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여, 여전히 국립공원 케이블카인가! 뭇생명의 삶터, 국립공원

지금,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폭발 일보 직전이다. 환경부에 의하면 설악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북한산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9개 국립공원에 인접한 15개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을 검토·추진 중이며, 양양, 산청, 구례, 남원, 영암, 사천 등 6개 자자체는 케이블카사업을 위한 국립공원계획변경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라 한다. 여기에 북한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계획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지금은 잠잠하나 상황이 되면 언제든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는 지자체 등을 합치면 국립공원은 가히 케이블카 전성시대라 불릴 만하다.

국립공원을 야생동·식물 삶터, 자연·문화경관보호지역에서 케이블카 천국으로 바꾼 일등공신은 환경부이다. 2010년 10월 1일 자연공원법(이하 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공포, 2010년 10월 25일 국립공원 케이블카사업 기본방침 발표, 2011년 5월 3일 케이블카 가이드라인 개정, 차기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에서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결정 계획 등은 모두 환경부가 주도한 일이다.

환경부는 이용행태 다원화, 장애인·노약자 이용 수요 감안 등을 이유로 케이블카 촉진정책을 펴며, 환경부인지, 국토해양부인지, 보건복지부인지 헷갈리게 한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엔 케이블카가 없는 것처럼, 법 때문에 케이블카 설치를 못했다는 듯, 환경단체는 무조건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것처럼 묘한 뉘앙스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부채질한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있다. 1967년 제정된 공원법에 케이블카가 공원시설로 명문화되면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에 설치 가능한 시설이 되었다. 1971년 설악산국립공원과 1980년 내장산국립공원에 건설된 관광용 케이블카, 1983년 계룡산국립공원에 생긴 방송용 케이블카, 1989년 온갖 편법을 동원하며 건설된 덕유산국립공원 스키장용 케이블카 등은 모두 법에 의한 설치된 것이다. 그러니 1967년 이후 지금까지 법이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못하게 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덕유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이후 20년 넘게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건설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공원’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자연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립공원만은 보전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기존 국립공원 케이블카로 인한 국립공원 정체성 혼란과 생태파괴 등이 심해지며,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에 어울리는 시설이 아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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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원지가 된 내장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종점부

 

1872년은 국립공원이란 말이 세계사에 등장한 첫 해이다. 1872년 미국은 옐로우스톤국립공원법을 제정하고 엘로우스톤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후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약 1,200여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었다. 미국인은 국립공원을 ‘미국인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 중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것(Best Idea)’이라 한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국립공원이 세계사에 등장한 19세기, 미국은 인디언추방법, 인디언 보호구역 등을 통해 인디언들이 살던 땅을 빼앗고, 인디언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그곳을 국립공원이라 이름 했으니 국립공원은 보전·보호를 위한 훌륭한 제도임엔 틀림없지만 다른 한편 전통의 방식으로 살아온 인디언들의 아픔과 고통 위에 세워진 제도이다.

우리가 국립공원이 인디언들의 삶을 왜곡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립공원제도를 높이 평가하는 건, 당시 미국은 개인-인디언이 아닌 백인-의 능력에 따라 규제와 제한 없이 땅을 소유할 수 있던, 개인들 간 땅 차지 경쟁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때, 엄청난 잠재적 투자 가치가 있는 주요한 경관지역을 사유화하지 않고 공공의 소유와 대중의 이용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은 혁명적이라 할 만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현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즐기고, 배우며,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자연·문화적 자원과 가치를 ‘보존’한다는 국립공원은 개인이 아닌, 개별 기업이 아닌, 일부 지자체가 아닌, 공공(公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건 땅 넓은 외국 이야기라는 분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캐나다 등에 비해 넓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더더욱 이 땅에서 오랫동안 살기위해 더 아끼고 되도록 보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지리산, 설악산을 포함하여 20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면적은 국토 면적 대비 6.6%라 하지만 이는 바다 면적을 포함한 것이니, 육지 면적만 본다면 4%도 안 된다. 이웃하는 일본이 5.2%, 대만이 9.6%인 것에 비하면 대단히 적은 면적이다.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제도가 도입된 1960년대는 경제개발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로 국립공원 지정도 관광지 개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1998년 국립공원 관리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보호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이 되었다. 1996년 이후 국립공원엔 스키장, 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게 되었다. 2001년 이후 국립공원에 1km 이상의 도로를 놓으려면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간 대단히 더디고 답답했지만 국립공원 제도와 정책은 보전을 바라보고 변화하였다.

