세한삼우(歲寒三友)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섭게 추운 겨울날을 고고하고 늠름한 자태로 버텨내는 세 가지 벗은 송죽매(松竹梅)로 소나무, 대나무, 그리고 매화나무입니다. 명나라 때 진계유(陳繼儒)는 세한삼우 중 매화와 대나무를 취하고 그에 국화와 난초를 더한 매란국죽(梅蘭菊竹)을 사군자(四君子)라 부르게 되는데, 이것이 동양화의 변함없는 화제(畵題)로 사랑받는 사군자의 유래입니다. 사군자 중에서도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림으로써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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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는 무엇을 먹으며 새끼를 키워내는가

꾀꼬리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늦은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번식을 하고 가을이 되면 떠나는 여름철새입니다. 몸은 노란색인데 검은 눈선이 뒷머리까지 둘러있는 것이 특징이고 몸길이가 25센티미터에 이르러 숲새로는 제법 큰 편입니다. 꾀꼬리는 몸이 노란색이어서 예부터 황조(黃鳥)라고 불렀으며, 유리왕이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사이좋게 노니는 꾀꼬리 한 쌍에 빗대어 읊은 <황조가(黃鳥歌)>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꾀꼬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맑고 예쁜 목소리일 것입니다. 실제로 꾀꼬리가 내는 소리는 참으로 맑고 예쁩니다. 하지만 가끔 괴성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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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페인트 통의 박새 10남매

지난 4년 동안 겨울 끝자락에서 이른 여름까지는 강원도의 한 숲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지리산 자락에서는 까막딱따구리를 만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2년은 아예 집을 떠나 그 숲에서 살았고, 최근 2년은 매주 오가는 형편입니다. 동료 교수들의 배려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그 숲에 머물 수 있으니 한 주의 반 이상을 고스란히 까막딱따구리와 동행하는 셈입니다. 숲 곁에는 노부부가 사는 집 한 채가 있습니다. 두 분에게 숲의 생명은 가족이며, 때로 벗이기도 합니다. 숲 속에도 아주 작은 집이 하나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내가 딱따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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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6남매의 첫 나들이

숲에 깃들인 동물에게 5월과 6월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동물들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키워내는 과정에 동행하다 보면 삶의 모습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적어도 세상을 적당히 살지는 못합니다. 저들이 새 생명을 완성하는 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간절함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허투루 소비하는 시간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합니다. 포기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저들은 새로운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생명조차 아낌없이 던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조차 잠시의 주저함마저 없습니다. 3월 초순, 딱따구리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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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 무너지면 101번 다시 쌓는 동고비

어느 덧 4월이 그 한가운데마저 넘어섰습니다. 이제 바람이 차갑다는 말은 옛 이야기가 되었으며, 벌써 숲 속에 두런두런 서있는 아름드리 산벚나무는 산들거리는 바람에도 꽃비를 넉넉히 뿌려줍니다. 요즈음의 봄소식은 하루에 큰 산 하나를 넘어 올라옵니다. 어제는 저 아랫마을이 옅은 녹색으로 변하더니 오늘은 바로 앞마을이 그러합니다. 꽃은 시간을 다투듯 피고 또 집니다. 매화와 산수유가 피다 지더니 개나리와 목련이 그 뒤를 이었으며, 목련이 지는 것을 아쉬워할 틈도 주지 않고 조팝나무와 박태기나무도 꽃망울을 열었습니다. 잎눈도 새록새록 터지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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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날 오후의 다람쥐

봄꽃의 빛깔과 향기를 더욱 그윽하게 하려 꽃샘추위가 오셨습니다. 한겨울의 추위에 비하면 추위라고 할 것도 없지만 이미 마음은 봄으로 발을 디뎠기에 꽤 매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꽃샘추위야 잠시 있다 사라질 뿐이고 보면 이제는 바야흐로 다람쥐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숲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다보니 외롭거나 쓸쓸하다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재롱둥이 다람쥐가 동무가 되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결에 다람쥐 하나가 툭 튀어나오더니 지난 해 어딘가에 묻어두었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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