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그냥 산이 아니다_ 3월 26일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공동행동 발족식 후기 지리산케이블카백지화

지리산은 그냥 '산'이 아닙니다. 지리산은 생명평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며, 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입니다. 지리산국립공원에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수많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으며, 노고단, 세석, 제석봉 등은 아고산 생태계가 남아있는 보물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 지리산은 성장과 개발, 눈앞의 이익에 갈기갈기 찢기고 있습니다. 2010년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 설악산국립공원 대청봉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가도록 자연공원법을 개정한 환경부는 올해 2월 지리산국립공원 4곳(남원, 함양, 산청, 구례), 설악산국립공원 1곳(양양), 월출산국립공원 1곳(영암)을 대상으로 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선정 일정’을 발표하였습니다.

환경부는 3월 23일까지 7개 지자체로부터 최종보완서류 제출을 받은 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검토, 민간전문위원들의 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6월 중에 시범사업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합니다. 3개월 안에 7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 민간전문위원회 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등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3월 26일 낮11시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공동행동'(이하 지리산공동행동) 발족식이 진행되었습니다. 김석봉 대표(지리산공동행동)는 인사말을 통해 지리산 케이블카는 강과 바다에 이어 국립공원까지 닥치는 것은 뭐든지 개발하겠다고 달려드는 이 정부에 분노를 넘어 절망하고 있다 하였습니다. 그는 그러니 우리가 나서서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하였습니다. 그래야지요. 우리가 나서서, 지리산에 4개의 케이블카를 용인하는 이 정부를 갈아치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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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케이블카에 대한 논의는 2001년 시작되어 2004년 말 환경부는 ‘엄격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허용하겠다.’는 원칙을 발표하였고 당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케이블카 추진 자체를 포기하였습니다. 무덤 속에 있던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살아나게 한 것은 누구일까요? 이명박 정부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로프웨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재논의하더니 급기야 자연공원법을 개정하고, 이제 3개월 안에 모든 걸 끝내려 합니다. 환경부는 10년간 계속되고 있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란을 3개월 안에 마무리하려 합니다. 3개월은 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초안을 검토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더구나 지리산국립공원에 추진되는 4개의 케이블카가 이렇게 졸속 추진되고 결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 보호지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까지 4대강 꼴이 나도록 놔둬선 안 됩니다.

해강 스님(실상사 주지, 지리산종교연대 상임대표)은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우리가 뜻과 마음을 모은다면 하느님도 부처님도 마고할미도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유난히 맑고 푸른 날, 지리산 하늘아래 서 있는 모두에게 힘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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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케이블카가 생태환경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불필요한 시설임은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국립공원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케이블카는 지역을 잘 살게 하거나, 지역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닙니다. 케이블카는 초기 1~2년 장사가 될 수는 있어도, 케이블카 업자만 돈을 버는, 소소한 벌이로 삶을 꾸려나가는 주민들에게는 타격을 주는 시설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보전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평화로운 지역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무책임한 술책이라 판단합니다.

이환문 국장(진주환경연합)이 지리산공동행동 발족까지 지난 일을 보고하였습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케이블카 논쟁, 2009년부터 본격화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활동,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리산은 묵묵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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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주 팀장(국시모 지리산사람들)이 발족선언문을 낭독하였습니다. 마음이 숙연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지리산자락에 살며 매일매일 지리산에 감동하는 우리는, 지리산이 지금보다 더 아름답게 남아주길 원하는 우리는, 지리산을 가까이서 느낄 수는 없어도 지리산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우리는, 오늘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공동행동’을 발족한다. 지리산공동행동은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지리산, 백두대간의 최남단 지리산, 생명과 평화의 상징 지리산이 밀어붙이기식 졸속 검토와 심의로 훼손되지 않도록, 지리산에 4개의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것을 용인한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활동을 통해 백두대간의 정체성을 되찾고, 국립공원을 포함한 우리나라 보호지역을 보전하고, 생명평화의 정신에 근거하여 지역공동체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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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연 처장(지리산생명연대)이 지리산공동행동이 활동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오늘부터 노고단에서 산상시위를, 오늘부터 서울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광주, 전주, 진주, 순천 등을 방문하여 지리산케이블카 상황을 전하겠다고, 국회든, 정당이든 찾아다니며 지리산케이블카의 문제점을 알리겠다고 합니다. 지리산공동행동에게 올 봄은 무척이나 바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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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작하는 노고단 산상시위자를 대표하여 최지한 님(국시모 회원)과 김휘근 님(지리산생명연대 간사)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김휘근 님은 서울 광화문 앞에서 전화로 상경시위에 임하는 마음을 전하였습니다. 산상시위를 하며, 상경시위를 하며 지리산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마음을 전하겠다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지리산자락에 사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기특하고, 든든하여 참석자 모두는 흐뭇해졌습니다. 희망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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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원장(김경숙 국악원)이 지리산케이블카가 백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비나리를 하였습니다. 비나리처럼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고, 또 바랍니다.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이 보이는 곳에서 울린 그녀의 북소리에 지리산신도 감동하였으리라 믿습니다. 그녀가 비나리를 하는 동안 지나가던 분이 '이건 아니지, 지리산에 케이블카라니, 말도 안 돼!'하며 서명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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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족식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외칩니다. 마음을 모아 외칩니다.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하라!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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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윤주옥 사무처장(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민종덕 님(국시모 영상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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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