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뒤끝, 봄꽃이 녹였다

나는 봄을 참 좋아한다. 따뜻하고 화사하고 싱그러운 봄. 노오란 개나리와 프리지어, 분홍색 진달래꽃과 벚꽃이 내게 손짓한다. 어서 밖에 나와 날 한번 보라고. 내가 향긋한 봄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봄이 오면 내 마음은 괜히 설렌다.  결혼 전엔 그래서 봄만 오면 혼자서 밖에 쏘다니곤 했다. 가방에 수첩과 펜, mp3를 넣고 정처없이 혼자서. 그러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면 들어가 커피 한잔 마시며 수첩에 뭔가를 끼적이곤 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상념에 빠지기도 했고, 향긋한 프리지어를 사들고 들어와 화병에 꽂아놓고 책 한 권 읽는 여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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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의 마법의 ‘남친’

 어린이집 차 보면 “쉬 하고 싶다” 던  딸  ‘남친’ 생기니 “엄마 차 놓치겠어~”하네 4월12일은 민지가 태어난 지 정확히 36개월 된 날이다. 2.7kg의 작고 가녀린 아이가 벌써 13kg의 어여쁜 꼬마 아가씨가 됐다니... 사람이 태어나 세 돌만 지나도 감정이 생기고 자기 주관이 생기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 것을 보며 새삼스레 생명의 위대함을 느낀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딸을 키우며 많이 웃고 많이 울었고, 부모의 마음이 뭔지 알게 된 것 같다. 3년 아이를 키웠지만, 심리적으로는 30년 아이를 키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3년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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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엄마도 엄마가 그립단다

* 지난 한달 동안 제가 참 많이 아팠습니다. 민지는 계속 감기를 달고 살았고, 민규는 계속 밤에 1~2시간마다 잠을 자지 않고 젖을 먹으려 했습니다. 또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비자 문제로 중국에 다녀오시는 동안 애 둘을 혼자 보면서 진이 다 빠진데다, 중국에 다녀오신 시터께서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셔서 최근 일을 그만두셨어요. 민지는 이 와중에 어린이집에 들어가게 됐는데 처음 적응 기간이라 많이 울고 힘들어했지요.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는 아이를 혼내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이 적응 기간이 아니라 엄마 적응 기간인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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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의 잔혹사

설 연휴 직전 고향 광주로 내려가기 전날 일이다. 평소처럼 민규 목욕시키고 젖을 먹이고 조금 놀아주다 밤 9시께 재우려 안았다. 평소 안아주면 좋아하던 녀석이 낑낑거렸다. 조금 안고 있다 잠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온 집안 불을 끄고 자장가를 불렀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꼬꼬닭아 울지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그런데 민규가 이상하다. 계속 칭얼대더니 울음 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30분 정도 울 땐 잠투정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낌새가 심상치 않다. 안아준 지 1시간이 지났는데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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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악마’, 잠버릇 길들이기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천사’ 민규가 왜 밤엔 ‘악마’로 변하는지. 낮엔 먹고, 놀고, 자고 잘 칭얼대지도 않는 순둥이가 밤만 되면 1~2시간 마다 깨 젖을 물어야 잠을 잔다. 젖을 주지 않으면 배를 쑥 내밀며 꽥꽥 소리를 지른다. 민규가 온 집이 떠들썩하게 울어대면 첫째 민지도 깨서 울며 다시 잠들기 힘들어한다. 두 아이를 재우면 내 잠은 싹 달아나버린다. 밤잠을 띄엄띄엄 자니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다. 아이들에게 자꾸 짜증과 화를 내게 되고, 낮에도 멍할 때가 많다. 아이 젖이 부족한가, 낮에 잠을 많이 자나, 잠자리가 불편하가, 너무 건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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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기적, 백일의 저주

아기가 태어난 뒤 엄마들이 느끼는 기쁨은 순간이다. 밤잠 설치면서 젖을 주고 수시로 울어대는 아이를 안아주다 보면 엄마들의 어깨 허리 다리 온 몸은 안 쑤신 곳이 없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라는 어른들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실감하곤 한다. 특히 신생아는 낮과 밤이 뒤바뀌거나 젖을 자주 먹고 많이 울어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들은 ‘백일의 기적’을 기다리며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고 새긴다. 태어나서 100일 정도 되면 수유 간격도 어느 정도 벌어지고 낮과 밤이 뒤바뀐 애들도 제 리듬을 되찾아가고, 출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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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곱이 주렁주렁, 내 아이 눈에 무슨 일이?

민규는 태어난 뒤로 죽 눈곱을 달고 살았다. 자고 일어나면 눈에 눈곱이 주렁주렁 달려 매번 식염수를 묻힌 솜으로 눈을 닦아줘야 했다. 신생아라 잠을 많이 자서 눈곱이 많으려니 했다. 그러다 생후 1개월 때 예방접종하려 소아과에 간 김에 소아과 선생님께 눈곱에 대해 물었다. 의사는 안약을 처방해주며 눈 마사지를 많이 하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의사가 “눈 마사지 많이 해주세요”라고 한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약국에서 의사가 처방해준 안약 성분에 대해 물으니 약사는 항생제 성분이라고 말해줬다. 될 수 있는 한 항생제를 멀리 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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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없는 아빠, 없어도 있는 아빠

나에겐 ‘아버지’가 없다.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엔 ‘아빠와의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이혼하셨다. 엄마는 혼자 힘으로 날 키우시며 가끔 아빠를 만나게 해줬다. 아빠는 만나면 비싼 식당에 가 음식을 사줬다. 그러나 어린 내겐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이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의 하루하루는 어떠한지 아무것도 모르는 낯선 남자가 맛난 음식 몇 번 사주고 나들이 몇 번 하고 가끔 선물 주면서  “아빠”라 부르라니. 개뿔. 만나도 도통 할 얘기가 없는데 말이다. 나와 똑같은 코를 가진 그를 보면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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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애정행각 눈앞에서 보는 느낌일까

“엄마, 갑자기 목이 아파”  아침 일찍 일어나 유아용 변기에 앉아 ‘쉬’를 하던 딸 아이가 죽어가는 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서 꼼짝도 않는다. “그래? 왜 갑자기 목이 아파? 어디에 부딪혔니?” “아니야. 그냥 아파” 딸 아이는 뒷목이 아프다며 울어댔다. 그리고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다. 아침밥도 먹지 않더니 점심도 굶는다. 근육이 뭉쳤나 싶어 손으로 주물러주고 찜질팩으로 찜질도 해줬건만 계속 아프단다. 동생이 태어나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일이다. 어디에 부딪히지도 않았고 밖에 나간 일도 없었는데 뒷목 뼈가 아파 꼼짝도 못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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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달”이라는 딸이 준 선물, 동심

올해도 다 가고 마지막 달에 들어섰다. 내 입에선 ‘세월이 너무 빠르구나... 아, 내 인생~’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내 앞으로 마구 달려가는 시간을 붙잡아둘 수 있다면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함께 아이를 돌봐주시는 이모님께 “아... 정말 시간이 너무 빨라요... 벌써 내년이면 제가 서른 넷이에요. 믿을 수가 없어요. 정말.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어요.”하고 말을 건네면, 이모님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민지 엄마, 인생은 그런 거야. 애 낳고 키우다 보면 어느새 청춘은 가고 마흔이 돼 있어. 마흔 살 먹어봐. 그 뒤론 세월이 더 빨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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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