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부터 희망이 만들어지길_ 경주국립공원 답사 후기 뭇생명의 삶터, 국립공원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은 국립공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생태계, 경관, 역사문화자원을 간직한 국가유산으로서 보전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데 관리 중점을 두고 있다(제1차 경주국립공원 보전․관리계획 중).’ 국립공원에 대한 공단의 생각은 나의 생각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참 다행이다.

그렇다면, 국립공원의 현재 모습은 내가 상상하는 국립공원의 모습과 같을까? 그렇지는 않다. 문구는 문구일 뿐, 문구는 현실에서 심하게 굴절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자주 안타깝고 가끔은 화나고 어떤 때는 분노한다. 그래도 국립공원은 나를 치유하고 평화롭게 하는 공간이다. 그러니 나는 국립공원에 매일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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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국사

나는 국립공원에 가서 야생동물을 만나고 싶고, 풀과 나무가 자유롭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는 주차장과 길을 만들기 위해 풀과 나무가 베어지길 원하지 않으며, 국립공원의 길은 한명 정도만이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길 원한다. 나는 국립공원에 들어서면서 내가 가는 길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고 싶고, 왜 나보다 주변(야생동식물을 포함한 나 아닌 생명체, 그리고 그 주변)을 먼저 배려해야하는지 안내받고 싶다.

아마도 나는, 국립공원에서 불편하지만 행복한 특별대우를 받고 싶은 게 분명하다. 나의 바람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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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국립공원 남산 소나무

경주는 천년 세월을 이어온 신라의 중심이었던 곳으로 많은 국보와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경주는 뛰어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8년 우리나라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국립공원마다 있는 지정 뒷담화, 경주국립공원이라고 없을 리가 없다. 경주국립공원은 생태, 경관, 문화재적 가치가 분명하지 않은 곳이 국립공원으로 포함되었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 때 경주국립공원을 지정하며 유산적 가치보다는 정치적 이념, 이데올로기를 앞세웠다는 것이다.

경주하면 떠오르는 첨성대, 황룡사지, 안압지 등이 국립공원에 포함되지 않은 반면, 누구(누구일까)의 무덤이 있다하여 그 인근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군사문화가 국립공원 지정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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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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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룡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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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압지 야경

5월 마지막 주 나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하 국시모)으로서는 의미 있는 경주국립공원에 다녀왔다. 2006년 국시모는 제5차 국립공원 정책포럼 ‘경주국립공원의 현주소와 정책 전망’을 열어 경주국립공원을 경주시가 관리하는 게 적절한지 공론화하였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을까, 경주국립공원은 2008년부터 공단이 관리하게 되었다.

경주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자체 이름이 그대로 국립공원 이름이 된 경우이다. 해서 경주국립공원보다는 경주역사국립공원이라 하는 게 적절치 않겠냐는 말도 있다. 의미 있는 지적이라 생각된다.

경주국립공원의 명칭에 대해서는, 국가가 세운 공원이 아닌데 왜 국립(國立)공원이라 하느냐, 바다 위만 관리하는 것도 아니면서 해상(海上)국립공원이라는 것도 이상하다는 등 국립공원 관련 명칭에 대한 이러저러한 의견들을 모아 함께 고민하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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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정류장에 게시된 경주관광코스 안내판. 경주국립공원이 아니라 남산국립공원, 토함산국립공원, 구미산국립공원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경주국립공원은 토함산, 남산, 단석산, 구미산, 소금강, 대본, 서악, 화랑 등 8개 지구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남산은 경주국립공원의 백미라 하는데 이는 도처에 널려있는 문화재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야외박물관이기 때문이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이하 공원사무소)가 경주국립공원을 관리한 후 한 대표적 활동은 남산에 산재한 비지정문화재를 모니터링한 일이다. 공원사무소는 문화재가 너무도 많으니 모두의 관심밖에 있던 비지정문화재를 기록하여 체계적 관리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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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릉에서 시작되는 탐방로 입구에 세워진 남산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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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탐방로(삼릉~금오봉)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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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탐방로(삼릉~금오봉) 옆 비지정문화재

남산에는 지정탐방로가 20개인데 샛길은 130여개나 된다. 이 때문에 북한산국립공원과 닮았다고들 하지만 북한산국립공원이 따라올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남산에 있는 7000여개의 묘가 그것이다. 700개가 아니라 7000개이다. 엄청난 숫자이지 않은가! 풍수지리상 좋은 터가 많아서라 하지만 국립공원 지정 이후에 생긴 묘는 모두 불법이다. 자연공원법 제18조(용도지구)제2항, 제23조(행위허가)제2항은 공원마을지구를 제외한 국립공원(해안 및 섬지역 예외)에는 개인묘지를 설치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원사무소는 경주국립공원만이 가지는 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묘 이장 사업을 하고 있다. 2013년 5월 현재 100기 정도를 이장했으며, 비용이 마련되면 신청자 순으로 묘 이장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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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탐방로(삼릉~금오봉)에서도 아주 잘 보이는 개인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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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탐방로(삼릉~금오봉) 옆에서 이뤄진 샛길 불법산행

2007년까지 산, 바다 중심의 여타 국립공원과는 다른 문화재 중심 국립공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경주시가 관리하던 경주국립공원은 2008년부터 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8개 지구로 분산되어 있는 경주국립공원은 육지에 있으나 점점점 흩어져 있는 섬과 같다하여 ‘육지 안의 해상국립공원’이라고 불린다. 문화재 중심의 경주국립공원, 경주국립공원은 공단에게는 분명 낯선 공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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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국립공원 삼릉과 소나무 숲

공원사무소의 경주국립공원 관리에 대해 경주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시민들도 인식하지 못했던 국립공원이란 존재를 공원사무소의 여러 활동을 통해 알게 되며 ‘국립공원’이 뭘까 생각할 것이다. 정말, 국립공원이 뭘까!

경주국립공원사무소 과장 3인방(장봉식 과장, 권욱영 과장, 이정우 과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급하지 않게, 이상한 놈들이 들어와 이것저것 간섭한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호흡을 조절하며 천천히 가겠다고 한다. 경주국립공원의 희망도 사람으로부터 만들어지는가 보다.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윤주옥, 경주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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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