그런데 지난 해 10월 1일 환경부는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이하 자연보전지구)에 더 긴 케이블카, 더 높은 정류장을 짓도록 법을 개정했다. 자연보존지구는 국립공원 중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 등에 지정되는 곳으로, 국토 면적의 1.4%밖에 안 되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시설도, 행위도 제한해야 할 지역이다. 보존이 최후선의 가치인 자연보존지구에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사례는 국립공원 지정 이후 처음이다. 경제개발시대에도 없었던 일을 이명박 정부가 한 것이다. 법 개정으로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반야봉, 설악산국립공원 대청봉 등에는 케이블카가 올라갈 수 있게 되었으며, 5층 높이 케이블카 정류장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국립공원제도를 만든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한 곳도 없다. 1960년대 붐처럼 일어나던 일본 국립공원에서의 케이블카 설치는 1990년대 다이세츠잔국립공원에서 이미 건설된 케이블카 구간을 연장하기 위한 공사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 일본에서는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 코마가타게 케이블카가 폐지되고, 고츠토야국립공원 케이블카가 폐지되고, 세토나이카이국립공원 롯코아리마 로프웨이 일부 노선이 정지되는 등 국립공원 케이블카는 몰락해 가는 산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법까지 개정하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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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활동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자연도 보호하고, 노약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케이블카는 ‘목적형 상품’이 아니다. 케이블카만 타러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케이블카는 산행을 위해 하루 내지 이틀 머물던 탐방객에게 반나절 산행을 가능하게 한다.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케이블카 타고 산 정상 다녀와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니, 산 밑에서 민박과 식당을 하며 소소하게 돈을 벌던 토박이 주민에겐 사람들이 많이 온다하여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규모와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비용은 작게는 600억에서 많게는 1000억이 든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이다. 600억이든, 1000억이든 이 돈이 케이블카 건설에 사용되지 않고 교육·복지 예산으로 쓰인다면 이게 오히려 지역 경제에 도움 되는 일 아닐까?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분 중에는 ‘케이블카 있으면 타야지, 편하잖아.’라는 분이 있다. 그 분께 되물어본다. ‘1.1km 케이블카 탑승료가 8000원 정도니, 5km 케이블카 탑승료는 15,000원에서 20,000원쯤 되겠죠. 환경부는 왕복 이용을 전제로 케이블카를 허가한다니, 그럼 30,000원에서 40,000원을 내야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데, 그래도 타시겠습니까?’라고.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케이블카타고 종점에서 차 한 잔 마시면 200,000원은 족히 드는데, 다시 타는 사람이 있을까?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둘러싼 이러저러한 조건을 분석해보면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1, 2년 반짝 장사를 할 수는 있으나 그 후엔 운영자체도 힘들 것이며, 설사 케이블카 운영업체가 돈을 번다하여도 주변 상권, 지역 경제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는 건설업자만 배불리는 사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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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발길에 초토화된 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자연보호시설이라는 사람도 있다. 제아무리 기술이 발달하여도 케이블카 정류장을 지으려면 나무와 풀을 베야 한다. 정상부로 올라간 사람들은 연결 등산로로 움직이고 싶어 하고 능선상 등산로에 대한 이용 압력을 높아진다. 환경부가 내세우고 있는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함이라는 기본방향은 덕유산국립공원에서 보듯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아니 1~2년 안에 바뀔 것이 뻔한 형식적 원칙일 뿐이다.

환경부가 진실로 정상부 탐방객 분산 필요성 때문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환경부는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인근의 등산로를 공원시설에서 폐지하는 정책을 동시 실행해야 한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경우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 산을 걸어 올라가는 게 보편적인 나라에서 가능한 일일까? 아마 국립공원 입구마다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생태계를 훼손하는 시설이라는 것은 현재 운영되는 케이블카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내장산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인하여 상부정류장 주변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유원지가 되었으며, 케이블카 종점부에서 걸어 내려오는 사람들로 내륙 북방한계선에 위치하는 천연기념물(제91호)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단절되었다. 덕유산국립공원은 무주리조트에서 편법 운영하는 스키장 케이블카로 향적봉 아고산지대가 초토화되었고 설악산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권금성 일대가 풀도 나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되어버렸다. 케이블카는 팔공산도립공원, 가지산도립공원의 경우처럼 케이블카 선로 아래 숲을 완전히 베어버리거나 지속적으로 가지치기 하는 것을 허용하는 시설로 도로 이상의 생태계 훼손시설이다.

케이블카로 인한 경관 파괴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노고단, 대청봉 아래, 문장대 등에 5층 높이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이니, 그리 되어버린다면 어찌 국립공원을 쳐다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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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관 훼손의 대표적 사례, 대둔산도립공원 케이블카

 

케이블카 사업자들은 케이블카 건설을 이야기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을 배려해야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노약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가까운 곳에서, 일상의 삶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케이블카 사업자들이 케이블카를 추진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한다는 주장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건 우리 시선이 삐뚤어져서 일까?

 

환경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지자체가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고 나선다고 걱정한다. 되지도 않을 케이블카에 왜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빨리 몇 곳을 허가해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몇 곳이 지리산, 설악산임을 감추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 민족의 영산, 백두대간 시작점,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곳, 지리산국립공원은 그런 곳이다. 천연보호구역, 1982년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인간과생물권계획으로 지정, 산악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 멸종위기동물 산양이 살고 있는 곳, 그런 곳이 설악산국립공원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이야기하며 경제성이 있다는 이유로 지리산, 설악산을 거론하는 건, 무례하고 불경스런 일이다.

환경부가 진정으로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환경부는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에 직접 나서야 한다.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주체로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하고, 국립공원 심장부에 철탑을 꽂는 자신감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제발, 환경부가 아직 ‘환경’부라면, 지리산국립공원, 설악산국립공원 등을 제대로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 왜 하필 케이블카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길 바란다.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허명구 님, 윤주옥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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