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아, 나를 거둬다오

[국외 여행기] 남태평양 때묻지 않은 섬 피지 곱슬머리에 검게 빛나는 피부. 두툼한 입술이 열리며 빠르고 강렬한 리듬이 터져나온다. 쪽빛 바다를 가르는 범선 뱃머리가 따가운 햇살로 하얗게 달아오를 무렵, 원주민 승무원들은 음악과 함께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통기타는 부서질 듯하고,줄기차게 퍼부어지는 전통음악 리듬 속에 40인승 범선은 원색의 폭발을 일으키며 출렁인다. 초록빛 섬들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검고 희고 노란 피부의 이방인들이 한데 어울려 절묘한 배색의 축제가 완성된다. 영국 노부부도, 일본 신혼부부도, 캐나다 처녀들도, 한국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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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가 손맛으로 재탄생한 들판 농꾼들의 밥

[우리땅 이맛] 강릉 서지초가뜰 못밥·질상 창녕조씨의 종갓집 상차림 그대로 못밥 위에 질상, 질상 위에 진지상 지역마다 민가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 음식들이 있다. 특정지역 주민들이 즐겨온 음식이 있는가 하면 특정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음식도 있다. 집안에 전해져 오는 음식이란 주로 권세 있던 양반 가문의 여성들에게 대물림돼 온 음식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규범 있는 상차림과 정갈한 손맛을,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이어지는 시어머니-며느리 관계를 통해 전승시켜 온 것이다. 엄중한 위계질서 속에서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전수되는 손맛이다. 이른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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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가 슬픔의 후예들이다

[강제윤 시인의 섬 기행] ① 서해 바다 민통선 차를 싣고 가면 이르지 못할 곳, 섬 마지막 풍경들 기적 아닌 삶이 없는 곳, 바다는 그렇게 살아 있다 ‘강제윤 시인의 섬 기행’을 매주 한번 꼴로 연재합니다. 강 시인은 섬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섬에서 살아온 섬사람입니다. 2006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80여개의 섬들을 걸어온 그는 앞으로 10년간, 사람이 사는 한국의 모든 섬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길 계획입니다. 단순한 섬 소개에서 벗어나, 섬 구석구석을 걸으며 사람살이의 곡진한 내력과 자연 풍광, 전통 문화의 흔적들을 사유하고 기록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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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 전설이 흐른다

[제철여행] 산청 백운동계곡 용이 산다…곰이 추락사 개인땅 출입지역 제한 흠 큰 산은 골이 깊다. 대개 물 맑고 숲 울창한, 멋진 바위골짜기를 거느렸다. 여름이면 이름난 계곡은 피서 인파로 덮인다. 경치 좋은 골짜기를 찾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다. 옛 사람들은 멋진 골짜기마다 이름을 붙이고 이를 바위에 새겼다. 이런 새김글 가운데 ‘동천(洞天)’이란 게 있다. 흔한 건 아니지만, 빼어난 골짜기 한쪽 바윗자락엔 ‘무슨무슨 동천’ 하는 한자가 새겨진 걸 볼 수 있다. ‘동천(洞天)’이란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을 가리킨다. 도교에선 신선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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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건 욕 푹 고아 “조질나게 처먹어”

[우리땅 이맛] 순천 욕쟁이 할머니집 짱뚱어탕 옷도 머리도 온통 ‘빨갱이’ “맛은 무신 개뿔이나” 철없이 대들었다간 ‘관객모독’으로 뼈도 못 추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지만, 식당 일만큼 고된 일도 드물 것이다. 고된 만큼 열심히 하면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하게 되는 것 또한 식당 관련 일이다. 그래서, 먹고 사는 게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불멸의 구호를 곱씹으며, 밥집을 차리고 고깃집을 열고 통닭집을 신장개업한다. 하지만 희망차게 시작한 이런 가게들이 대개 실패로 끝난다는 사실은 `먹는 장사’란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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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